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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공무원의 직업소명의식 생성과
발달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 퇴직 여성 교정공무원 사례 연구②

송남옥*

Ⅰ. 서론
Ⅱ. 선행 연구
Ⅲ. 연구 방법
Ⅳ. 연구 결과
Ⅴ. 논의 및 제언

Ⅳ. 연구결과

1. 천형의 유배지 소록도에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봄

교순은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소록도에 있는 국립 소록도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취업했다. 사회 첫 출발을 간호조무사로 시작했고, 1년 8개월 재직했다. 그러던 중 신문에 공고된 교정공무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했다. 청송 제2보호감호소로 발령을 받아 교정공무원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은 교정공무원을 간수라고 불렀고, 공무원 신분 중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직종으로 여겼다. 교순 역시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에라도 홀린 듯이 지원을 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진 연휴에 날개 짓을 한다.”는 헤겔의 말처럼 역사는 사람을 불문하고 그 과정과 선택은 사후해석이다.
교순은 처음에는 공무원 신분이지만 경쟁률이 낮고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력을 느꼈지만, 교정공무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교정공무원의 길은 자신에게 준비된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순은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철저한 절망을 보았다. 한센병 환자들은 과거 나병 또는 문둥이로 불렸고 사회로부터 격리돼 유배지나 다름없었다.
뭉둥병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에서는 소록도로 가야만 하는 한센병 환자들의 철저한 고독과 슬픔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機山河)
눈물의 언덕을
피ㄹ 닐니리.

과거 한센병 환자들은 하늘의 형벌을 받은 천형의 환자라고 인식됐고 소록도로 유배됐다. 하지만 교순은 그곳에서 희망을 보았다.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은 절망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나름대로 삶을 영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첫 사회생활이 소록도였다는 것은 절망 속으로 들어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라는 신의 계시와도 같다고 기술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떨어져서 재수를 했어. 대학교 떨어지고 소록도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로 채용이 있었어. 거기서 간호조무사를 특별 채용해 가지고 훈련 교육시켜가지고 거기에서 근무하게 했다고…. 1년8개월 근무하다가 내가 이제 다시 학교에 대한 미련이 남아가지고 공부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공부하다가 신문에 교정직이 나왔어. 그래서 본 건데 합격이 돼가지고 청송제2감호소 발령을...”
교순에게 교정공무원으로서 첫 직장은 청송 제2보호감호소였다. 현재는 일반교도소로 전환됐지만 1980년대 당시에는 감호소였다. 1980년대 신군부는 삼청교육대를 해산하면서 범죄인들의 재사회화와 사회적응이라는 미명으로 사회보호법을 제정했고, 동종 전과 3회 이상, 3년 이내 재범을 한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이 법은 2005년 폐지됐지만 80년대 당시 사회보호법은 사회통제와 공포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기에 지식인들과 인권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따라서 청송감호소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 속담에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는 말처럼 청송감호소에 근무하는 교정공무원들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청송가는 길」이라는 1990년 영화에서 생계형범죄로 전과38범인 주인공 중광은 출소한지 며칠 만에 염소 한 마리를 훔친 죄로 보호감호 10년의 처분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님은 교순의 선택을 반대했고 그 당시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얌전히 학교를 마치고 시집을 가라는 요구를 했고,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친구들에게도 교정공무원이라는 것을 함구해야 했다.
“가족들은 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청송에 보낸다는 게 범죄인들 하는데를 가냐 가지 말고 이따가 여기 가만히 있다가 시집가라 이런 식이었죠.”
“나중에 ○○에 와가지고 어디 다니냐 어쩌냐 이렇게 할 때 교도소 다닌다 이렇게 했지. 그전에는 막 그런 걸 친구들한테 내가 알리고 이런 상황은 아니었어. 좀 우울한 20대였다고 해야 하나. 그때 당시에 내 마음은 그랬어.”

하지만 교순은 종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교인보다 더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고 믿었고 모든 것이 종국에는 시간이라는 폭력 앞에 소멸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종말론적 인식론은 1960년대 서양 신학계를 풍미했던 희망의 신학과도 유사하다. 교순 역시 기독교인도 아니고 신학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 동시에 죄인이며 그 선과 악은 종말에 가서 밝혀진다고 믿고 있었다. 교도소 역시 인간에게는 종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말은 소멸과 파괴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고대 히랍어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기독교 신학에서는 묵시, 일반적으로는 파괴적 종말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 다른 히브리어 아포칼립토(Apocalypto)는 아포칼립스의 또 다른 변형으로서 새로운 출발과 시작을 의미한다. 교정시설은 특히 감호소는 아포칼립토가 될 수도 있고 아포칼립스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교순은 절망의 절망이라는 사람들이 절망의 극한으로 여겼던 소록도에서 희망을 보았듯이 교도소라는 감호소라는 아포칼립토를 보고자 했다.
“우리가 이제 같은 종족같은 한 동물 중에서도 한 인간이라는 것 때문에 우월감을 가지고 마치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이러지만 결국은 그것도 유한한 존재잖아요. 유한한 존재고 큰 거대한 자연의 한 일부로 보면 동물의 세계가 있고 인간의 세계가 있고 식물의 세계가 있듯이 그냥 어느 시기가 되면 다 사라지고 소멸되는 한 생명체일 뿐이다. 저는 그렇게 봐요. 그렇게 보면 좀 이런 갈등이라든지 문제의 어떤 그런 것들이 이렇게 좀 내려앉게 되더라고. 결국 우리가 살아 있을 때 권력이 어쩌니 뭐가 어쩌니 돈이 어쩌니 얘네가 하기는 해도 그것이 유한하잖아요.”

2. 이기적 가족주의를 넘어 가족의 외연 확장

교순은 같은 교정공무원인 남성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는 매우 성실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교순이 남편에게 끌린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성에 대한 배려와 존중 때문있다. 이것은 그녀의 성장배경과도 관계가 있는데, 보수적인 부모님들은 여성이 교사나 간호사와 같은 직종에서 일하기를 원했었고 남성 위주의 교정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원하지 않았다.
“○○에서 거기는 분류직으로 들어왔고 나는 교정직으로 들어가고. ○○에서 근무하다 보니까 이제 선배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가지고 소개해 준거지.”
“만나서 이야기해보니까 참 성실하고 이렇게 여자를 무시하거나 이러지 않고 어떤 부분을 말할 때 설명을 잘하더라고. 이해를 시키고. 이렇게 설명하는 걸 잘해서 여자를 존중하고 이렇게 성실하겠다 이거 하나 보고 한 거죠.”

교순은 결혼 후 출산을 했지만 일-가정은 물론 양육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보안과는 2부제였으며, 주간 근무를 할 수 있는 사무직은 승진을 준비하는 남성들이 대부분 자리하고 있었으며, 여성인 교순에게 꿈같은 이야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를 키울 수가 없어, 교순은 친정 부모에게 아들과 딸을 맡겼고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외갓집에서 성장했다. 교순은 자녀들과 애착관계를 형성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아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딸은 고등학교 진학 후 어머니인 교순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자녀들에게 엄마는 일하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없는 바쁜 엄마였다.
“그러니까 내가 어릴 때 야근을 했잖아요. 야근을 오랫동안 거의 한 40대까지는 야근을 했으니까…. 근데 그때 젊었을 때는 야근을 주로 많이 했기 때문에 애들을 내가 키울 수가 없었잖아. 그러니까 친정 부모님한테 애를 맡겼죠. 친정이 **인데, **에서 애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왔어요. 내가 주1회 정도 가서 보고 그런 친밀감 형성이 그냥 주위에 가서 보는 것이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애들 데려왔는데 애도 적응이 안 되고 나도 적응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우리 아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또 우리 딸은 고등학교 가서 또 좀 사춘기를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가서 엄마를 학교에 오라고 그래. 여태까지 학교에 안간 엄마를 진짜 그게 이제 쌓여서 화가 됐나? 참다가 터졌나? 그게 철이 든게 아니고 자기가 그냥 다 우리 엄마는 바쁜 사람이니까 어린 마음에 그게 배려로.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게 쌓이니까는 엄마 나 학교 행사 때마다 그래 갖고 그때 우리 딸 고등학교 다닐 때 나는 그때서야 학교를 쫓아다녔어. 자기가 오라고 하니까.”
교순의 아들과 딸은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마음에 반항을 했지만 곧 회복해 무난히 성장했다. 딸은 현재 경찰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러한 자녀들의 원만한 성장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기쁜 일이 생긴다)이라는 고사성어처럼 교순의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생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순은 자녀의 무난한 성장이 자신이 베풀었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그녀는 구술 내내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자신의 삶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고 표현했다.
교순은 현재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회 문제와 가족 문제의 근원이 고립된 가족과 가족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가족만을 생각하고 다른 가족을 존중하지 않았기에 때로는 착취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이는 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했다. 교순은 교정시설의 수용자들 역시 이러한 가족 이기주의의 피해자들이 많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고, 이를 시작으로 그녀에게 있어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소명은 가족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보게 됐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통해 현재 관계 맺고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순 역시 자신이 가장 많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 동료 교정공무원도 아니라 수용자들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교정공무원이라는 직업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관계를 맺고자 했다. 그녀는 수용자들을 고객으로 부르기도 하고, 이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녀의 가족사랑은 혈연 가족을 넘어 교정시설의 가족으로 향했고 이런 가족관은 수용자들을 이웃으로 보는 직업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 힘들면서도 즐거웠어요. 저는 좋았어요. 제 삶에서 이렇게 뭔가 타인과의 공감 최고점 물론 이제 신랑하고의 그런 연애할 때 그런 공감, 만족감 이런 것으로서는 그게 또 직무랑 연결돼 있었으니까 더 좋았을 것도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 수용자들이 나랑 상담하면 교도관 같지가 않아요. 이런 말을 많이 그 사람들의 립서비스든 뭐든 간에 그런 말을 많이 했고, 아니 계장님은 인간적으로 대해준다고. 매번 그리고 그 순간은 언제나 그 사람하고 정말 만는 거 첫 만남 정말 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던 것 같아요.”

3. 젠더 저항이 젠더 민감성과 공감력으로 승화

교정시설의 조직은 지금도 남성 위주의 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일부 연구자들은 교정시설의 보호와 법 집행의 강제성을 주장하고 일반인이 아닌 범죄자를 대하는 것이기에 권력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변하고자 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용자가 아닌 교정공무원과 인사 구조 또는 업무 관행에서도 남성 위주의 권력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순은 출산 전까지 일을 하고 자녀를 낳았다. 2022년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2개월의 법정 출산 휴가는 보장됐다. 하지만 대체할 여직원이 없었기에 교순은 출산 후 1개월 만에 복귀하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권리를 지키고자 했다. 이러한 교순의 저항은 신분이 보장된 직업 공무원이라는 것과 자신의 실력이 아닌 인맥을 통해 승진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여성 젠더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순의 젠더 저항은 젠더 민감성으로 변했고 이는 여성 재소자들에 대한 공감력으로 변했다.
교순의 경험에 의하면 적지 않은 여성 수용자들이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정시설 내 모든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남성 위주로 짜여져 있다. 교정정책과 교정·교화 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은 철저히 소외됐다. 여성 교정공무원은 소수이기에 여성 수용자들을 위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 교순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여성 교정공무원들의 매너리즘과 심리적 위축을 경계했다. 여성 교정공무원들은 이러한 구조에 함몰돼 교정공무원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2016년 심리치료과 신설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여성 수용자들의 교·교화를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성 교정공무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여자들은 굉장히 정서적인 소통을 원하잖아요. 그냥 어떤 작업을 안 해줘도 종교인들이 와서 이렇게 따듯한 말, 인생을 이렇게 그런 좋은 말씀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촉촉하게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근데 그런 것조차도 남자 수용자들은 주1회 거의 하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은 한 달에 한번 있을 때 것도 이런 것들이 좀 아쉽고….”
교순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돼 자신의 자녀를 사망케 한 한 여성 수용자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그 여성 수용자는 만취한 상태에서 흡연을 위해 담뱃불을 붙이다 화재가 발생해 자녀 둘이 방화로 죽게 돼 살인자가 돼 교정시설에 들어왔다. 그 여성 수용자는 교정시설에서도 폭탄으로 불렸고 직원들이 서로 담당하기를 꺼려 다른 시설로 이감되거나 빨리 출소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교순은 그 수용자의 성장과정에 주목했고, 그녀 또한 지독한 학대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교정공무원들의 전언에 의하면 사람을 살해한 많은 수용자들이 교정시설 내에서 양심의 가책을 받고 괴로워한다고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수용자들도 있다. 이 수용자의 경우는 꿈속에서 자녀들이 불길 속에서 “엄마 살려줘”라고 소리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교순은 외부전문상담사와 협업해 그 여성 수용자에게 접근했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죽은 자녀들과 화해를 경험했다는 말을 들었다. 불길 속에서 살려달라던 외침이 상담이 종결되는 시점에서는 “엄마 고마웠어, 잘 있어”라며 웃으며 떠나가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그 사건이 수용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방화인지 중요하지 않다. 교순은 검사도 판사도 아니며 교정공무원으로서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교정공무원의 역할은 악함 이면에 있는 선함을 보는 것이고 인간에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선한 양심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양심의 불씨를 살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교정공무원은 징벌자도 판사도 아닌 변화의 매개체이고 그 빛을 선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을병의 풍자소설 「육조지」에서는 사법 체제와 교정공무원은 물론 검사, 판사, 경찰공무원들을 희화화하는 내용이 나온다. 육조지에서 형사는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집구석은 팔아 조진다라고 썼다. 여기에서 재소자들은 감옥에서의 고립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먹어 조진다라고 표현했으며, 세어 조진다고 표현한 교정공무원은 탈옥을 염려한 1차적 기능에만 충실한 행동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교순에게 교정공무원은 다른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나중에 그 애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어떻게 해요. 선생님 그 동안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는데 지 꿈에 나타난 그 아이들이 매번 꿈속에 그렇게 엄마 나 살려줘 엄마 나 살려줘 이렇게 그런 트라우마 이게 이제 어찌 됐거나 담배 불을 의도한 것이든 의도 하지 않은 것이든 간에 불이 나서 애들이 죽는 과정을 자기가 봤잖아요. 목격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악몽을 계속 꾸는 거예요. 근데 계속 치료를 하면서 걔가 나중에는 이제 그애 이름을 부르면서 누구하고 누구가 저한테 엄마 그 동안 고마웠어 잘 있어 하면서 웃으면서 이렇게 손을 흔들면서 갔더라고 그 다음부터 애들이 꿈에 안 나타난다 했거든요.”

4. 인간에 대한 신뢰로의 승화

교순은 수용자들을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고객으로 보기도 했지만, 이웃으로 보았다. 그녀의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소명의식은 수용자들을 이웃으로 보고 그들을 선한 이웃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녀는 수용자들이 영원히 교정시설에 갇혀있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미래의 어느 날 출소해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올 사람들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딸에게도 전달돼 경찰인 딸이 수사하고 때로는 처벌해야 하는 범죄자들도 모두 지역사회 이웃이라는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그냥 교도관은 원칙대로 하고 수용자들 더 이상 어떤 잡음 안 나오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원천 차단하면서 원칙대로 하는 것에 기계적으로 충실한 그것도 맞긴 맞아요. 교도관의 역할 중에서 분명히 그것도 맞긴 맞는데 우리가 그런 선택을 좀 더 이렇게 거시적으로 좀 더 왜냐하면 그 애들이 어차피 나오면 우리 이웃이 되잖아요. 그 생각에 이렇게 계속 연계선상에서 한다면 우리가 좀 더 내가 하는 일에 교도관의 어떤 사명감, 책임감 그리고 또 그러한 체험을 통해서 만족감 이런 것과 연계해서 그러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그런 교육,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교순은 수용자들을 이웃으로 보았기에 늘 시선의 폭력을 경계했다. 현재 인권지수가 높아진 한국의 교정시설에서 어느 누구도 수용자들에게 죄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그의 저서 「수용소(Asylum)」에서 소위 자아무력화 과정에 대해서 기술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군대, 병원은 물론 교정시설도 그 문에 들어온 순간 모든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는 물론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번호로 불린다. 업무 관행상 부여된 수인번호로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전형적인 인권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자들은 교정공무원들의 시선에 매우 예민하다. 교정공무원 중 어느 누구도 죄수라고 부르지 않지만 당사자들은 죄인으로 불린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교정공무원의 시선 폭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정시설은 원래 감시가 존재하는 곳이며, 수용자들은 이것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따라서 교정공무원의 조소 또는 멸시, 증오의 찬 눈초리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죄인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그들의 교화 의지를 꺾게 만들 수밖에 없다. 죄는 교화되지 않는다. 단지 인간만이 교화될 수 있다.
교순은 시선의 폭력이 얼마나 수용자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개선과 변화 의지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의 표현처럼 수용자들을 늘 이웃으로 보고 시민으로 볼 필요가 있다. 수용자들은 현재 자신과 같이 살아가는 이웃이고 미래에는 지역사회 또는 같은 나라의 국민인 것이다.
“그러니까 수용들이 항상 갖는 그 상처 중에 하나가 왜 너희들은 우리를 죄인 취급하냐, 죄인 맞긴 맞죠. 너희들의 시선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우리가 너희를 언제 그런 취급하냐 이렇게 하면 너 시선에 그렇게 쓰여 있다. 이런 너는 수용자고 나는 직원이야. 너랑 나랑 어떻게 비교가 되니 약간 이렇게 물론 이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맞고 다른 일로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건 맞고 그 공간에 있는 건 맞는데 그 인격을 우리가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원초적인 좌절감을 느끼는 거죠.”
“... 그래서 제가 저희 딸한테도 항상 그렇게 말해요. 무시하지 말라고. 너 사건 다룰 때 그 신고자들이나 피해자들이든 가해자들이든 절대 무시하지 말라고. 니가 무시 안해도 니 표정에서 묻어나는 무시감을 그 사람들은 더 먼저 읽는다. 그러면 너는 계속 삶이 더 팍팍해지고 그 신고자들이든 가해자들은 너가 ○○시민으로 살면서 언젠가는 또 보고 부딪칠건데 그때마다 너는 너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을 계속 키워가는 거다.”
교순은 아이러니한 표현을 한다. 단순 사기나 절도 등은 형량이 약하고 살인이나 중상해 등은 형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경험에 의하면 많은 강력범들이 자신의 삶 속에 내재된 상처를 통제하지 못하고 이것을 폭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의 경험에 따르면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의 살인범들은 소위 격정범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 역시 같은 사람으로서의 분노의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수용자나 밖의 사람들이나 교정공무원이나 모두 동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수용자들의 내면 깊숙이 박혀 있는 상처를 보았고 그 상처를 공감을 할 수 있기에 가능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렇게 절도라든지 어떤 사기라든지 이런 애들은 이제 교도소를 좀 자주 들락달락하는 애들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차라리 살인이라든지 무기수 이런 애들은 그냥 똑같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삶 속에서 어떤 부분이 굉장히 자기한테 큰 상처이고 아니면 굉장히 그 부분에 대한 격정, 화를 참지 못해서 우연히 발생한 일이거나 아니면 계획적으로 주도면밀하게 한 무기수는 저는 기억이 크게 없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그냥 별반 우리네 사람들하고 별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교순은 교정시설 내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그녀가 그 프로그램을 담당할 때만 해도 여성 교정공무원이 남성 수용자들을 관리하거나 남성 교정공무원이 여성 수용자를 관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완벽한 성별을 분리한 수용과 처우가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됐을 때 주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 당시는 교정시설의 여성 직원이 남성 수용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보고되기도 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성폭력사범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구성한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소명은 범죄의 종류, 양형 또는 성별을 넘어 문제가 있는 모든 수용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그때 시대만 해도 여직원이 남자 수용자를 관리하거나 남자 수용자를 교화하거나 남자 수용자를 가르치거나 이런 게 없잖아요. 남직원이 여자수용자를 가르치는 것도 없었고. 교도소 내에서는 남녀가 직원이든 수용자든 완전 분리했잖아요. 그 전에 서울 위쪽 지방에서 정보 컴퓨터 교육하시는 여성분이 성폭행 당하는 일이 있었고 나는 그 사람이 전혀 두렵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지켜보는 우리 직원이 저 수용자를 믿느냐고 저한테 질문을 하더라고요. 믿고 말고는 없다. 단지 나는 내 집단원이니까 그냥 자기가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어느 순간에 어떤 만남으로 어떤 전환 아니면 어떤 깨달음 어떤 통찰이 올지 모르니까 가는 그냥 그 사람이 보여주는 그대로를 믿고 그냥 끌고 간다. 이 마음으로 한다. 이러니까는 우리 직원이 좀 약간 놀라더라고요. 자기는 불안하고 이렇게 말을 하면서….”

5. 범죄와 사회의 분리 그리고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담당한 교순의 교정철학은 범죄와 사람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이다. 흔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키기가 어렵다. 자신도 모르게 죄와 사람을 동일시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끊임없이 범죄와 사람을 분리시켰고 힘들었지만 즐겁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러한 분리와 객관화는 철저한 준비와 공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업무는 퇴근 후에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문 서적은 물론 다양한 책과 논문들을 보면서 수용자들을 범죄와 사람으로 분리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폭력사범들은 프로그램 참여자로 격상됐다.
“그런데 우리가 일단 사전면담 한다고 일단 사람을 보잖아요. 소설 속이나 드라마, 다큐에 나오는 그런 것으로 딱 저 멀리 가지고 그냥 한 사람으로만 보이는 거예요. 그게 나도 너무 신기했어요. 프로그램을 하면 그냥 내가 그 사람을 수용자 아니면 강간범으로 그 생각이 없어지고 그냥 단지 나는 저 사람들과 함께 해야 되는 이 프로그램을 끌고 가야 되는 그거다라고 생각하니까 그 집단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관찰하게 되고 그걸 이렇게 함께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해볼까요. 힘들면서도 즐거웠어요.”
“거기에 선량한 수용자는 아무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여자를 그랬으니까. 근데 다 그런 사람들만 모였는데 언제 어떻게 선생님이 위험한 상황에 닥칠지 몰라서 자기가 긴장하고 있었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그래서 나를 끝까지 보호해 주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거 그랬어요! 고마워요!”
그녀의 지혜는 수용자들로부터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양심의 씨앗을 발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남성 직원들도 경계했던 한 수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교순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이 담당했던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서서히 서로를 이웃이라 생각하게 됐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송이 가던 한 수용자가 수갑에 묶인 팔로 환하게 웃으며 교순에게 “선생님”하며 큰소리로 부르며 인사하고 손을 흔들었던 장면은 아직도 교순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성폭력 가해자라는 어두움 뒤에도 해맑은 인간의 모습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떠세요? 요즘도 많이 힘드세요? 처음엔 두 사람 얼마나 서운했는지 압니까? 나름 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느닷없이 &&으로 그것도 6개월 370시간의 심화교육을 받으라고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두 분 덕택에 오늘의 이 기분과 이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내 감사를 드립니다. 교육 덕택에 &&에서 제일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궂은일은 도맡아 하면서 6개월 370시간을 마치고 소장상까지 받으면서 덤으로 좋은 곳으로 이송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오자마자 미싱기술이 있다고 봉제공장에 출역해서 이불을 만들게 됐고, 또 2달 넘어야 집중근로에 넣어준다는데 불과 보름만에 집중근로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수용자 편지 중 일부>
인간중심적인 교정 철학과 실천에는 공부뿐만 아니라 가족, 특히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교순의 남편은 교순과 만날 당시에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었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던 남편은 수용자들에게도 역시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 수용자들을 사랑한다는 교순의 말에 웃음으로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남편한테 나는 수용자를 사랑하나봐. 그러니까 막 웃더라구요. 그냥 좋아요. 왜냐하면 내가 내 안에서 이렇게 끄집어 낼 수 있는 그것이 모성애든 직원의 사명감이든 프로그램 담당자의 어떤 자기 자신의 소명감이든 그런 것들이 좀 이제 그 사람들이 느끼게 이렇게 내가 느끼는 이런 만족감하고 설령 다르다고 할지라도 저는 좋았어요. 힘들면서도 즐거웠어요.”
많은 교정공무원들은 수용자들에게 실망한다. 그들의 변화 가능성을 믿어주고 애정을 쏟았지만, 교정공무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재범을 통해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경우가 많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수용자들의 재범은 교정공무원의 사명감과 소명의식 등을 저하시킨다. 교순 역시 이런 경험이 많았지만 그들의 재범을 배신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사회에서 재범하지 않고 살아가기 힘든 상황들에 대해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교정공무원으로서의 그녀의 길은 도상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회의감이 들고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 길을 걸어가는 것이기에 그녀의 가치관처럼 끝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교정공무원의 실체는 묵시의 길을 소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 머나먼 교정의 길을 자긍심으로 지키기

교정시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양가적이다. 수용자들을 인권의 탐지자, 교정·교화의 대상자로 보는 인식이 있지만, 교정시설을 기피시설, 필요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화된다는 것을 의심한다. 이는 언론매체를 통해 범죄자들의 재범, 누범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검사들은 물론이며 판사, 교정공무원들도 같은 생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조직 폭력배를 전담했던 어느 은퇴 검사의 “걸레는 빨아도 행주가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비관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순은 인간의 변화에 대한 신뢰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정 정책의 효과를 믿었다. 정책의 효과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이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아니라 마라톤처럼 오랜 시간을 노력해야 하는 머나먼 여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교순은 모든 수용자들이 사회구조나 모순, 부조리의 희생양으로 보고 있진 않지만 그들에게 인간적인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연민의 정만으로 재범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교정공무원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파는 상인이 돼 절망과 비관을 낙관으로 다시 칠하는 화가가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교정공무원이라는 자긍심은 험난한 교정의 길을 지키는 촛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애들이 너무 많아. 근데 이제 얘기를 해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은 걸어온 성장사가 안쓰럽기는 한데 이 애들이 이런 것을 대처하는 능력이나 방법이라든지 좋은 교육이라든지 하다못해 경제적으로라도 먹고 사는 일이라도 편안해야 돼. 그게 모든 것이 다 불안한 상태인 어느 것도 충족되지 않은 그런 삶을 사니까 안에 그냥 그 왜곡된 성정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것들이 가득 차 있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런 메마르고 고갈된 인생이 출소해서도 계속 그렇게 꼬인 인생이 뻔해 또 들어올 수밖에 없겠지.”
“근데 절도는 사기들은 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그게 몸에 베인 습관이라. 근데 그걸 고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고. 이렇게 이제 자기 상처로 알려져서 그렇게 장기 5년이고 10년이고 7년이고 이렇게 복용하는 사람들은 장기 복역자니까 교도소 내 좋은 교육을 좀 시키고 이렇게 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라는 거죠.”

7. 사회 환원과 봉사의 실천

교순은 은퇴를 5년 앞둔 시점에서 교정대상을 받았다. 교정대상은 교정행정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교정공무원 및 교정참여 인사·단체 등에 대해 연 1회 수여되며, 교정공무원 부문에서는 근정상, 성실상, 창의상, 교화상, 수범상으로 총 5명에게 수여된다.
그녀는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국가로부터 받은 안정적인 급여로 생활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했으며, 은퇴 후에는 연금수급자로 생활하고 있다. 자신은 받은 것에 대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직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은퇴 후 봉사활동을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교정대상 6가지 종류가 있잖아요. 그 중에서 교화부분, 봉사 많이 하기는 했죠. 제가 이제 한 5군데, K 지적장애인 그 다음에 L장애인 단체, 그 다음에 YWCA 그 다음에 평화로운 집 이렇게 홈스테이 엄마 역할 해주는 거기는 이제 우리 ○○직원들 동아리에서 하는 거. 내가 그러니까 내가 한 5군데 하면서 매월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자원봉사도 하지. 아무튼 여러 군데 하다 보니 다 기억나진 않지만 상황이 되면 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56세에 은퇴해 현재 s시에 살고 있다. 여타 은퇴자들처럼 여유롭게 삶을 즐기고 있지만, 일주일에 2~3회 미술관에서 미술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미술관에는 작품을 해설하는 해설사도 있지만, 그녀는 미술품을 지키는 일을 한다. 현직 시절에는 수용자를 지켰지만 이제는 고가의 미술품을 지키는 것이다. 작품 해설사로 도전할 수도 있지만, 해설사를 거부하고 미술품을 지키는 이유는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봉사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교순은 자신의 교정공무원 생활이 화려한 각광을 받는 직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빛을 피웠기에 자신의 봉사 역시 은밀한 봉사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대학원 교육까지 받은 그녀가 미술 해설사 자격증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는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있다. 자신의 교정공무원으로 삶은 빛도 없고, 이름도 없는 무명씨로서의 헌신이었지만 그 자신이 비춘 빛은 자신과 관계 맺은 많은 수용자들의 가슴에 살아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스토아학파의 세네카(Seneca)의 표현처럼 “자신이 지니고 있는 횃불에서 불을 나눠줘도 그 불은 작아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빛 역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수용자들에게 밝혀준 빛은 그들의 삶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구체적으로 개선의 편지로 전달된다. 다음의 편지는 교순이 받은 수많은 편지 중의 하나로 감사와 변화의 편지이다.
성교육을 통해 믿음이 조금 더 확고해졌고, 철없이, 때론 말의 무서움도 모른 채 내뱉던 저희들로 인해 마음 아파하셨을 주임님을 보면서 많은 것도 느꼈고 확실히 얻은 것은 교정교화던 재활이던 성공이던 모든 것에 근본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이 일맥상통이라고 깨닫게 됐습니다. 더 많이 기도하고 주임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 되도록 열심히 살아갈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수용자 편지 중에서>

Ⅴ.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여성 교정공무원의 직업 정체성과 직업소명의식 생성과 발달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이다. 연구결과 천형의 유배지 소록도에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봄, 이기적 가족주의를 넘어 가족의 외연 확장, 젠더 저항이 젠더 민감성과 공감력으로 승화, 인간에 대한 신뢰로의 승화, 범죄와 사회의 분리 그리고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 머나먼 교정의 길을 자긍심으로 지키기, 사회 환원과 봉사의 실천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교정공무원의 소명은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절망과 때로는 교정기관이라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최악의 장소에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러티브 주인공은 자신 역시 좌절을 경험했고 소록도에서 극한의 절망을 보았지만 그 극한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굴했다. 이번 연구에서 두드러진 것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기다림과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직업소명의식을 다룬 선행 연구에서는 직업소명의식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정적 의미의 생성, 직무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성 등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소명의식은 직업에 대한 불만족을 만족으로 바꾸고 소진(신성원, 2009: 105)과 이직의도(이승우 & 남재성, 2020: 97) 등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참여자의 경우 그의 직업소명의식에는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나타났으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간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재소자, 범죄자, 수용자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자신의 이웃으로 수용자를 명명했다. 이웃이라는 그의 인식과 철학에는 직업소명의식은 사람들과 공동 세계를 구성하고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공동의 생활 세계를 마련해가는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외부인들은 교정공무원과 수용자의 관계를 집행자와 집행을 받는 자, 상하관계의 권력관계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정공무원과 수용자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관계이다. 이승주와 이윤호(2019)는 교정공무원의 하위문화 유형을 분석했는데, 교정공무원들은 교정 당국의 이념 수용, 동료 직원과의 상호작용, 재소자와의 상호작용과 함께 냉소적 직무태도를 하위문화 유형으로 보고했다.
선행연구에서 보고한 동료 또는 수용자와의 상호작용은 교정시설이 법질서를 어긴 개인들을 가두고 처벌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 주인공 역시 교정시설을 우리 사회에서 고립된 징벌의 장소가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보았다. 교정기관은 법을 집행하는 장소 또는 시설이지만 교정공무원과 수용자들이 같이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교정공무원들은 반은 수인이라는 표현은 교정공무원의 갇혀 있음과 단조롭게 닫혀 있음을 빗대어 하는 말이지만 수용자가 아닌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정공무원의 직업 정체성 또는 직업소명의식은 교정공무원들의 직무와 삶의 만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수용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환류돼 그들의 삶을 바꾸는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용자들은 자신이 범죄자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면 저항하지만, 인간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믿으면 변화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정공무원의 신규 및 보수 직무 교육과정에서 동료들은 물론 수용자들과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상호작용을 도울 수 있는 교육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직 정의로운 인간만이 불의를 미워할 수 있다는 말처럼 내러티브 주인공은 교정에서 지금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여성 교정공무원에 대한 폄하, 인격 모독 등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했고 이를 극복했다. 이러한 젠더 저항은 단순한 여성으로서의 저항에 국한되지 않고 동료는 물론 수용자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직업소명의식은 주로 소명의식을 지님으로서 유래되는 긍정적 직무 효과만을 다루었는데 소명은 정당한 저항에서도 생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한 저항은 수용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반인권적인 접근을 저해하는데 가장 큰 자산으로 활용됐다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 주인공은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했기에 수용자의 권리를 존중했다. 교정공무원의 지위가 이중적이듯이 수용자들의 지위 역시 이중적이다. 수용자들은 분명 국가 법질서를 어긴 개인들로서 이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또한 자신의 삶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요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내러티브 주인공은 그 권리를 인정하고, 수용해 이를 실천하도록 함으로써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발전시켜 나갔다.
현재 한국의 교정환경은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수용자들의 인권이 보장돼 있다(박근영 & 이용주, 2020:111). 하지만 제도적 보장과 실무에서의 보장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교정공무원들에게 인권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기존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사례와 실무 연습 등을 통한 상황별 맞춤형 교육이 돼야 한다.
교정공무원의 교정 실천 이념적 지향성은 처벌을 지지하는 입장과 수용자들의 교화와 개선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구분된다(이창한, 2013:137; Robinson, Porporino & Simourd, 1997:60). 하지만 이러한 이념 지향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응보와 처벌 지향적 입장은 교정교화라는 보다 큰 관점에서 통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응보와 처벌의 궁극적인 목표도 범죄자의 재범방지와 재사회화를 교정교화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자를 분리해 접근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며, 교정교화라는 큰 목표 안에서 처벌과 응보는 하나의 수단 또는 과정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정 현장에서는 교정교화의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이 더 오랫동안 회자되기에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와 개선을 통한 교정·교화의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교정관련 매체 또는 학술대회 등을 통해 사회와 공유해 희망의 교정에 대해 사회인뿐만 아니라 교정공무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교정본부 심리치료과 교감
* 아주대학교 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E-mail: annes78@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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