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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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우유로 바꾸는 자애로운 손길

광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 진표 스님

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교정교화는 뱀을 소로 변화시켜서 온 세상을 살찌우는 우유를 만들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뱀을 뱀으로 두면 세상에 독이 퍼질 뿐이다. 광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 2년 차에 접어든 진표 스님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년째 수용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강진우 사진 홍승진

스승을 따라 교정교화에 나서다

25년 전, 진표 스님은 스승이자 제3대 광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인 천운 스님과 함께 광주교도소를 찾았다. 스승의 심부름을 위한 발걸음이었지만, 그의 눈길은 어느새 수용자를 향해 있었다. 거실에 갇혀 지내는 수용자들을 바라보며 ‘아무리 죄 지은 사람들이라지만 얼마나 자유가 그리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때 느낀 측은지심은 어느새 봉사심으로 바뀌었고, 수용자 교정교화에 힘을 보태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가 2003년 종교분과 교정위원으로 나서게 된 사연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한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죄를 지었다고 해서 수용자들을 끊임없이 핍박하면, 이들의 마음은 엇나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집니다. 반면 이들이 출소 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돌본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전보다 맑고 따뜻해질 겁니다. 게다가 불교에는 지금의 삶이 전생의 업보 때문이라는 윤회의 개념이 존재합니다. 수용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그들의 현생과 후생을 모두 구할 수 있죠. 스승님을 따라 광주교도소에 온 직후부터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수용자 교정교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교적 고찰로 교정교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진표 스님은 수용자 법회, 사형수 면담, 일대일 멘토링 등의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사명감 띤 그의 진심이 수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당연지사다.
“코로나19 이전까지 10년 동안 꾸준히 만난 수용자가 있는데요. 어느 날 제가 몸이 불편해서 면담을 몇 차례 가지 못하다가 다시 그와 만났는데, 저를 보자마자 서럽게 우는 겁니다. 제가 보고 싶고 건강이 걱정돼서 마음을 졸였다는 말이 뒤따랐죠. 그를 진정시킨 뒤 가만히 이야기를 나눠 보니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저를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의지하고 있었더군요. 담담히 속마음을 내보이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결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용자 교정교화만큼은 꼭 이어 나가야겠다고 말이죠.”

새 시대를 준비하는 분주한 움직임

2021년 4월, 진표 스님은 스승의 뒤를 이어 제17대 교정협의회장 자리에 올랐다. 늘 그랬듯 수용자 교정교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그 가족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수용자 자녀 중 10명을 추천받아 교육 및 생활 안정 지원금을 전달한 것. 교정협의회의 역동성 증진을 위해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의 재학생을 청년 교정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짐에 따라 교정위원 간 의사소통 활성화와 교정교화 활동 정상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바꿔야 하는 일인 만큼, 비대면 환경에서는 교정교화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아가 교정위원들의 활동도 전보다 위축됐는데요. 먼저 6월 중에 그동안 미뤘던 교정위원 총회와 화합을 위한 행사를 개최해서 교정교화 활동의 정상화를 모색하려 합니다. 이와 함께 자격증 학습 및 취득 활동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확대해서 출소자 사회 복귀의 귀중한 밑거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교정협의회장으로서 교정교화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답답했는데, 이제부터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두 배로 열심히 활동할 생각입니다.(웃음)”
진표 스님은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 그 밑바닥에는 교정공무원들의 피땀 어린 노고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아울러 교정위원들이 아무리 내실 있게 활동하더라도 교정기관의 뿌리와 줄기는 결국 교정공무원임을 진표 스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이제는 교정공무원들의 지친 심신을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용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정공무원에게, 모든 교정위원의 마음을 모아 고마움을 전합니다. 교정공무원이 건강하지 않으면 수용자도 건강할 수 없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긴 만큼, 부디 자신을 잘 챙기시고 내일을 위한 힘을 비축하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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