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존재 덕분에 행복한 선후배
유성현 교위조사실에서만 만나다가 이렇게 밖에 나와서 얼굴을 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예전 같았으면 함께 등산도 하고 술도 한 잔 나눴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서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요.
김형종 교사 아닙니다, 교위님! 선배님들과 많은 자리를 갖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지만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앞으로 좋은 기회를 자주 마련할 수 있겠죠?(웃음)
유성현 교위 물론이죠! 조만간 함께 등산 한 번 갑시다!(웃음) 김 교사가 조사실에 온 지도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었네요. 쉽지 않은 업무인 만큼 배우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김형종 교사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교도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킨 수용자와 각종 사건·사고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제 우상과도 같은 교위님과 손발을 맞추고 있기에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역시 조사실에 자원해서 온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사실 저는 대전교도소로 초임 발령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교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툼한 서류가방을 들고 새벽같이 조사실로 출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조사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교위님이 법무부 인권국과 법무연수원에서 강사로 활약하면서도 대전교도소 백년사를 집필하시는 모습에 ‘언젠가 저분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꿈이 이뤄져서 정말 좋습니다!
유성현 교위 저도 8개월 전 ‘조사 업무를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던 김 교사를 보며 ‘멋진 후배와 함께 일하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아서 내심 든든합니다. 저는 김 교사 덕분에 마음이 든든하고 김 교사는 저로 인해 즐거우니, 이보다 더 좋은 선후배 사이가 또 있을까요?(웃음)
다시금 되새기는 교정공무원의 존재 이유
김형종 교사 조사실에서 비교적 거칠고 말이 잘 안 통하는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어떤 날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존경하는 교위님께 꼭 여쭙고 싶었습니다. 교정공무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성현 교위 교정공무원 업무의 밑바탕이 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혀 있어요. 저는 김 교사의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수용자 교정교화, 건전한 사회 복귀, 수용자 처우 및 권리 보장이 교정공무원의 존재 이유죠. 교정공무원을 간수 혹은 형무관이라고 부르던 예전에는 수용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데 업무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지금은 첫 번째 목표가 수용자 교정교화와 재사회화예요. 즉, 수용자가 사회에 나갔을 때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인도함으로써 모두가 안전하게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오늘날 교정공무원의 역할인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교정공무원은 수용자에게 좋은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봐야 하고 자기계발에도 꾸준히 힘써야 합니다. 아울러 수용자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할 수 있는 포용력도 갖춰야 하죠. 이것이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이 아닌가 싶어요.
김형종 교사평상시 규율위반 수용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수용자 격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교정공무원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수용자 교정교화와 재사회화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교위님 말씀대로 앞으로는 더 넓고 깊은 안목으로 교정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바라보고 그에 걸맞게 열심히 수양하겠습니다!
교정교화로 완성하는 직업적 자부심
김형종 교사 기회가 기회인만큼 조사 업무에 관한 것도 질문을 드릴게요.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말이 안 통하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수용자들이 있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수용자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시나요?
유성현 교위 조사 업무라는 게 아무래도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만나자마자 조사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마음의 문이 닫힐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수용자를 수용동에서 조사실로 데리고 오는 짧은 시간 동안 사건·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되도록 꺼내지 않습니다. 대신 수용생활에 어려움이나 애로사항은 없는지, 밖에 있는 가족은 잘 지내고 있는지, 직업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 수용자 개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그렇게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수용자에게 다가서면 수용자도 마음의 문을 열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조사도 생각보다 빨리 끝나죠. 제 생각에 수용자의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은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직업적 자부심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요. 수용자를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만 대하면 근무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지만, 수용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 허물없이 대하고 먼저 마음을 열면 수용자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고 교정교화와 재사회화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그러면 업무 분위기도 좋아지고 직업적 사명감도 저절로 높아지겠죠. 결국 교정공무원으로서의 만족도와 자부심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셈입니다.
김형종 교사 백범 김구 선생도 ‘모든 것은 내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씀하셨죠. 교위님 덕분에 교정공무원으로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좋은 이야기와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해요!
유성현 교위저야말로 김 교사와 특별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도 궁금한 점이나 어려운 것들이 있으면 곧바로 저를 찾아 주세요. 정답은 아닐지라도 정답으로 향하는 힌트 정도는 충분히 전해 줄 수 있을 겁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