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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를 감상하고

청주교도소 교감 박순용

두려움은 본인의 범죄사실에 대해 부인하거나 회피하거나 축소하거나 심지어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부인·회피·축소·전가를 한 단어로 표현할 때 ‘왜곡’만큼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그런데 일본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미화까지 하고 있다.

지난 3월, Apple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파친코>가 큰 인기를 누렸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신선함과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원작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미국의 자본까지 더해져 영미 유럽권에서 크게 호평받았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제의 만행과 우리의 피해를 전 세계에 매우 고급스럽게 전파한다는 면에서 우리에게도 큰 공감과 호응을 얻는 작품이다.

일제의 만행과 관련한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는 일본인들을 사이코패스나 우리와는 달리 험악한 외양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곤 한다. 굳이 그 스토리에 몰입하지 않다가 작품 중간에 어느 한 장면만 보더라도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일본인 또는 친일파인지 금세 구분할 수 있게 그려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친코에서는 일본의 만행을 캐릭터의 이미지로 묘사하거나 직접 화면으로 보여주는 대신 배우의 연기와 대사로 그려냈다.

우리는 그것이 연기와 대사로 표현되고 있음을 곧바로 알아채지만 과연 우리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될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파친코>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OTT 서비스 중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좀 더 알고 싶고 궁금하다면 쉽게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기에 오히려 직관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점이 연출의 고급스러움은 물론 영리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개인적으로 <파친코>를 시청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치밀어 오르는 고품격 분노(?)는 기존의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감정이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파친코>를 ‘반일 역사 왜곡 드라마’라는 인식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최대한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눈을 돌리고 왜곡을 시도하는 일본의 행태가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들이 왜 틈만 나면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작년까지 청주심리치료센터에서 근무했다. 당시 고위험군 성폭력 사범의 교육과 상담을 담당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특징을 정리한 적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해의 사실이 구체적이고 범죄의 내용이 흉악한 사람일수록 본인이 저지른 범죄 그 자체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남들에게 알려질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이러한 두려움은 본인의 범죄사실에 대해 부인하거나 회피하거나 축소하거나 심지어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부인·회피·축소·전가를 한 단어로 표현할 때 ‘왜곡’만큼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그런데 일본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미화까지 하고 있다.

우리는 수용자에게 그러하듯 일본에게 항상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는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한 결과로써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다. 결국 일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다. 그러나 일본은 언제나 그랬듯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일본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기 위해 <파친코>가 더욱 크게 흥행하고 성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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