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를 바른길로 이끄는 ‘자치 처우의 등대’
영월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수형자 자치제 전담교도소다. 말 그대로 이곳에서는 수형자들이 정해진 규율에 따라 자치회를 꾸리고 작업·교육·자율활동 등을 주도적으로 펼쳐 나간다. 교정본부와 각 교정기관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고 앞으로의 개선 가능성이 높은 모범 수형자들이 모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영월교도소의 수형자들도 교정공무원들의 감독과 통제를 받는다. 다만 출소 후 사회 복귀와 안착이 더욱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교정공무원들의 개입을 줄이고 수형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정교화 활동이 이뤄진다. 영월교도소 보안과 작업팀은 이러한 목표의 중심에 서 있는 부서로, 수형자의 일과 전반을 계획하고 작업장과 교육장을 관리한다. 아울러 자치 처우의 취지에 맞춰 저녁식사 이후 수형자들에게 주어지는 2시간 내외의 자율활동 시간에 대한 계획 수립 등 일과 외적인 수형자 활동도 계획, 관리하고 있다. 수형자의 자율성이 올바른 방향으로, 한결 원활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이끄는 ‘자치 처우의 등대’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영월교도소의 수형자들은 각자의 의사와 특기에 따라 취사장, 운영지원작업장, 위탁작업장 3곳, 교육장 6곳에서 하루 일과를 보냅니다. 취사장에서는 수형자들의 식사를 만들고, 운영지원작업장에서는 시설 보수, 세탁 등을 맡습니다. 위탁작업장에서는 미용실에서 쓰이는 미용 용품과 각종 봉투류를 제작해 납품하고, 교육장에서는 약용식물재배, 한지공예, 외국어 교육, 버섯종균, 조경기능 등을 익힐 수 있는데요. 저를 포함한 작업팀 직원 8명은 각지에서의 일과가 교정교화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수형자 자치 활동을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있습니다.”
성공적 사회 복귀의 첫걸음, 자존감 회복
자치 처우의 목표는 수용 생활과 사회생활의 간극을 줄여 모범 수형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죄를 뉘우치고 성실하게 살아 보려는 수형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낮아진 자존감이다. 이는 출소 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며, 심한 경우 재기에 대한 의욕과 희망까지 꺾일 수 있다. 작업팀은 이런 점을 고려, 수형자들을 존중하는 한편 이들이 주도적인 자치 수용 생활을 통해 자존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정해진 규율 내에서의 자율권을 보장한다.
“교정공무원과 수형자라는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수형자들을 존중합니다. 예컨대 나이에 관계없이 존댓말을 붙이고, 정확하게 지시하되 되도록 청유형 말로 전함으로써 주어진 과제를 해내고 싶다는 의지를 끌어올리는 식이죠. 우리네 사회처럼 수형자 자치회의 권한을 존중하는 동시에 책임도 강조합니다. 일방적인 감독과 통제 대신 스스로 올바른 방향을 찾고 꾸준히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사회에 나와서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러한 업무 중점 사항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 초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수형자 중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취사장에서 일할 수 있는 수형자가 상당수 줄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수형자 공동식당을 임시 폐쇄하고 개별 도시락을 각 거실에 배달해야 했다. 작업팀 직원들이 이러한 상황을 수형자들에게 전하자, 수형자들이 긴밀하게 움직였다. 남아 있는 취사장 인원들이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렸고, 다른 작업장에 소속돼 있던 수형자들이 도시락 포장 지원 근무에 나섰다. 덕분에 영월교도소 수형자 취사장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일로 인해 지원 근무에 참여한 수형자들의 자존감이 부쩍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단단한 사명감
작업팀 직원들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서로 다른 작업장 및 교육장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따로 모여서 티타임이나 휴식 시간을 가질 순 없지만, 작업팀의 일원이라는 남다른 사명감으로 일손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손을 내민다. 영월교도소는 규모가 작다 보니 교정공무원 수도 적고, 이에 따라 작업팀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 외 다른 일을 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 공백을 걱정하지 않는다. 마치 그러기로 했다는 듯 너도나도 나서서 빈자리를 메우기 때문이다.
“올 7월에 외부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수형자가 2명 생겼습니다. 외부 기관에 수형자가 있어야 하니 누군가 함께 가 있어야 했는데, 사정상 작업팀에서 그 인원을 뽑아야 했죠. 당연히 해당 직원이 빠진 작업장에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무더위 속에서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돌아가며 작업장을 돌봤습니다. 끈끈한 동료애와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죠. 팀장으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웃음)”
작업팀의 업무는 수형자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도 변화시켰다. 대부분의 수형자가 자치회를 중심으로 성실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교정교화가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 덕분에 작업팀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한층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작업팀 직원들의 이야기다.
작업팀은 최근의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교도소 내 감염 확산을 미연에 막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백신을 3차까지 맞지 않은 수형자에게 추가 접종을 권하는 등 다각적인 감염 방지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작업팀은 월간 <교정>으로부터 전달받은 알찬 선물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도 수형자 자존감 회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MINI INTERVIEW
뜨거운 동료애가 우리 팀을 살립니다
“국내 유일의 자치 처우 교도소에서 일하는 만큼 업무가 복잡다단하고 인원 공백이 종종 있는 편인데도 기꺼이 동료를 돕겠다고 나서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러한 동료애가 우리 팀을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만큼 팀장인 저도 여러분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앞으로도 함께 갑시다!”
보안과 작업팀 정승필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