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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전문성으로 지키는
건강한 수용 생활

대전교도소 의료과

엄정한 법 집행과 교정교화를 위해 외부와의 접촉이 최소화되는 교도소 특성상 수용자의 건강한 수용 생활은 의료과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대전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은 마치 가족을 돌보는 것처럼 아픈 수용자를 진료한다.

강진우 사진 홍승진

대전교도소 수용자들의 ‘건강 수호천사’

대규모 교정기관인 대전교도소는 그 규모만큼 크고 작은 질환을 가진 수용자가 많기 때문에 이준호 과장과 24명의 직원들이 이끄는 의료과의 할동 범위는 매우 폭넓다.
“우리 의료과의 수용자 진료 건수는 한 달에 2만 건에 이르고 투약 처방도 4만 건에 가깝습니다. 저를 포함한 25명의 직원들이 이를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곧 대전교도소의 건강 수호천사’라는 생각으로 저희를 찾는 수용자를 한 명 한 명 최선을 다해 진료합니다.”
대전교도소 의료과는 나날이 강화되는 수용자 인권과 갈수록 높아지는 의료 처우 기대에 부응해 수용자가 대전교도소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부터 면밀하게 건강을 파악한다. 초진 및 검사, 수용자 건강 상태 파악을 위한 가족과의 연락 등을 통해 새로 들어온 수용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이 어찌나 꼼꼼한지 수용자조차 알지 못하는 질환을 알아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 의료계장을 맡고 있는 손수민 교감의 설명이다.
“수용자 중 상당수는 보통의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다가 교도소에 들어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의 진료를 거친 뒤에야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용자도 꽤 많습니다.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죠. 모르고 지나가면 병을 키우게 되니까요. 누구에게나 그렇듯 수용자에게도 건강은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수용 생활을 하면서 죄를 뉘우치고 마음을 수양하는 동시에 출소 후를 대비한 직업 훈련도 해야 하는데 몸이 아프면 이러한 활동들을 제대로 해낼 수 없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곧 교정교화의 첫걸음인 셈입니다.”

수용자를 감동시키는 ‘진심 진료’

대전교도소의 수용자 투약률은 40% 내외로 전국 교정시설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정기투약이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과는 수용자 투약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특히 수용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건강한 수용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전국 교정시설 최초로 원외처방제도를 도입, 수용자 건강관리 용이성과 수용자 가족의 편의성을 모두 높였다.
“교도소 입소 전 수용자가 다녔던 외부 의료시설의 진단서·소견서·처방전을 저희에게 전달하면 의무관이 진료 후 이를 참고해 직접 처방전을 발급합니다. 덕분에 외부 차입약의 반입 절차가 크게 간소화됐죠. 한편 부작용이나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서는 수용자가 원하는 대로 처방하지 않고 외부 의료시설의 자료를 참고하되 의무관의 진료나 원격 화상진료를 통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약을 처방합니다.”
이처럼 진심을 담은 대전교도소 의료과의 진료는 많은 수용자에게 건강을 되찾아줬다. 올 4월 한 수용자가 의료과에 찾아와 복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그 원인을 특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의료진은 항문 내진·초음파 감별 등 의료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검진 수단을 동원해 대장 쪽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으며, 외부 병원의 검사 끝에 대장암을 잡아냈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돼 복귀한 수용자는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저희는 수용자의 기저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데에도 힘씁니다. 당뇨 때문에 발에 상처가 나고 해당 부위가 썩는 당뇨발 환자들에게 주말 포함 매일 포비돈요오드액 담금 처치를 30분간 해 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덕분에 발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된 한 수용자는 ‘대학병원에서도 이런 처치를 거의 받지 못했는데 교도소에서 매일 당뇨발을 관리해 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더군요. 이런 수용자들의 반응을 마주하면 저희도 부쩍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환자를 돌보게 됩니다.”

협업정신으로 이겨 낸 팬데믹

대전교도소 의료과는 2년 넘게 이어진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0’이라는 값진 성적표를 받았다. 방역 초기 매일 오전 7시 전 직원 PCR 검사, 확진자 발생 시 직원 및 수용자 전원 검사, 환자 격리 및 적절한 진료 등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낸 성과다.
“지난해 수용자 한 명이 팔다리 통증과 마비 증상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꽤 됐기 때문에 처음에는 백신 부작용이라고 판단할 수 없었지만 의료과장님과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한 끝에 백신 부작용의 일종인 ‘길랭·바레 증후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외부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결국 그곳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더라면 회복이 더디거나 힘들었을지도 모르죠. 코로나19 시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의료과가 최선의 결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달리 끈끈한 협업정신이 있다. 확진자 발생 등 갑작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면 누가 먼저랄 할 것 없이 출근했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지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복귀를 택했을 정도다. 평소 서로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훈훈한 풍경은 찾아오지 않았을 터. 의료과의 단단한 팀워크를 증명해 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상황이 한결 나아졌지만,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 가을 코로나19 재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전교도소 의료과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변종 바이러스 재유행에 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수용자 백신 접종률을 현재의 80% 수준에서 8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려면 직원들의 심신 건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 전달받은 청소기·커피·텀블러·전자레인지·살균 소독기를 잘 활용하겠다며 활짝 웃는 의료과 직원들. 이들의 건강한 팀 분위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모든 일의 선두에 제가 있겠습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간혹 난동을 부리거나 편안한 수용 생활을 위해 거짓 증상을 말하는 수용자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워낙 바쁘다 보니 일손도 모자라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의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과장인 제가 모든 일에 앞장서겠으니, 앞으로도 저를 잘 믿고 따라와 주세요!”

의료과 이준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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