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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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로 하나 되는 소문난 검도명가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 오검회

정라희 사진 이정도

검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따스한 햇살이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부산구치소 연무관에 우렁찬 기합 소리가 들려온다. 힘이 넘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 오검회 회원들. 남다른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듯 연무관 벽면에는 두 개의 우승 깃발이 당당하게 걸려 있다. 이 깃발들은 전국교도관무도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했을 때만 주어지는 것. 전국에서 쟁쟁한 실력파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회에서 한 번도 아닌 세 번 연달아 우승한 기록을 두 차례나 세웠을 만큼, 오검회의 실력은 남다르다.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의 역사는 꽤 깊습니다. 1966년에 열린 제9회 전국교도관무도대회에 첫 출전을 한 기록이 있어 그 이전에 동호회가 결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승 깃발은 보통 우승팀이 다음 우승팀에 전달하는 것이 관례인데, 대회 세 번 연속 우승팀에게는 영구 수여합니다. 덕분에 회원들의 자부심도 큽니다.”
오검회 회장 이재현 교위의 말이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종 대회가 열리지 않았으나, 그동안 오검회는 매년 열렸던 전국교도관무도대회를 비롯해 전국교도관연합회장기검도대회, 부산시장기종별검도대회, 남해군수기검도대회, 사회인검도대회, 동구청검도대회 등 많은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냈다.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에 ‘오검회’라는 이름이 붙은 때는 2018년. 회원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동호회의 활약상을 널리 알리고자 여느 검도도장처럼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만의 정체성을 표현해 보자는 의견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오검회는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 안에서 사는 세 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삼족오는 고구려 유적에서 발굴되기도 하는 등 고구려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의 정신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오검회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검도를 향한 열정으로 매일매일 파이팅

오검회는 부산구치소 내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동호회다. 현재 회원 수는 약 60명. 전국 교정기관 내 검도동호회 중에서도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검도 유경험자만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검도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지 회원이 될 수 있다. 오검회에서 검도를 시작해 유단자가 된 회원들도 적지 않다. 회장 이재현 교위 역시 오검회를 통해 검도 유단자가 됐다.
“교정공무원이 된 후 부산구치소에서 처음으로 검도를 접했습니다. 검도의 가장 큰 장점은 부상 위험이 적고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에요. 신체 단련과 정신 수양을 동시에 합니다. 실제로 오검회에는 나이와 직급이 다양한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성회원들도 참여하고 있고요.”
한편으로 오검회 열혈회원인 최세경 교감은 “대학 시절부터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의 명성을 익히 들었다”고 전한다.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부산광역시장기종별검도대회에 참가했던 최 교감은 대회 현장에서 일반부에 출전한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의 대회 우승 소식을 접했다.
“스물한 살이던 그때는 막연하게 당시 우승팀이 ‘선수 출신의 무서운 아저씨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던 부산구치소 검도동호회에서 제가 활동하고 있으니 감회가 남달라요. 더군다나 무서운 아저씨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슴 따뜻하고 열정 넘치는 부산사람들이 함께 운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검회 회원들은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에는 함께 모여 기초부터 고급 과정까지 다섯 명의 사범들이 회원들을 지도한다. 이와 함께 매일 아침 6시 45분부터 30분 동안 기초 훈련도 병행한다. 취미를 넘어 검도에 푹 빠져든 사람이 많은 덕에, 땀 흘리는 시간도 유쾌하기만 하다.

스스로 수련하고 서로 배려하며

이날도 가볍게 몸을 풀며 훈련을 이어가는 오검회 회원들.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죽도로 타격하는 광경에서 역동적인 열정이 전해온다. 하지만 오검회 회원들은 겉으로 보이는 멋진 모습만이 검도의 매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면을 다스리며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한층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진정한 검도의 매력. 그래서 검도는 상대가 아닌 자신과 싸우는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검도를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백련자득(百鍊自得)이라는 격언이 유명합니다. ‘수없이 많은 수련으로 스스로 깨닫는다’는 뜻인데요. 어느 날 갑자기 실력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거듭되는 수련과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검도의 값진 의미를 하나씩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대부분을 사람 상대하는 일로 보내는 교정공무원들에게 검도를 통한 수련은 자신감을 키우고 일상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 지금이야 죽도를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진검을 사용하기도 했던 만큼, 검도는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이 중요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실제로 검도 경기는 한 차례 단 3분 안에 승부가 갈린다. 검도를 통해 키운 집중력과 판단력은 어려운 업무도 피하지 않고 해결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검회 활동 2년 차인 김상수 교위는 “훈련을 마치고 명상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고민을 잊는다”고 전한다.
오검회 회원들은 이 같은 검도의 매력을 지역주민들에게도 꾸준히 알려왔다. 현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했지만, 오랜 기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부산구치소 검도교실’을 열어온 것. 오검회 사범으로 활동 중인 정민철 교사는 이 같은 활동이 “지역주민들에 대한 재능기부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지키고 있는 교정공무원의 역할도 알리고 있다”고 전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오검회 회원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 스스로 수련하고 서로 배려하며 진정한 검도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활약이 머지않아 기분 좋은 소식으로 전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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