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담벼락 안, 따뜻한 사람들
글 진주교도소 대체복무요원 원정현
글 진주교도소 대체복무요원 원정현
차가운 담벼락 안 차가운 사람들, 언제나 긴장감이 맴도는 일촉즉발의 장소, 교도소. 어렸을 적 방문했던 서대문 형무소와 중국의 731부대와 같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접 두 눈으로 봐왔던 제게 교도소는 인권과는 거리가 먼 장소였습니다. 또한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 속에서 보이는 세계 각국의 교도소의 모습은 교도소가 범죄자들의 소굴이자 폭력과 부정이 가득한 곳이라는 부정적 견해를 심어줬습니다.
대전교도소에서 시작해 진주교도소에서 복무하고 있는 지금까지 비록 두 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웠고 그 부정적 인식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복무라는 새로운 제도에 편입돼 대전 대체복무 교육센터에 소집됐고 그렇게 제 복무는 시작됐습니다. ‘신념과 병역의 조화를 위한 첫걸음!’ 대전교육센터 입구에 쓰여 있는 그 문구는 대체복무를 시작하는 첫인상이었습니다. 신념, 믿을 신(信), 생각할 념(念). 내가 믿고 생각하는 것을 존중해 주는 그런 곳이구나. 교육센터의 복무관님들 또한 따뜻하고 정중한 태도를 보여주셨고 특히나 신념과 관련된 부면에 관해 이야기하실 때면 존중심을 나타내주셨습니다. 긴장과 피로에 상시 노출돼 근무하는 환경에 그저 딱딱하고 차가울 것만 같았던 교도관님들의 따뜻한 면모는 차가운 담벼락 안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 첫걸음이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며 교정에 대한 지식과 대체복무와 관련된 정보를 더욱 상세히 배울 수 있었고 또 무엇보다 교도소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분들의 신념과 현 대체복무요원들에 대한 견해를 듣게 됐을 때는 저희에게 나타내 주신 많은 고민과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3주간의 교육을 받고 난 뒤 제게는 한 가지 교육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범죄자들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교육 내용이었습니다. 이 교육 내용은 제가 대체복무요원으로서 어떤 입지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는데 진주교도소에 오고 나서 그것이 더욱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첫 복무지 진주교도소, 서울에서 자란 제게 진주는 주변 지인들의 말처럼 천리길같이 멀게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대전 교육센터에서 진주교도소 대체복무시설에 도착했고 초겨울로 넘어가며 진눈깨비가 내리던 대전과는 달리 봄과 같이 따뜻한 날씨로 저희를 따사로이 반겨줬습니다. 그 따뜻한 기분은 날씨만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주교도소 또한 첫 대체복무제도를 맞이하는 것이었고 대체 업무를 위해 소장님과 과장님들을 비롯해 분주히 준비하신 많은 직원분들의 노고와 특히나 진주교도소 대체복무팀의 복무관님들께서 배려심 깊게 저희를 맞이해 주셨기에 따뜻함이 느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추운 겨울로 넘어갔지만 진주교도소의 복무관님들과 여러 직원분들의 따뜻함은 한 달여간 복무하면서 더 깊게 느껴졌습니다. 대체복무팀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발령돼 새로 검토해야 하는 수많은 문서들과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생활환경과 근무환경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도 바쁘게 노력하시는 대체복무팀의 복무관님들. 또한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업무로 바꾸며 잘 돌아가던 업무를 새로운 사람들에게 인계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저희에게 친절히 알려주시고 저희를 배려하는 모습은 더욱 저의 견해를 바꿨습니다.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교도소에는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수감돼 있습니다. 특히 종교나 개인적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됐던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대체복무제도는 그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해 우리 사회가 마련한 제도입니다. 또한 이러한 제도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로 만들어졌습니다. 센터의 정문에 있던 문구와 같이 우리 사회가 마련한 새로운 제도를 시작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신념과 병역 사이 조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분명 쉽지 않은 부면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저 또한 이제 교정시설의 한 일원으로서 대체복무요원으로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성실히 이행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복무는 교정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중요한 기관에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더욱이 교정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에 보탬이 되는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1년이 조금 넘은 기간 동안 한 걸음씩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는 이 제도는 분명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사회 안전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대체복무요원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행하는 저의 노력이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된다면 또한 그것이 저의 신념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복무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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