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공무원의 직업소명의식 생성과 발달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 퇴직 여성 교정공무원 사례 연구①
글 송남옥*
글 송남옥*
Ⅰ. 서론
Ⅱ. 선행 연구
Ⅲ. 연구방법
Ⅳ. 연구결과
Ⅴ.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여성 교정공무원의 소명의식의 생성과정과 내용을 살펴봤고 이를 한 개인의 시간, 교정시설이라는 공간,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했다. 연구는 Clonidine과 Connelly(2000)가 제시한 3차원 측면 내러티브 탐구방법으로 접근했다. 연구결과는 요약하면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직업소명의식의 생성과 발달의 개념으로서 그 시작과 끝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는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교정공무원의 소명의식에 대한 논의를 했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교정 정책적 차원에서의 구체적 제안을 했다.
주제어 : 교정기관, 교정공무원, 여성 교정공무원, 직업소명의식, 인간에 대한 신뢰, 내러티브 탐구
교정공무원은 교정기관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수용자들에게 부여된 형의 집행과 구금 업무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사회 재적응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물론 직업훈련, 학과교육, 보건, 위생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는 과거 범죄자에 대한 응보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 재적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 교정과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최일선에서 구현해 범죄자들의 재사회화 및 삶의 재건을 지원하는 전문 직업인들은 경찰이나 검사, 판사가 아닌 바로 교정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정공무원들은 격무와 24시간 수용자들을 밀착 계호하는 업무 특성상 수면장애는 물론 각종 스트레스와 만성질환에 노출돼 있고 교정시설 내에서 수용자들의 자해나 자살, 폭행, 폭언 등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김경태, 2019: 63).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교정공무원은 재직 20년이면 10년은 수용자 생활과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에 또 다른 수용자 혹은 직업적 재소자(professional prisoner)라고 지칭되기도 한다(이윤호, 2002: 111). 이러한 고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업무 특성상 교정공무원들은 심리적 탈진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고 있다. 법무부(2016)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교정공무원들의 24.3%가 우울, 불안 등으로 인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개인들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열악한 교정공무원의 세계에서 그동안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덜 알려진 분야가 여성 교정공무원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은 물론 소진 등에 대한 연구이다. 교정공무원의 직무는 대부분 범죄자를 다루고 있어 남성 위주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대부분 남성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교정공무원의 채용은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공무원 채용의 증가에 대해 남녀평등이라는 헌법 정신의 구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성공무원들은 국내는 물론 여성의 인권이 발달됐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이중의 업무 부담과 승진에서의 제외, 직무 스트레스 등을 경험하고 있다(Dumas&Stanko, 2017: 597; Ibarra&Petriglieri, 2016: 1).
그동안 여성 교정공무원을 주제로 한 국내·외 선행연구에 의하면 여성 교정공무원들은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 속에서 소외감은 물론 남성 교정공무원들로부터 불편함의 대상이 되고(Zimmer, 1987: 415), 근본적으로 여성은 범죄자를 다룸에 있어 완력이나 육체적 조건이 부족하기에 교정공무원에 적합하지 않다는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자존감의 저하는 물론 긴장과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했다. 특히 승진과 업무 배치에 있어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김은영&윤옥경, 2015: 7). 여성 교정공무원들은 동료인 남성 교정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수용자들로부터 성희롱이나 성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법무부(2018) 조사에 의하면, 교정직 등 법무부 산하 여성 공무원들 중 65.5%가 성적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news 1, 2018.07.15.). 이와 같이 여성 교정공무원들은 젠더적 고정관념(박선영, 2018: 83), 일-가정양립의 어려움(이청은 등, 2020: 165), 직무 스트레스와 직무 회피(이형우&이동영, 2018: 161), 양성평등의식 부족으로 인한 이직(이승우 & 남재성, 2020: 97)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교정시설 내에서 남성과 여성 교정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젠더적 분리 의식이 작동하지 않고 승진에 있어서도 여성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보고되기도 한다(Lambert, Hogan&Griffin, 2007: 644). 또한 선행연구에 의하면 여성 교정공무원들은 외국의 경우 남성 공무원들에 비해 낮은 임금과 낮은 직급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직업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여성들의 능력이 남성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고되기도 한다(Britton, 1997: 85; Glenn et al., 1977: 189; Hodson, 1989: 385; Jackson, 1989: 117; Witt&Nye, 1992: 910).
이런 상반된 연구 결과는 여성공무원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 교정공무원들이 현실적으로 남성 교정공무원보다 더 열악한 환경, 특히 일-가정 양립을 병행함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직업만족도를 보고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연구자는 이를 직업소명의식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헌신은 물론 직무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 등을 스스로 발견함으로써 직업인으로서의 발달뿐만 아니라 직업 활동을 통한 사회 참여와 자기 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는데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직업소명의식은 직무소진 수준을 낮추고 이직 의도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조직 몰입 등을 가능하게 해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직업의 본질적인 목표인 자기 발전과 사회 발전이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한다)의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김동원&조남신, 2012: 221; 박진옥&정귀임, 2016: 137; 최은희, 윤미순&이미경, 2021: 25; Galles&Lenz, 2013: 240; Hagmaier&Abele, 2012: 39; Hagmaier, Volmer&Spurk, 2013: 19). 여성 교정공무원들은 조직 내에서 소수자 혹은 남성의 보조자가 아닌 전문 직업인이며 교정조직의 변화의 매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명의식과 소명의식의 형성과정, 그 내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행된 여성 교정공무원에 대한 연구는 남성 위주의 교정 조직에서 겪는 차별과 교정업무에서 파생되는 직무 스트레스(정혜경, 하영미&박현주, 2014: 111; 김은영&윤옥경, 2015: 7; 김은영&박웅섭, 2016: 9; 곽형곤, 2018: 1), 이직 의도(이승우&남재성, 2020: 97), 등만 수행됐을 뿐 여성 교정공무원들의 직업소명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퇴임한 여성 교정공무원의 직업소명의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여성 교정공무원들의 직업 정체성 확립과 소명의식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교정 정책 차원에서의 논의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정체성이나 소명의식은 단순한 변수의 확인이 아닌 삶의 이야기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에 본 연구에서는 내러티브 탐구 방법으로 접근했다.
연구의 내러티브 퍼즐은 다음과 같다. 여성 교정공무원의 직업소명의식의 형성과 직업소명의식의 생성과정과 내용, 맥락은 어떠한가? 이다.
소명(calling)은 본래 종교적 의미에서 사용됐다. 종교적 의미에서의 소명이란 하나님 또는 절대자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으로서 신의 명령에 따라 삶을 준행하고자 하는 결단이다. 이러한 종교적 차원에서 소명은 칼뱅의 종교개혁을 통해 직업소명의식으로 발전됐다. 칼뱅에 의하면 인간들이 이 땅에서 수행하는 직업은 단순한 생계유지나 자기 발전을 넘어 신이 부여한 직업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신의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권영애, 2020: 9). 현대적 의미에서 직업소명의식은 자신이 수행하는 일에서 역할을 깨닫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는 물론 개인과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위한 공공의 이익과 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Dick&Duffy, 2009: 242).
그러므로 직업소명의식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일의 의미 탐구이다.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긍정적 의미를 발견한 것이며 특히 급여나 노동조건, 지위 등의 직무 환경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저하되는 능률을 성취감과 책임감으로 극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Steger, Pickering, Shin&Dik, 2010: 82).
국내 보호직 공무원의 소명의식에 대한 연구(고자인&강경아, 2015: 194)에 따르면 그들은 직무만족도는 낮지만 성취감과 책임감이 높았다. 특히 범죄자를 교화시켜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 만든다는 사명감 등이 직무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러한 직무만족은 소명의식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교정공무원의 경우 이러한 소명의식은 교정이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교정이념은 교정공무원들이 교정 조직과 자신의 직무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로 수행하느냐를 알 수 있는 지표인데, 교정공무원들은 국가 형법을 대리 집행하는 수행자이기에 처벌의 집행이라는 임무가 주어지고 동시에 수용자들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기에 변화의 매개자이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교정이념 지향성 즉, 처벌을 지향하는 입장보다는 교화 개선을 지지하는 입장을 지닌 교정공무원들이 조직 몰입에서 정서적 몰입과 근속적 몰입을 나타낸다고 보고했다(이창한, 2013: 135).
소명의식은 자신이 수행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 몰입, 의미구성과 같은 변인들과 정적인 상관관계에 있다고 보고됐는데(Berg & Johnson, 2010: 973), 교정공무원의 경우 직무만족은 물론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교정 직무에 대한 자긍심과 사회적 책임감, 헌신성과도 관계가 있다. 일반 대중들은 교정공무원에 대해 사회와는 격리된 공간에서 수용자들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고립된 존재로 보고 있으며, 과거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시절에는 교정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이나 폭력 등으로 인해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이윤호, 2003: 315).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와 인식은 교정공무원들에게 영향을 주고, 교정공무원은 직업 자긍심이 저하되고 또한 직무 만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소명의식이 높은 개인들은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Thompson, Waltz, Croyle&Pepper, 2007: 1786) 시민적 만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예측변인으로 보고되고 있다(Cameron, Dutton&Quinn, 2009). 직업의식은 업무 시간 이후에도 삶의 질(Cardador&Caza, 2012: 338)과 동기강화(Hall&Chandler, 2005: 155)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공무원은 삶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교정공무원의 업무형태는 현재 4부제(일근-야근-비번-윤번) 근무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력부족 등으로 인해 일부기관에서는 여전히 3부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1988년까지 2부제(야근-비번) 근무 형태로 운영돼 교정공무원들은 개인의 삶은 물론 가정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웠다.
직업소명이 강한 교정공무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모색하고 수용자들의 교정교화를 통해 재사회화시켜 범죄자는 사회 안전은 물론 그 개인의 삶의 질도 제고할 수 있다는 헌신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국내의 소명의식 연구는 직업소명의식의 구성 요소(김동원&조남신, 2012: 221; Hagmaier & Abele, 2012: 39), 삶의 만족도(권선영&김명소, 2016: 151; Peterson, et. al. 2005: 25) 등에만 집중했을 뿐 소명의식이 생성되고 발전하는 과정과 내용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도 드문 연구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직업소명의식은 전형적인 생산적 개념으로 그 발현과정과 발전과정과 내용, 맥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여성 교정공무원의 직업 소명의식의 생성과 발현 그리고 맥락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이다. 연구자는 내러티브 탐구 분양에서 고전으로 거론되는 Clandinin과 Connelly(2000)가 제시한 연구 방법에 따라 연구를 수행했다. 내러티브적 탐구의 철학적 의미는 Ricoeur, P(1983, 1984, 1985; 「시간과 이야기1, 2, 3」(김한식 역, 1999, 2000, 2004))의 서사적 정체성에 기초하고 있다. 프랑스의 현상학적 해석학자인 Ricoeur는 그의 저서 「시간과 이야기」 이야기나 텍스트를 매개로 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mimesis)를 단순한 줄거리나 모방이 아닌 뮈토스(muthos), 즉 줄거리로 이해했다. 그에 의하면 개인들은 세 단계의 미메시스 과정을 거친다. 미메시스Ⅰ은 전 형상단계(pre-figuration)로서 그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발굴하고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미메시스는 재형상화(re-figuration)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구성한 자기상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삶의 방향으로 삼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는 단순한 삶의 범위에 대한 개인의 서술이 아니라 정체성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매개이자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 연구자들 역시 인간들의 경험은 이야기로 재구성되고 그 속에서 의미가 발견될 때 잘 이해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특히,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맥락을 도출할 수 있고 그 맥락적 이야기 속에서 체험이 보다 정리된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홍영숙, 2017: 1; 김경희&유지영, 2020: 6). 교정 현장에서는 비교적 소수이고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여성 교정공무원이 어떻게 자신의 직업소명을 깨닫고 이를 실천해 나아가느냐에 대한 연구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의 체험된 삶 속에서 의미를 발굴할 필요가 있기에 내러티브 탐구로 접근했다. 내러티브적 탐구와 생애사 연구 등에서는 한 개인의 이야기는 구조화된 자기상이며 동시에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현상으로 간주한다(이희영, 2005: 120; Ronsenthal, 2008: 10).
Clandinin과 Connelly가 제시한 내러티브 탐구에서는 3차원적 공간이란 개인들이 경험한 시간성 그리고 그 경험의 사회성, 경험이 이루어지는 장소 차원을 탐색하고 이곳에서 연구자와 내러티브 주인공이 여행을 하며 상호작용하는 구조에서 해석을 반복한다(신경림, 조명옥&양진향, 2014; Clandinin&Connelly, 2000). 또한 내러티브는 내적 지향, 외적 지향, 과거 지향, 미래 지향의 4가지 목적지를 상정한다. 내러티브는 시간성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이 어떤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개인들은 시간 속에서 어떤 체험을 하느냐를 중시하기에 연구자와 내러티브 주인공이 만나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 그리고 내면의 세계와 드러난 세계를 동시에 탐구한다.
본 연구에서는 내러티브 주인공의 체험을 3차원적 내러티브 공간이라는 해석적 공간 속에서 과거, 미래, 내적, 외적 지향의 4가지 목적지를 여행하며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1) 연구 현장으로 들어가기
연구 현장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연구자와 내러티브 주인공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연구자와 내러티브 주인공은 10년 전 업무상 관계로 처음 만났고 그 이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자는 상담을 전공한 전문상담자로 경력 채용된 교정공무원이며 내러티브 주인공은 공채 교정공무원 출신으로 심리치료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심리치료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러티브 주인공에게 상담과 관련된 전문적인 부분을 지원했으며 연구자 역시 교정현장의 생리와 수용자 특성 등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도구적 목적에서 벗어나 연구자와 내러티브 주인공은 교정공무원인 동시에 상담자인 교정공무원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연구자와 내러티브 주인공은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 속에서 교정공무원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신이 오늘 걷는 길이 내일 교정직에 지원하는 후배 여성 교정공무원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이 된다는 신념으로 일했고, 연구자 역시 초창기 상담전문가에 대한 경력채용자로서 오늘 나의 길이 후배 상담자들에게 거울이 될 수 있기에 잘못된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두 사람은 업무적인 이야기 외에도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은퇴한 내러티브 주인공과 연구라는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만났으며 그의 교정공무원의 삶은 물론 은퇴 후의 삶을 이야기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이야기를 내러티브 연구의 텍스트로 구성했다.
2) 연구 현장에서 텍스트 구성하기
연구자는 연구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 후 사적인 만남에서 연구적 관계로 10회의 심층면담을 가졌다. 면담은 연구 참여자 주도형으로 이뤄졌는데 연구자는 필요한 말만 제시하였을 뿐 대부분의 이야기는 참여자 스스로 풀어나갔다. 면담 내용은 사전 동의를 받고 모두 녹음했으며 문서본으로 전사했다. 그 외에도 연구 참여자가 받은 수용자 편지를 수집하여 텍스트로 삼았다.
3) 이야기의 전개
텍스트는 Clandinin과 Connelly가 제시한 절차에 따라 수행했다. 연구자는 텍스트를 15회 정독해 연구 참여자의 체험을 시간적 차원, 사회적 상호작용 차원, 공간성은 교정시설의 3차원 속에서 분석했고, 시간성에서는 연구 참여자가 시간의 흐름이라는 구조 속에서 겪었던 삶의 과정과 내용 그리고 맥락과 변화에 주목했다.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는 연구 참여자의 상호작용 중 특히 수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잘 드러나는 부분에 집중하여 의미를 분석했다. 공간성은 연구 참여자의 가정이나 학교보다는 그의 삶의 주 무대인 교정기관에서의 경험과 그가 구성한 의미를 중심으로 하여 분석했다. 연구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연구 참여자의 교정공무원 임용부터 은퇴까지의 삶을 7개의 내러티브 주제로 구성했고 그 중에서 그의 일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풀어나갔다.
4) 연구의 엄격성
연구자는 내러티브 연구의 엄격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연구 참여자를 통한 확인 전략으로 접근했다. 연구자는 내러티브 연구는 연구자의 단독 저작이 아니라 공동 저작이라는 관점으로 수행했고 자료 분석과 기술 그리고 해석에 있어 연구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첫째, Lincon과 Cuba(1985)가 제시한 동료지지집단의 구성으로 접근했다. 연구자는 내러티브 연구 방법론 전문가 1인, 상담심리전문가 1인, 교정공무원 1인으로 동료지지집단을 구성했다. 동료 지지집단은 내러티브 연구에서 연구자가 범하기 쉬운 연구자의 자의적 해석과 독단성을 예방하고 연구가 방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판단된다. 둘째, Denzin(1978)이 제시한 다원화 전략으로 접근했다. 다원화(triangulation) 전략은 질적 연구에 있어서 연구방법의 다원화, 연구자의 다원화, 자료출처의 다원화 등을 제시했는데 본 연구에서는 자료출처의 다원화로 접근했다. 연구자와의 일대일 심층면담을 자료로 했지만 연구 참여자가 수용자에게 받은 서신 등을 보조 자료로 활용했다.
연구 참여자의 비밀과 사생활뿐만 아니라 그가 만났던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와 관계된 사람들의 사생활과 비밀보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첫째, 연구 참여자의 이름은 가명으로 했으며 그가 근무했던 교정기관이나 관계된 사람들은 모두 익명으로 표시했다. 둘째, 연구 수행 중 연구의 목적과 취지,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불이익, 연구에서 연구자의 동의 없이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획득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연구자참여자에게 내러티브 자료의 보존과 폐기, 열람과 후속 연구를 위한 자료 사용 여부 등을 물었으며, 연구 참여자는 후속 연구를 위한 자료 활용은 다시 한 번 동의 절차를 거치기를 요구했다.
* 교정본부 심리치료과 교감
* 아주대학교 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E-mail: annes78@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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