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구치소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글 울산구치소 교위 이시온
글 울산구치소 교위 이시온
‘울산 지역에서 5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를 돌진해 보행자들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저 흘러가는 뉴스 인 줄 알았는데, 우리 소 직원식당 조리원님의 이야기였다. 그분은 작년 봄 청소원의 질병 휴직으로 두 달간 대체 인력으로 채용돼 울산구치소와 연을 맺은 분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절한 직원들 덕에 이곳에서 일했던 기억이 너무 좋다며, 울산구치소에서 일할 기회가 또 있다면 다시 울산구치소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해맑게 웃으며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셨다.
한 달 후, 직원식당에 조리원 공석이 생겼고 그분은 조리원 자리에 지원 후 최종 합격해 울산에서의 근무를 다시 이어가게 된 분이었다. 근무를 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식당에 가면 언제나 환한 얼굴로 밥 많이 드시라며 직원들을 반겨주셨고, 늦게 와서 반찬이 부족할 때면 본인이 미안해하며 계란이라도 하나 더 구워 주시려고 하는 따뜻한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을 하니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알고 보니 그분께서 휴일 저녁에 남편,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다 난데없이 거리로 돌진해 온 차량에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고, 조리원님과 남편도 여러 군데 골절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가게 된 큰 사고였다. 그 자리에 없었던 첫째 아들만이 홀로 남은 식구 셋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늘 웃는 얼굴로 직원들을 맞이해 주는 분이지만, 어느 날은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셔서 무슨 일이냐고 여쭤봤더니 큰 아들이 경찰 시험에 최종 합격해 곧 경찰학교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구치소에서 근무복을 입고 일하는 아들 또래의 직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이제 아들도 멋진 제복을 입고 일하는 공무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무거운 걸 들어도 무겁지가 않고, 힘든 일을 해도 힘들지가 않고 너무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장면이 겹쳐 올랐다. 그 예쁜 아들이 졸지에 세 식구의 병간호를 도맡게 된 것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은 나만이 아니듯 구치소 직원들 사이에서도 같은 직장 동료로서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하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회의를 통해 익명 모금함을 설치하기로 했다. 성금 모금함 설치의 대원칙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것이다. 익명으로 성금을 모금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발적 성금 모금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익명 모금이 취지에 부합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다.
모금함을 설치하면서도 ‘참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적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모금함을 열자, 모금함에서는 너무나 따뜻한 온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익명 모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했던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많은 직원들이 하나 되어 위로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항상 끼니를 책임져 주시던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을, 아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목전에 두고 병상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었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째 되던 날, 큰 아들에게 모금한 성금과 함께 직원들의 마음을 전달했다. 큰 아들은 어머니가 항상 즐겁게 출근하는 곳이라 궁금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중환자실에 있던 가족들도 경과가 좋아져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 소식도 같이 전해왔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농담 삼아 ‘출근하기 싫다’라며 푸념을 할 때도 있지만, 이럴 때 울산구치소 동료라는 존재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나도 내 옆의 동료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푸념은 잠시 저리로 밀쳐 두고, 든든한 나의 직장과 동료들을 위해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고 출근길에 나선다.
“조리원님, 아드님 경찰학교 입학식 구경도 가시고 저희 특식도 맛있게 만들어 주셔야죠. 어서 나으셔서 다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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