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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도서관 ‘사월이네 북리뷰’
책 읽어주는 유튜버 라이프

인천구치소 교위 김규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인천구치소 김규범 교위가 그렇다.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맞춤옷처럼 입고 있다. 작가와 유튜버, 강사에 이르기까지 삶의 반경을 넓혀온 김규범 교위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온전히, 마음껏 사랑했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그가 전하는 도전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김주희 사진 이정도

책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다

책을 주제로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는 ‘북튜버(Book + YouTuber)’는 영상을 통해 새로운 독서 문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튜버는 책의 핵심 내용을 읽어주거나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며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독서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이끈다. 김규범 교위는 ‘사월이네 북리뷰’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2.5만 명을 보유한 북튜버다. 활동한 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유튜버다.
“채널의 슬로건이 ‘책을 읽고 소개하고 감상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책 또한 대중문화의 한 파트이고, 새롭게 출간되는 책의 양은 셀 수 없을 정도죠. 종류와 양이 방대한 만큼 똑같은 작품을 읽은 사람을 찾기 쉽지 않잖아요.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그 영화 봤어?’라며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것처럼,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마음에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통해 사람이 모이는 ‘시청자의 도서관’인 셈이죠.”
사월이네 북리뷰의 콘텐츠는 ‘편안하고 친근한’ 것이 장점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책과 친해지도록 돕는다. 자신의 독서 경험을 고스란히 녹인 독서 포인트나 더욱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팁 등을 전달한다.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고전 문학을 보편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 요소를 더한 콘텐츠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음식의 어원을 담은 책을 주제로 한 경우 ‘쿡방’을 보여주는가 하면, 문학 전집 ‘언박싱’, 저자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김규범 교위만의 신뢰감을 주는 화법, 또렷한 발음과 발성 등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읽는’ 사람을 넘어 ‘쓰는’ 사람으로

김규범 교위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기획’이다. 기획이 명확하지 않으면 방향성을 잃고 시청자들에게도 와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분 내외의 영상을 선보이기까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를 구성하고, 책마다 지닌 고유의 분위기와 특징을 살리기 위해 섬네일을 따로 제작하는 등 영상 하나하나에 세심한 정성을 쏟는다. 많은 영상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콘텐츠는 고(故) 이외수 작가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6~7개월 지났을 때였어요.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널임에도 작가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작가님 작품을 소개한 영상을 보시곤, 어떻게 그렇게 작가 의도를 잘 파악했는지 놀랐다고 하셨어요. 직접 찾아뵙고 인터뷰도 할 수 있었죠. 그때 용기와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그때 말씀해 주신 새 작품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 게 많이 아쉽지만, 제게 해주셨던 따뜻했던 말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김규범 교위는 유튜버 활동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에서 책을 쓰는 작가가 된 것. 5년 동안 고전문학을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고전의 고전>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유튜버로서는 보편적인 해석을 전달하는 정보 제공자였다면 작가로서는 자신만의 관점과 삶의 경험을 오롯이 녹여냈다. 30편의 고전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지식을 전하는 정보서, 직장인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 동기부여 자기계발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지식서’인 셈이다. 일주일 동안 예약 판매를 진행했는데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홍대 소극장에서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객석이 텅 빌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무려 200여 명이 찾아오셨더라고요. 무대에 올랐는데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채널 구독자냐고 질문을 했더니 많은 분들이 손을 번쩍 드시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하셨던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구독자와 랜선으로 이어가던 소통을 대면하며 생생하게 교감한 뜻깊은 자리로 남았습니다.”

도전으로 일군 삶의 생동감

국가직 공무원 최초 유튜버인 김규범 교위는 그 누구보다 유튜버 활동에 ‘진심’이다. 퇴근 후와 주말을 활용해 기획,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서 한다. 주 1~2회 업로드하는 일이 피곤할 법하건만 스스로 좋아서 하기에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되레 채널을 운영하면서 맞이한 긍정적인 변화는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자랑스러워요. 광화문 서점에 가족과 함께 갔는데, 딸이 ‘작가 아빠’라며 자부심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책을 잘 소개하기 위해 좋은 책을 선별해 열심히 읽는 만큼 지식이 계속 확장되는 것 같아요. 의학, 역사 등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책을 읽고 정보를 한 번 더 정제하기 위해 곱씹기 때문이죠. 전문 지식의 경우 업무 지식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김규범 교위는 유튜버에 도전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동료들을 위한 도움말도 덧붙였다. 공무원 신분으로 N잡을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 겸직 허가를 받기 전에 주제를 충분히 고려하길 권했다. 취미 및 여가생활 등 건강한 주제의 콘텐츠라면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당부했다.
“책 속에 저를 ‘하이브리드 휴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워낙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바쁘게 살면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정말이지 사는 게 재밌습니다.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느낀달까요. 무언가를 하고 결과를 얻는 행복이 큽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새 작품도 집필 중이고,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대중과 가까이 소통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대중과 오래오래, 가까이 만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김규범 교위. 또렷한 목표와 농도 짙은 열정,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만들어낼 그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김규범 교위가 추천하는 고전 Best3

『고전의 고전』 저자 김규범

고전 문학작품 30편을 직장에서의 에피소드와 연결 지은 책.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일상을 향한 동기부여는 덤.

『외투』 저자 니콜라이 고골

직장 생활에서 겪는 세대 갈등, 권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은근한 팩폭으로 슬기로운 직장 생활의 길잡이를 제공한다.

『레 미제라블』 저자 빅토르 위고

직업, 성격, 외모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교도관으로서 수용자 한 명 한 명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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