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희망을 밝히는 사람들
세상 여기저기서 밥벌이의 힘겨움을 논하지만, 막상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이제 막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출소자에게 일은 더욱 중요하다. 경제적 기반이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적절한 직업이 제때 구해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범죄의 길로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교정기관에서는 직업훈련과를 개설하고 수용자 직업훈련을 진행, 출소 후 성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정준 과장과 13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공주교도소 직업훈련과도 같은 소명을 부여받고 수용자의 바람직한 자립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직접 운영·관리하는 직영 작업장 4곳, 외부 업체에서 운영하되 교도소 내에 작업장을 두고 수용자들의 일손을 빌리는 위탁 작업장 8곳을 운영하며 수용자들에게 출역의 기회를 제공하고 출소 후 사회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장려금을 지급한다. 직영 작업장 중 고추장·된장·고춧가루를 생산하는 장류 작업장은 공주교도소에만 있으며, 전국 교정기관의 직원 및 수용자 식당에 장류 제품을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1년에 2번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받을 수용자를 선발해 직업훈련교도소로 이송하는데, 생활 모범도·성향·적성 등을 두루 고려해 훈련생을 뽑습니다. 한편 출소가 임박한 수용자가 출소 직후 곧바로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출소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죠. 이외에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 및 관리, 신제품 기획 생산 및 기존 제품 개선, 수용자 취업 상담 등의 업무도 두루 담당하고 있는데요. 저희 직원 모두 각자 맡은 작업장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공주교도소의 멀티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죠.”
언제나 빛을 발하는 ‘명품 단합력’
직업훈련과 직원 개개인에게는 각자 주어진 고유 업무가 있지만, 서로의 도움을 수시로 받는다. 원자재 및 제품 상하차, 창고 정리 정돈 등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함께 땀 흘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직원들의 관계와 부서 분위기가 좋은 것은 당연지사. 취재 도중 봉제 작업장에 수용자용 이불솜이 들어오자, 직원들이 서로 인터뷰 바통 터치를 해 가며 기꺼이 이불솜을 정리하러 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작업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적도 많은데요. 유일하게 전국 교정기관에 장류 제품을 납품하는 장류 작업장만큼은 작업을 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역에 들어간 20여 명의 수용자 대신 저희 직원 대여섯 명이 작업장에 투입돼서 장 담그기, 제품 포장, 원재료와 완제품 상하차까지 도맡았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무척 고된 일이었지만, 서로가 있었기에 휴역 기간 중에도 전국 교정기관에 무사히 장류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직업훈련과의 강력한 단합력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죠.”
직업훈련과로 부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이의환 교감도 직업훈련과 특유의 밝은 분위기에 매료됐다. 출퇴근마다 서로 밝게 인사하는 모습,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내 일이 아니어도 당연한 듯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 작업장 관리·제품 생산·신제품 구상·제품 개선 등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공유하는 모습 등이 참 보기 좋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워낙 손발이 잘 맞다 보니 어떤 직원이 사정으로 인해 연차를 쓰거나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그 직원이 맡고 있던 업무는 멈추지 않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그동안 함께 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이런저런 지식과 경험을 발휘해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어디선가 큰일이 생기면 전화 받을 직원 한 명만 남기고 모두가 우르르 현장으로 출동하는 직업훈련과에서 일하게 돼 행복합니다!(웃음)”
뜨거운 사명감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다
지난 4월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직업훈련과에서 관리하는 직영 작업장과 위탁 작업장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가득 들어찼다. 이후 지금까지 순조롭게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최근에는 긴장의 끈을 다시 팽팽하게 조이고 있다. 7월 들어 확진자 수가 증가하더니 급기야 일일 확진자 수 10만 명대를 다시 돌파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류 작업장과 위탁 작업장의 경우 작업이 중단되면 전국 교정기관의 급식과 위탁 업체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직업훈련과 직원들은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각종 제품의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어려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업장의 제품 생산을 멈출 순 없기에, 급상승한 원자재 대신 비교적 값싼 대체 원자재를 찾고 적용하는 등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역시 수용자 직업훈련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일이다. 직업훈련과 직원들은 출역에 나서는 수용자들이 대외적 상황에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작업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외부 요인 때문에 수용자 직업 훈련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여러 측면에 걸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직업훈련과 직원들에게 월간 <교정>이 준비한 선물은 큰 위로가 됐다. 공기청정기, 커피머신 등의 선물과 마주한 직원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당면한 숙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내서 수용자의 출소 후 인생에 보탬이 되는 직업훈련 활동을 더욱 폭넓게 펼치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MINI INTERVIEW
여러분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용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각 작업장에서 땀 흘리는 여러분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과 강한 단합력이 있습니다. 동료가 곁에 있다면 못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기꺼이 손 내밀고 그 손을 붙잡는 우리 과의 훈훈한 분위기를 영원히 이어 나갑시다!”
직업훈련과 이정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