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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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쏘아 올린 장애에 대한 화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변호사가 되어 활약하는 우영우(박은빈)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ENA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케이블 채널에서 0% 시청률로 시작해 6회 만에 9.5%(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 신드롬의 중심에는 장애를 바라보는 이 드라마의 색다르고 따뜻한 시선이 존재한다.
장애를 갖고 있어 의뢰인조차 잘 믿지 못하고 나아가 법정에서 검사나 판사조차 편견 어린 시선을 던지는 현실 속에서도, 우영우는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변론을 이끌어간다. 그런데 이 발상의 전환이란, 다른 변호사들이 어떤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보지 못하는 걸 보는 데서 생겨난 우영우만의 특별한 시각이다. 아마도 장애를 갖고 있어 그런 편견과 선입견을 경험했을 우영우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 장애가 불편한 어떤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가능성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걸 드라마는 에둘러 보여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신드롬급 인기를 끄는 진짜 이유는 우영우라는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이들이 보여주는 편견 없는 시선들이다. 어린 우영우를 버리고 떠난 엄마와 달리 헌신적으로 그를 챙겨준 아빠와, 편견 없이 그의 능력을 보고 변호사로 채용한 로펌 대표, 장애 자체의 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절친, 처음에는 ‘보통 변호사’와 비교하며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가졌지만 차츰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고 변화해가는 상사, 함께 지내는 것에 조금 불편함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배려해 주는 ‘봄날의 햇살’ 같은 동료…. 사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감동을 만드는 건 우영우의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훈훈한 모습들이다.
물론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이긴 하지만 자폐 중 극소수에 불과한 서번트 증후군 같은 천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즉 혹여나 이것이 자폐의 전부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우영우의 목소리를 빌어 “자폐인은 천차만별”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오히려 이런 논의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는 건 건강한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장애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건 어딘가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 이상하게 여겨졌던 우영우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존재이고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때론 화를 내고 때론 고마워하기도 하는 똑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은 그런 존재인 것이다.
없는 것처럼 치부되던 장애, 이제 세상 속으로
사실 우리에게 장애란 마치 없는 것처럼 치부되던 어떤 것이었다. 사실상 태어나 홀로 서지 못하고 한동안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나이 들어서도 한동안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우리는 누구나 한 번씩 장애를 겪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마치 그것을 남 일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돌봄 노동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치부되거나 그런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종영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제주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영옥(한지민)과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정은혜)의 이야기는 바로 이 쉽지 않은 장애에 대한 돌봄 노동의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어려서 부모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덜컥 장애를 가진 언니를 돌보고 부양해야 하는 현실을 맞닥뜨린 영옥은, 너무 힘들어 언니를 지하철에 홀로 놔두고 내린 적도 있다. 하지만 모질지 못했던 영옥은 언니를 시설에 맡겨두고는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언니로부터 더 멀리 도망친다. 제주도까지 와서 바다 깊숙이 들어가는 물질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거였다. 그런데 장애를 갖고 있지만 영희는 언니로서 영옥의 그런 마음까지 읽고 있었다. “바다엔 내가 없어서 좋아?” 그렇게 말하면서 동생을 위해 서둘러 시설로 돌아가려고 한다.
“나도 이해해.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잘 못 봤으니까. 이상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겠지. 근데 왜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 길거리에서 흔하게 못 보는 줄 알아? 나처럼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영희 같은 애를 대부분 시설로 보냈으니까.” 영옥이 하는 이 말에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가 담겨 있다. 없는 것처럼 치부함으로써 이해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길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들의 블루스>란 드라마는 영희라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인물의 역할을 실제 장애를 가진 정은혜 배우에게 부여함으로써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길의 실례로 보여준다. 드라마가 방영된 후 배우이자 화가로서 활동하는 정은혜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고, 그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는 일 그 자체였다.
지난 3월 개최됐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시상해 더욱 화제가 됐던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는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였다. 즉 이제 장애를 연기하는 것을 장애인들이 직접 하는 시대이고, 정은혜의 사례는 우리 역시 그 흐름에 발맞춰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는 것이다. 장애는 이상하지도 또 특별할 것도 없는 어떤 것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누구나 한 번씩 겪게 되고 그래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오게 마련이다. 없는 것처럼 치부되던 장애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반가운 이유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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