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어머니
글 수원구치소 교감 이우현
글 수원구치소 교감 이우현
지리산 감싼
섬진강 자락에서 나신 어머니
옆구리엔 항상 긴 칼을 차고 있었다
첫 번째 시간이었을까
선생은 어머니를 지목하여
일본어 발음을 시키셨다
얼굴-카오 머리-아타마 입-쿠치
순수하고 순박한 어린 산골 소녀 입에선
이상한 일본어 발음은 서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선생은 가차 없이 매질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선생의 눈빛과 찬 칼이 무서웠는데
어머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후로
어머닌 학교를 자파했다
뽕나무밭에서 종일 놀다가 친구들과 학교 갔다 왔다고
집에 가서 거짓말을 하였다
그래서 어머닌 평생 문맹으로 사셨다
섬진강 자락 강 건너에서 배 타고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시집오셨다
아버진 전쟁과 죽음이 항상 신산했고 고단했던
묻지마라 갑자생
두 번 군대에 끌려가셨다
한 번은 일제 강점기 남양 군도로 떠돌고
또 한 번은 해방 후 논산훈련소 징집병
어머닌 남편 없는 그 긴 세월 동안
험한 쟁기질 농사일 시부모 봉양 다 헤쳐 나오셨다
집안 회계일 아버지에게 맡기시고
당신보다 빨리 가시면 안 된다고
아버질 끔찍이 챙기셨다
그러나
아버진 어머니보다 오 년을 빨리 떠나셨고
오 년 후 어머닌 당신이 평생 뙤약볕에
콩밭 매던 그 밭에 묻히셨다
사시는 동안은 지지리도 자식 복이 없으셨던 어머니
당신이 떠나신 날 만큼은 복이 많으셨다
그날은 온 세상이 벚꽃이 꽃비가 되어 날리우고
하얀 배꽃이 만발한 포근한 봄날이었다
나는 그날 내 눈물 너머로 분명히 보았네
송화가루 휘날리는 먼 산 위로
한 마리 학이 날아가는 것을
지금도 분명히 믿고 있네
그 새는 어머니라는 것을
구분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
성명
김호중
부서
법무부 교정기획과
연락처
02-2110-3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