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태권도 레전드
대한민국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만큼이나 국가대표 되기가 더 어렵다는 종목이 몇 있다. 태권도 역시 그 중 하나다. 더구나 태권도의 종주국은 한국. 이 치열한 영역에서 이대훈 선수는 12년 동안 국가대표의 자리를 지키며 세계무대를 석권했다. 고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 1진에 선발돼 화제를 모았고 그 기대에 걸맞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첫 출전에 금메달을 따며 주목을 받았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비롯해 세계선수권과 그랑프리시리즈에서 해마다 메달을 휩쓴 것은 물론, 올림픽에서도 두 차례 메달을 목에 걸었다. 덕분에 그는 ‘태권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됐다.
다섯 살 때 태권도를 하는 아버지와 형을 따라 태권도에 입문한 이후로 태권도라는 한길만 걸어온 그가 지난 2021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스피드와 체력이 뛰어난 그가 한 번 더 올림픽에 도전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는 ‘박수 칠 때 떠나는’ 선택을 내렸다. 현역 선수로서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제까지 세운 기록들이 그를 계속해서 ‘대한민국 태권도 레전드’로 기억하게 한다.
태권도 대회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그는 태권도와 함께 지낸다. 선수 시절부터 간간이 얼굴을 비추던 방송 활동도 은퇴 이후로는 좀 더 마음 편히 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를 이룬 바탕이 태권도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은퇴 이후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제가 태권도 선수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공부 역시 태권도를 바탕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함없이 태권도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선수로서 현역에서는 물러났으나 여전히 그의 정체성은 태권도에 있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축구를 하고 있어도 결국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된 바탕은 태권도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요즘 한창 논문을 쓰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로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를 이론으로 녹여내고자 한다. 아직 먼 길을 가야 하지만 바쁜 일과 중에도 공부에만 몇 시간을 쏟으며 논문의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다.
주어진 기회 앞의 최선
요즘도 자주 뛰고 달리며 체력 관리를 한다. 최근 미디어에서 그의 모습을 본 이들은 그를 두고 ‘축구 잘하는 태권도 선수’로 기억하기도 한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하면서 남다른 축구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하던 중에 잠시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덕분에 고정멤버로 발탁되기도 했다.
“예전부터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어린 시절 잠시 축구를 배워보기도 했고. 예전에는 좋아하는 취미로 축구를 했다면 요즘은 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매번 고민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매번 새롭게 주어지는 과제들도 있고, 축구는 훈련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뭉쳐야 찬다 2>에서도 그의 활약은 눈에 띈다. 어떤 이들은 그를 두고 ‘사기 캐릭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면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물론이고 실제 경기에서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남달랐던 까닭이다. 덕분에 요즘 그는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록 축구선수는 아니지만 ‘축구’를 매개체로 다른 선수들과 프로그램을 하고 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태권도가 제일 잘하기 까다로운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해보니 한 사람이 아무리 뛰어나도 팀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던 선수들과 함께하며 여전히 깨닫는 바도 많다. 운동 능력만이 아니라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들을 보면 왜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 느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될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 최선을 다해야 최고가 된다는 마음가짐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도 이어지고 있다.
꾸준함이 힘이다
태권도 유망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시절, 그의 포부는 ‘태권도 하면 기억나는 선수’였다. 당시에는 선수로서 말해봄직한 포부였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수려한 외모나 빠른 발차기로 그를 기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실력으로 말했다. 현역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숱한 대회의 시상대에 오르며 선수로서 할 일을 묵묵하게 해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 아버지를 비롯한 지도자 선생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성실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사실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는 자신만 알 수 있습니다. 의욕이 앞서면 무리해서 운동하다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적당히 하게 되면 실력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해봐야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지점을 알면 좀 더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성실해야 성장한다’는 생각은 경기장을 벗어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논문을 쓰기 위해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도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려 한다. 적어도 성실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기에.
“국가대표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태권도를 더욱더 널리 알리고 싶은 바람도 크다. 그래서 선수 시절의 경험을 연구에 담아내고, 기회가 있을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도 도전해보고자 한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뒤에 숨은 노력의 가치를 아는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교정공무원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그 길을 가고 계신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교정공무원으로서 하고 계신 일들을 제가 전해 듣고 싶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