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잔칫날 빠지지 않는 음식
떡
절기 중에서도 명절(名節)인 한가위는 신라 때는 물론 고려 9대 속절(俗節)과 조선 5대 명절에도 당연히 꼽힐 만큼 민족 최대 명절이었다. 절기에 챙기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 한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떡(餠)이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절기 중에서도 명절(名節)인 한가위는 신라 때는 물론 고려 9대 속절(俗節)과 조선 5대 명절에도 당연히 꼽힐 만큼 민족 최대 명절이었다. 절기에 챙기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 한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떡(餠)이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주식으로 먹는 옥수수나 카사바 빵은 떡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 떡과 비슷하다. 요즘은 소를 넣거나 고물을 묻히고 과일이나 곡물을 넣는 등 빵과 떡은 그 구분이 모호하다.
초창기 성경에선 빵을 그대로 떡으로 번역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는 오병이어(五餠二魚)라는 구절도 있다. 찰기가 있는 우리의 쌀떡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스트를 넣지 않은 고대 이스라엘 빵은 인도의 난 형태라 구운 떡과 그리 다를 바 없다. 일찌감치 서양, 중동과 교류가 잦았던 중국에선 지지거나 구운 떡을 빙(餠)이라 부른다. 우연히도 포르투갈의 팡(pao), 프랑스의 팽(pain)과 발음까지 비슷하다. 애초 곡물을 갈아 굳힌 다음 익히는 원리는 떡이나 빵 모두 비슷했을 것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아침에는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차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간다. 송편은 햇곡으로 빚어 솥에 솔잎을 깔고 쪄 먹는 ‘반달’ 모양 떡이다. 소로 콩이나 깨를 넣기도 하고 앙금을 만들어 채우기도 한다.
떡은 쌀이나 밀 등의 곡물을 찧어 반죽한 다음 이를 쪄낸 음식이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쌀 문화권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부피에 비해 재료가 좀 더 많이 드는 떡은 밥보다 귀했다. 밥보다 밀도가 치밀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식량 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 떡을 짓거나 술을 빚는 행위는 ‘사치’에 속했다. 비교적 부유한 사람도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 떡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닌 밤중에 웬 떡?”,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 “그림의 떡” 등 온갖 좋은 일을 떡에 비유했다. 산에서 나타난 호랑이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등 설화 속에도 생명과 바꿀 만큼 좋은 음식으로 등장한다.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었어도 떡의 위상은 변함없다. 명절에 회사에서 직원에게 지급하던 떡값(보너스)이 그 의미가 바뀌어 뇌물로 인용되거나, 떡고물이 부당 이득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여전히 떡은 ‘좋은 것’이다. 요즘도 이사를 오거나 개업을 하면 빵이 아니라 떡을 돌리는 것이 기본이다. 생일이나 돌잔치 등 경사에도 마찬가지며 승진에도 적용된다.
떡은 술처럼 집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었다. 조선 때만 해도 누구네 떡이 맛있다는 얘기가 돌았고 기록에도 남았다. 떡에 고유 문양을 남기는 떡살에는 가문의 정체성을 담았다. 유럽의 가문 문장(insignia)에 비견할 수 있는 떡살은 빌릴 수도, 살 수도 없는 단호한 ‘정체성’이었다.
식생활 변화에 따라 떡 소비량이 현저히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은 일상 속에서 떡을 많이 먹고 있다. 평소 떡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도 떡볶이나 떡꼬치, 떡국, 떡라면 등 알게 모르게 떡을 먹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해 잉여미곡이 많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떡은 이를 해결할 좋은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최근에는 떡을 전문으로 하는 셰프들이 창작한 디저트 떡이나 간식 떡이 다양하게 출시되며 젊은 층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예전 것이 많이들 사라졌지만 상고시대부터 내려온 떡만큼은 영원해 보인다. 지금도 행사나 절기에 맞춰 떡이 없다면 뭔가 빠뜨린 듯 섭섭하다. 누천년 지속돼 온 농경사회에서 떡이 가진 위상이다. 떡의 끈끈함이 우리네 삶과 이미 닮아있고, 적절한 단맛과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이미 한국인 입맛의 주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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