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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산뜻하게
도전은 과감하게

순천교도소 교위 최상철

여름이 깊어갈수록 날씨도 후끈해진다. 산뜻한 옷차림은 무더위로 지친 몸에 활력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평소 시도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스타일에 도전해 보고자 순천에서 서울로 향한 최상철 교위. 이날 하루는 그가 바로 이 구역의 패션왕이다.

정라희 사진 홍승진
스타일링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올여름 특별한 추억이 될 색다른 시도

평소에는 무난하고 편안한 스타일을 주로 입었다. 출근하면 근무복을 입고 생활할 때가 잦았던 터라 분주한 일상 속에 패션까지 신경 쓸 겨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한때는 빨간색 바지를 입고 다니기도 했을 만큼 ‘무조건 무채색’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이처럼 최상철 교위는 기회만 있다면 얼마든지 과감한 스타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지닌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동료의 추천으로 ‘나도 패션왕’의 주인공이 됐을 때도 쑥스럽기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욱 컸다.
“아내에게 ‘나도 패션왕’ 이야기를 살짝 했더니 먼저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서울로 왔습니다.”
최상철 교위에게 서울은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자주 데이트를 즐겼던 곳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장거리 이동도 마다하지 않고 쉬는 날이면 서울로 발걸음을 옮기고는 했다.
“아내는 대학교 같은 과 후배에요. 막상 학교 다닐 때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거든요.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면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인연이 됐습니다. 한창 연애할 때는 제가 경북북부제2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었거든요. 당시 제가 머물던 안동에서 서울까지는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그렇게 1년 정도 장거리 연애를 하다 2011년에 결혼했습니다.”
이후 순천교도소로 발령받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순천에 터를 잡았다는 최상철 교위. 전주교도소에서 근무할 때는 홀로 관사에서 3년 동안 생활하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1월에 순천교도소로 돌아오면서 다시 가족들과 오순도순 순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순천은 자동차로 30분이면 도시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인구가 28만 명 내외의 작은 도시여서 대도시처럼 복잡하지 않고 사람들도 여유가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가족들도 순천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패턴 셔츠 & 화이트 팬츠

여름을 상징하는 타이다이 패턴의 오버핏 셔츠와 화이트 팬츠로 맞추고, 레더 스트랩 샌들과 선글라스 더해 깔끔하고 시원해 보이는 휴가철 트래블룩.

리넨 셔츠 & 바지

댄디한 느낌을 주는 린넨 소재의 카키 컬러 재킷과 아이보리 티셔츠, 베이지 치노 팬츠, 베이지 펀칭 로퍼로 구성한 톤온톤 무드의 여름 오피스룩.

새로운 변화가 이어지는 2022년

올해로 13년 차 교정공무원인 그에게 2022년 하반기는 변화의 시기다. 오래 몸담았던 보안과를 떠나 직업훈련과에서 업무를 시작한 까닭이다.
"보안과와 직업훈련과 근무의 가장 큰 차이라면 `주벽'이에요. 보안과는 주벽 안에 있는데, 직업훈련과는 주벽 밖에서 근무하거든요. 외부 업체에서 발주한 업무를 수용자들이 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조율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훈련과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직업훈련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용자들을 선발하는 일이다. 7월부터 시작한 일이지만 그는 빠르게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업무를 익혀가며 새삼 `도전'의 의미도 되새긴다. 일반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교정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열정 가득했던 시절의 임용 초기의 추억도 떠올려본다.
"처음에는 교정공무원의 장점이 직업의 안정성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정공무원이 되고 나서 느낀 최대 장점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겁니다. 다재다능한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예전처럼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일상을 회복하고 싶은 바람도 생겼다. 사실 최상철 교위는 쉬는 날이면 실내에서 머무르기를 선호했던 타고난 `집돌이'였다. 하지만 한창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생 자녀와 캠핑을 시작하면서 아웃도어 활동에도 눈을 떴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함께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은 바람도 생겼다.
"한때는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즐긴 적도 있습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기타를 배워서 서너 번 공연도 했었어요. 탁구와 축구도 해봤고, 전주에서 근무할 때는 권투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십견이 와서 한동안 운동을 쉬었더니 나중에는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막상 시작하기가 어려웠거든요. 어쩌면 이번 촬영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도전의 여정

모던한 분위기의 스튜디오에 앉아 헤어스타일을 정리하고 메이크업을 받으니 어쩐지 어색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원하던 스타일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솟는다. 이날 최상철 교위가 선택한 첫 번째 변신 콘셉트는 ‘공항룩’이다. 새하얀 바지에 세련된 무늬가 있는 반소매 셔츠를 매치하니 상쾌한 느낌이 살아난다.
“패션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옷을 입었을 때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지면 어색한 거고, 어색하지 않다면 괜찮은 거라고요. 그래서 평소에도 옷을 입을 때 당당해지려고 합니다.”
최상철 교위의 두 번째 변신 콘셉트는 ‘캐주얼 오피스룩’이다. 법학을 전공한 덕분에 교정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송무를 담당하면서 재판참석을 위해 종종 정장을 입을 때도 있었지만, 편안하면서도 스타일까지 챙길 수 있는 캐주얼 오피스룩은 정작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은은한 베이지색 면바지에 가벼운 티셔츠, 산뜻한 소재의 재킷을 걸쳐 완성한 캐주얼 오피스룩. 유달리 잘 어울리는 스타일에 본인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제가 모델이 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화보 촬영할 일이 살아가며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결혼식 이후로는 거의 그런 기회가 없잖아요. 실제로 촬영해 보니 기대 이상으로 설레는 기분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손길과 안목으로 이제껏 몰랐던 자신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 더욱더 좋았다고 말하는 최상철 교위. 앞으로는 헐렁한 박스형 셔츠 대신 스타일을 살려주는 옷차림도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일상을 바꾸는 도전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익숙함을 내려놓는 작은 용기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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