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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내기보다
자연스럽게

가수 홍경민

첫 소절만 들어도 단번에 노래 이름을 맞출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 라틴댄스 열풍을 일으켰던 ‘흔들린 우정’은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홍경민은 화려한 영광에 취해있기보다 순리대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 굴곡을 이겨내기보다 자연스럽게, 중심을 지키며.

정라희 사진 홍승진

한국의 리키 마틴, 뮤지컬 작가에 도전하다

세월이 흘러도 아는 사람은 안다. 한때 그의 이름 세 글자를 수식하던 ‘한국의 리키 마틴’이라는 별명을 말이다. 실제로 홍경민은 글로벌 팝 스타 리키 마틴처럼 한국에 라틴 팝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금도 어떤 이들에게는 과거의 수식어만은 아니다. 무대에서 ‘흔들린 우정’을 부를 때면 가요 차트 1위에 올랐던 그때 느낌이 살아난다.
한 시절을 풍미했어도 소리 없이 잊히는 스타도 있다. 하지만 홍경민은 요즘도 TV에서, 라디오에서, 뮤지컬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다. KBS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도 변함없는 가창력을 보여주고 있고, ‘용띠클럽’으로 불리는 1976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우정도 견고하다. 대다수 멤버가 한 시절을 풍미한 스타들이지만, 이들은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인맥이 아닌 아름다운 거리를 지켜주는 친구로 남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을 통해서도 용띠클럽 멤버인 배우 차태현을 응원하러 전남 나주와 강원도 화천을 연달아 찾았다. 평소 노래하던 무대와는 사뭇 다른 평범한 동네 마트에서도 그는 주민들과 소탈하게 어우러지며 즉석 디너쇼를 펼쳤다.
가수로서 노래하고 배우로서 연기했던 그에게 2022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다. 직접 쓴 대본으로 뮤지컬 공연을 올린 까닭이다. 뮤지컬 <볼륨업>은 한때 전설적인 라이브 클럽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해버린, 클럽 볼룸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라이브 밴드를 만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창작뮤지컬에 몇 차례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오래전부터 구상은 했는데 말처럼 쉽지 않더군요. 본업을 하면서 따로 뮤지컬을 준비하려면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하니까요. 그러다 올해 타이밍이 잘 맞았습니다.”
뮤지컬 준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때는 올해 1월이었다. 밴드 라이브 뮤지컬을 염두에 두었기에 극의 배경이나 설정은 일정 부분 정해져 있었다.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직접 배우들을 섭외하고, 자신도 배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첫 시즌 무대를 올렸다.

라이브 음악의 매력을 무대로

스토리에 무게를 두는 작품도 있지만, 그는 그보다 라이브 음악이 지닌 매력을 관객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밴드 라이브 뮤지컬로 콘셉트를 잡았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공연 중에 다양한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밴드 라이브 뮤지컬은 정해진 자리에 악기를 세팅해야 했기에, 라이브 클럽을 배경으로 극을 구상했다. 머리로 상상하던 장면을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인물과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노래하고 연기하고 예능을 했던 다양한 경험이 뮤지컬 대본을 쓰면서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정 장면에서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을 때 어떤 감정이어야 하는지 이미 생각해 본 적이 많으니까요.”
밴드 라이브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배우 캐스팅부터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인 노래 실력이 있으면서도 연기력까지 갖춘 이들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그의 기획에 공감해 준 이들이 있었고, 현재의 라인업이 갖춰졌다.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배우들도 있었지만, 이번 뮤지컬을 통해 따로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도 있다. 다행히 관객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8월부로 첫 시즌을 마친 뮤지컬 <볼륨업>은 재정비를 거쳐 9월부터 두 번째 시즌 공연에 들어갈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저 자신의 만족보다 관객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계시기도 했고요. 초연부터 만족할 수는 없지만, 발전 가능성만큼은 인정받은 것 같아요. 다음 공연까지 작품을 재정비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가려고 합니다.”

맡은 일에 집중할 때 찾아오는 변화와 도전

대중의 눈에 비친 그는 멈추지 않는 도전과 변화를 시도해 온 연예인이다. ‘흔들린 우정’으로 단박에 인기를 얻은 것처럼 보이는 그도 실은 1997년에 록발라드풍의 ‘이제는’으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라틴댄스 스타일의 ‘흔들린 우정’을 선보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에도 연기와 예능에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정상의 자리는 후배들에게 내어줬으나, 여전히 그는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스타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새롭게 도전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죠. 그와 비교하면 저는 특별히 도전적인 성향은 아니에요. 록발라드를 불렀다가 ‘흔들린 우정’을 하게 된 것도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음악이 대중에게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향을 찾았을 뿐이었어요.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 거라고 할까요. 다만 주어진 일에는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뮤지컬 대본을 쓴 것만큼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이전에 걸어온 길과 결이 확연히 다른 일이었기에, 초반에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대단한 도약을 기대하기보다, 새로운 가지를 하나 더 뻗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에 나섰다.
“과거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해서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흔들린 우정’으로 인기를 얻었을 때도 그 영광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연예계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서 후배들에게 조언할 일도 생기는데요. 그때마다 ‘내려갈 때 잘 내려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예나 지금이나 저를 꾸미기보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내려고 하고요.”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다른 평가를 받을 때가 많은 연예인이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교정공무원들의 고충에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는 좀 더 힘을 실어 교정공무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도 외부에서 알아주지 않을 때가 많으실 것 같아요. 사회 안정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하게 일하는 교정공무원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디엔가는 저처럼 교정공무원의 고충을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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