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뽀차복’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일기
군산교도소 반려동물 동호회 반사모
우리가 살면서 기꺼이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상대를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군산교도소 사무청사에는 강아지 네 마리가 살고 있다. 교정공무원들이 유기견을 하나둘 구조하면서 자리를 내주었고, 서로가 온기를 나누며 삶을 함께 가꾸는 중이다. 동물과 가족을 이룬 사람들, 군산교도소 반려동물 동호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났다.
글 김주희 사진 이정도
우리가 살면서 기꺼이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상대를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군산교도소 사무청사에는 강아지 네 마리가 살고 있다. 교정공무원들이 유기견을 하나둘 구조하면서 자리를 내주었고, 서로가 온기를 나누며 삶을 함께 가꾸는 중이다. 동물과 가족을 이룬 사람들, 군산교도소 반려동물 동호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났다.
글 김주희 사진 이정도
군산교도소 사무청사 한쪽에는 특별한 존재들이 살고 있다. 첫째 누렁이, 둘째 뽀삐, 셋째 차돌이 그리고 막내 복실이까지. 일명 ‘누뽀차복’이다. 이들은 한 가족을 이루며 생활하고 있다. 생김새도, 성격도, 사연도 모두 다른 이들이 모이게 된 태초의 이야기는 2017년 초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면회객이 유기한 누렁이가 청사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직원들이 간식과 밥을 챙겨주면서 연을 맺기 시작했다. 보안과 이호승 교위는 처음 누렁이를 마주한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다.
“학대의 경험이 있는지 사람을 무서워하고 삐쩍 말라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료를 그릇에 담아 놓고 가면 한참 뒤에 와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점차 도망가는 거리가 줄어들더니 한두 달 뒤에는 직접 간식을 받아먹는 친한 사이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누렁이는 사무청사 직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게 된 거죠.”
추운 겨울이면 온수팩을 깔아줘 매서운 칼바람에도 버틸 수 있게 했고, 매일 아침마다 누렁이의 안위를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러다 2019년에는 방황하고 있는 둘째 뽀삐를 구조했고, 2020년에는 하수구 앞에 쭈그리고 있던 셋째 차돌이를 데려오며 어느새 세 식구가 됐다. 그리고 올해 4월, 복실이까지 구조하며 ‘한 지붕 네 마리’가 함께하게 됐다.
강아지 가족을 돌보는 이들은 동호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반사모)’ 회원들이다. 2019년 당시 군산교도소 소장이던 김영식 현 반사모 고문이 아이디어를 내 만들어진 동호회다. 반려견뿐만 아니라 청사 건물 지하에 세 들어 사는 고양이 가족을 비롯해 ‘군산교정마을’에 살고 있는 반려동물들에 두루두루 사랑을 주자는 취지로 설립했다. 처음 10여 명으로 시작한 동호회는 현재 32명이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반사모 3~4명의 회원은 매일 퇴근 후 산책을 시키고 있다. 주말도 마다하지 않고 교대로 나와 밥과 물을 챙기고, 가벼운 산책을 시킨다. 반사모 회장인 이호승 교위는 강아지들의 순번을 정해 매주 등산 갈 때마다 데리고 다닌다고. 매일매일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자신들을 기다린 아이들의 눈망울을 볼 때면 피로감은 눈 녹듯 사라진다. 총무과 주수기 교감에게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이 아이들의 세계를 책임진다는 거잖아요. 때론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따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돌봐줘야 하는 생명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삶의 활력이 됩니다. 출근길에도 차 소리를 듣고 뛰쳐나오거나, 잠자다가도 깨서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어느 누가 나를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까, 감격스럽기도 하죠.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사실 교도소는 단절의 공간이기도 하다. 수용자들이 수감되는 동시에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기 때문. 그리고 누군가 청사 주변에 강아지를 유기하면서 또 다른 단절이 이뤄지는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절과 버림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유기견들은 새 주인인 교도관들을 만나 함께 살아가고 다시 새로운 삶을 꽃피우고 있다. 이 자체가 기적이 아닐지. 이남구 소장 또한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우리 교도소는 수용자가 가족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면회객에 의해 반려견이 버려진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아요. 직원들이 반려견을 편하게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이남구 소장은 부임한 후 회원들에게 “멍멍이들 편안하게 키워라, 밤에 애들 짖어도 그게 멍멍이들이 하는 일 아니냐”라며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탰다. 또한 주거 공간이 협소해져 고민하는 회원들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했다. 그 결과 더 튼튼하고 넓은 세컨드 하우스를 만들 수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은 온기와 온기가 더해지는 인연을 이끌기도 했다. 넷째 복실이를 구조한 후, 법무샘 자유게시판에 입양할 분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격려의 마음과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반사모 총무인 보안과 이서인 교사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얼굴 한번 뵙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안부와 건강을 염려해 주신 법무가족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보편적인 진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2019년에는 인근 지역의 유기견보호센터에 강아지들이 한겨울에 덮을 이불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폐모포 1,000여 장을 가져다준 적이 있었습니다. 한철 겨울이나마 모포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마음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죠.”
강아지에서 사람으로, 그리고 또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정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누리는 중이다. 총무과 홍원태 교감은 ‘함께’의 힘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사람과 강아지는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인생이나 견생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강아지들도 더 좋은 환경을 만나게 됐지만, 우리 또한 하찮게 보이던 것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인생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게 됐죠. 반사모 활동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요?”
한편 동호회 활동이 행복한 만큼 고민이 깊어지기도 한다. 강아지들이 천수를 누릴 때까지 보호해 줄 직원들과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는 것이 큰 과제이기 때문. 인사이동이나 휴직 등으로 강아지를 직접 케어하는 직원들이 떠나게 될 상황이 걱정스럽다. ‘아이들의 미래가 완전히 보장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자리하는 터. 그럼에도 반사모 회원들은 강아지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소소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나아간다.
“우리가 하는 일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아니고요. 동호회를 알리는 것 또한 조심스러워서 고민도 많이 했죠. 언제까지 우리가 네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할 수 있나에 대한 걱정도 앞섭니다. 다만 전국의 교정 가족들에게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을 알리고, 이들이 더 이상 버림받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돌아보건대, 우리 또한 누군가 응원해 주고 부축해 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반려’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다. 반사모 회원들과 강아지는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 닮아가는 중이다. 사람과 동물, 보호자와 유기견의 경계를 넘어 서로 사랑하고 교감하는 일상. 이런 게 ‘진짜’ 반려가 아닐지. 반사모의 선한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군산교도소 보안과 게시판에 있는 반사모 가입 요청 게시물을 이용하면 된다. 인스타그램 ‘dogs_in_prison’에서도 아이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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