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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니까
패션도 휴가처럼!

홍성교도소 교사 이대섭

대충 걸쳐 입어도 자기만의 느낌이 묻어나는 타고난 센스왕도 전문가의 손길은 궁금했다. 바야흐로 휴가철, 강렬한 햇살에 지지 않을 색다른 패션을 상상하며 충청남도 홍성에서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지금, 이대섭 교사의 특별한 변신이 시작된다.

정라희 사진 홍승진
스타일링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원지혜

평화로운 일상에 더해진 이색 이벤트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기만의 색깔은 있다. 평소에도 아내가 골라온 옷을 색깔 맞춰 무난하게 소화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변신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쉬웠다. “수원에 있다가 홍성에 온 지 이제 2년 정도 지났습니다. 오랫동안 대도시 생활에 익숙했는데, 홍성에 와서 자연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매일매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개인적인 추억을 쌓으면서 <교정> 지면을 통해 홍성교도소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정우성 주임의 추천을 받아 ‘나도 패션왕’ 주인공이 됐다는 이대섭 교사. 덕분에 오랜만에 시외버스를 타고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서울을 찾았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스튜디오 마당은 이미 파릇파릇한 신록이 여름 기운을 무성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홍성이 외곽에 있는 편이라 교도소 주변도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돼 있어요. 늦은 밤 근무를 하다 보면 도시에서는 듣기 어려운 자연의 살아있는 소리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요. 처음에는 어떤 동물의 소리일까 궁금해하는 저에게 동료들이 설명해주고는 했는데, 이제는 소리만 들어도 고라니인지 꿩인지 분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덧 홍성 사람이 다 됐죠?”
홍성교도소 홍보를 자처해서 행동으로 옮길 만큼 몇 년 사이 홍성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이대섭 교사. 실제로 그는 홍성으로 근무처를 옮기면서 오래 전 상상했던 귀농의 꿈을 일찌감치 이뤘다. 가족들이 먹을 채소도 손수 키우다 보니 타고난 하얀 피부도 이제는 제법 햇볕에 그을린 흔적이 난다. 이날의 변신 콘셉트는 ‘휴가철 하와이안&댄디룩’. 여름과 잘 어울리는 색감의 옷을 보니 어느새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저는 패션은 때와 장소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장에서는 튀는 복장으로 출근하기 어렵지만 가끔 연주회를 하거나 휴가를 갈 때는 그날 분위기에 맞게 입으려고 신경 쓰는 편입니다.”

하와이안 셔츠 & 코튼 팬츠

평소 무난한 무채색 의상만 고집했다면 휴가철에는 산뜻한 컬러의 하와이안 셔츠와 베이지 코튼 팬츠, 오렌지 컬러 로퍼, 가벼운 라피아햇으로 연출해본 바캉스룩.

리넨 재킷 & 화이트 팬츠

한여름에도 댄디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시원한 스카이블루 컬러 리넨 재킷, 이너와 팬츠는 화이트로 통일해 더욱 슬림해 보인다. 브라운 레더 스트랩샌들은 여름철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교정공무원의 길

촬영을 앞두고 메이크업을 시작하니 새삼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언어 실력도 키우고 용돈도 벌 겸 현지 방송 프로그램에 외국인 패널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는 이대섭 교사. 그렇게 쌓은 외국어 능력은 공무원 시험을 볼 때 든든한 힘이 됐다.
“대만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일반 기업에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다 예기치 않게 부상을 입었습니다. 한동안 집에서 쉬던 중 우연히 법무부에서 교정공무원 중국어 특기자를 선발한다는 공고를 봤습니다. 사회 안정에 이바지하면서도 제 개인의 생활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시험을 보기로 결심했어요. 가족들도 제 선택을 지지해줬습니다.”
이미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이었을까. 연습 삼아 본 시험에서 서울청 2등으로 합격하며 그 길로 교정공무원이 됐다. 현재는 보안과에서 근무하며 순찰 및 접견 등 교정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청년 시절 교회에서 찬양단을 하면서 기타를 연주했어요. 그때 청주여자교도소에 교화 공연을 하러 갔었습니다. 그때는 교도소에 처음 방문하는 거라 살짝 긴장했는데, 막상 공연을 시작하니 수용자들이 호응을 잘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교도소에서 만난 교정공무원들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셨고요. 그때 인상이 깊게 남아 있어 전직을 고민할 때 교정공무원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교정공무원의 길은 개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사람을 대하는 업무 특성상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동료들을 통해 자연스레 배우는 점도 많다. 오래 머물던 수원을 떠나 홍성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사람 좋은 동료들 덕에 외로울 틈 없이 홍성의 삶에 익숙해졌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본받고 싶은 성품을 지닌 인간미 넘치는 동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집에 동료들을 초대해서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자주 보냅니다. ‘사람이 좋다’는 생각을 넘어서 ‘멋지다’는 말이 나올 만큼 좋은 분들이에요.”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행복

음악을 좋아하는 그가 홍성으로 가면서 홍성교도소에도 변화가 생겼다. 교도소 안에서 밴드를 결성한 것이다. 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인 동호회이기는 하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다. 실제로 홍성군을 비롯해 인근 보령시에서도 연주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밴드 명칭은 아직 고민 중입니다. 열여덟 명 안팎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밴드를 하니 저의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록과 블루스 계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연주회를 할 때도 트로트부터 라틴 음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날 촬영에도 그는 자신의 애장품인 일렉트릭 기타를 가져왔다.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휴가철에 딱 어울리는 옷차림을 하고 기타를 드니, 마치 이곳이 어느 휴양지에 설치된 작은 무대인 것만 같다. 비록 취미로 하는 음악이지만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이와 소통하고 싶은 바람도 크다. 위문공연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홍성을 알리는 비공식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이대섭 교사. 이 틈을 이용해 그는 마지막까지도 홍성 자랑을 잊지 않는다.
“홍성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고장이자 김좌진 장군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가까이 있는 예산 덕산면은 윤봉길 의사의 고장이고요. 그래서 밴드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의 뜻깊은 행사들에 더 자주 참여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지금 하는 연주에 만족하지 않고 실력을 계속 키워가겠습니다.”

그것이 궁금하다
휴가철에 듣기 좋은 음악은 무엇인가요?

엘튼 존(Elton John)이 노래한 ‘크로커다일 록(Crocodile Rock)’을 추천합니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에는 강가에서 물과 어울려 움직이는 악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함께 몸을 움직여봅시다!

Change your Style

•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이 없어 축복받은 유전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교정인.

• 삶의 터닝포인트를 위해,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기분 전환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교정인.

• 멋지게 변신시켜 드리고, 월간 <교정>에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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