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환히 밝히는
수용자들의 세상
공주교도소 교정위원 최영호
젊은 시절 살기 위해 어렵고 거친 시기를 지나 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는 최영호 교정위원. 생명샘교회 담임목사이자 빛과 소금 선교회장인 그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굳은 종교적 신념으로 수용자들의 어두웠던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젊은 시절 살기 위해 어렵고 거친 시기를 지나 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는 최영호 교정위원. 생명샘교회 담임목사이자 빛과 소금 선교회장인 그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굳은 종교적 신념으로 수용자들의 어두웠던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최영호 교정위원의 청년기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안 해 본 일 없이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살았다. 덕분에 떡을 만들어 전국의 도매상에게 대량 납품하는 떡공장을 차릴 수 있었다. 사업이 여러 고비를 넘기는 가운데 만난 종교는 때때로 흔들리던 그의 마음을 굳게 다잡아 줬고, 종교로부터 배운 가르침을 바탕으로 다방면의 나눔 활동을 펼쳤다. 교정과의 오랜 인연도 이렇게 출발했다.
“빛과 소금 선교회 1대 회장이었던 김모세 목사가 어느 날 공장으로 찾아왔습니다. 지인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는데, 김 목사가 수용자들에게 빵을 나눠 주던 중 눈물을 흘리며 ‘내가 더 해 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이것밖에 못 가져온다’고 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저에게 가 보라고 추천을 해 줬던 모양입니다. 저에게 와서는 수용자들에게 나눠 줄 떡을 지원해 주십사 부탁을 하는데, 김 목사의 얼굴이 낯익더군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 기도원에서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한 번 나눴던 사이였죠. 그때부터 우리 공장에서 만든 떡을 수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의 일이니, 벌써 30년이 넘었군요.”
떡을 도매상에게 판매하는 공장 특성상, 새벽에 떡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김 목사가 교도소에 같이 들어가자고 해도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상당 기간을 떡만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렀지만, 그 마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업 부도로 공장이 넘어갔을 때도 다른 공장을 빌려 기어코 수용자들에게 돌아갈 떡을 찔 정도였으니, 그 각오와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열심히 활동했던 김 목사가 세상을 떠난 뒤 선교회 2대 회장인 김병곤 목사가 찾아왔을 때, ‘이제 나도 교도소에 갈 때가 됐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꺼이 교정사역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전국 교도소를 다니며 예배, 자매결연,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2004년 목사 안수를 받았죠. 떡공장 사장이 교정사역에 힘쓰는 목사로 거듭난 겁니다.”
2007년, 공주교도소의 한 사회복귀과 직원이 그에게 불우 수용자들과의 자매결연 활동을 청했다. 최영호 교정위원은 이를 계기로 공주교도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교정사역의 적극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그해 가을 공주교도소 교정위원에 임명됐다.
“지금은 충북 음성군에 공장이 있어서 오는 데 2시간 걸리지만, 성남에 공장이 있었을 때만 해도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매월 4~5회 교정사역을 위해 공주교도소를 찾았죠. 공주가 고향인 것도 아니고 이곳에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지금껏 열심히 다니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저와 공주교도소는 인연이긴 한가 봅니다.(웃음)”
종교는 때때로 신념이나 가치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최영호 교정위원은 그 힘이 수용자들을 올바른 사회 복귀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는 실제로 교정사역을 통해 많은 수용자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어릴 적 큰 범죄를 저질러 20년 가까이 복역한 한 수용자는 죄를 뉘우치고 출소한 뒤 열심히 일하며 종종 그에게 안부 전화를 건다. 눈앞의 유혹으로 굳게 마음먹었던 신념이 흔들릴 때, 종교적 가르침을 통해 나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이른바 ‘영성훈련’도 여러 차례 진행해 수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교정위원으로서의 활발한 활동, 그 뒤에는 아내와 공주교도소 교정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지금까지도 제가 지원 물품을 깜빡할 때마다 꼼꼼하게 수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챙겨줍니다. 교정공무원들은 그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교정사역 활동이 온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밑바탕을 만들어 주시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이분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영호 교정위원은 작년 개최된 제76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서 그간의 교정교화 공로와 헌신적 노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또한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의 덕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네요!”라며 앞으로도 교정위원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최영호 교정위원. 그의 나이는 올해로 74세지만, 수용자 교정교화를 향한 열정만큼은 영원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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