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물리칠 시원한 별미
냉면
벌써 뜨겁다. 오뉴월 햇볕 얘기가 아니다. 냉면을 파는 시내 유명 면옥(麵屋) 앞 대기 줄이 뜨겁다. 입술마다 드리운 ‘짱짱한’ 국수 가락은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첨병의 깃발과도 같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벌써 뜨겁다. 오뉴월 햇볕 얘기가 아니다. 냉면을 파는 시내 유명 면옥(麵屋) 앞 대기 줄이 뜨겁다. 입술마다 드리운 ‘짱짱한’ 국수 가락은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첨병의 깃발과도 같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냉면은 본시 겨울 음식이었다. 메밀의 수확기는 늦가을, 육수로 쓰는 동치미는 ‘동침(冬沈, 겨울에 먹는 김치)’에서 나왔다. 무도 겨울에 단맛이 든다. 물론 여름에도 맛있는 것이 냉면이다. 시원하니까, 그 맛에 후루룩 빨아들인다.
냉면은 보통 물과 비빔으로 나눈다. 물냉면은 ‘국물(육수) 냉면’의 약어다. 시원한 육수에 면을 말아낸다. 비빔이라 하면 푸성귀와 장을 얹고 비벼내는 골동면(骨董麪)을 이른다. 당연히 차갑게 식힌 국수를 쓴다.
진주냉면
맛있는 냉면으로는 진주와 평양이 유명했다. 평양에선 그저 국수라 했다. 분틀로 냉면을 뽑아 동치미에 말아 먹던 국수였는데, 한자 냉면이란 이름은 훗날 도입됐다. 평양을 떠나온 식당들이 곳곳에 정착하며 냉면(冷麪)이라 쓰인 붉은 깃발을 걸었다.
꿩고기 정도가 들어가던 것이 소고기와 돼지, 닭고기 육수 등이 가미되며 한양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일제강점기 경성 시내에 많은 냉면집이 생겨났다. 이른바 면옥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권세 등등한 진주 지역에서 조선 시대부터 먹던 진주냉면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그 고명부터가 화려했다. 해산물 육수를 쓴 대신 육전과 줄알(지단) 등을 썰어 올렸다. 재료도 값비싸고 손도 많이 간다. 재료를 다루는 솜씨도 있어야 했다. 한마디로 권력자의 음식이었던 셈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다. 원래는 농마(녹말) 국수라 부르던 것이다. 개마고원의 감자 전분으로 뽑아낸 가느다란 면을 쓰고 명태나 가오리 회를 꾸미로 얹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오장동에 정착하며 당시 서울에 유행했던 평양냉면에 대응해 함흥냉면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외에도 해주냉면이 뿌리인 양평 옥천냉면, 백령도 냉면 등 다양한 구성의 냉면이 입맛을 대물림하고 있다. 경기도나 강원도에서 즐겨 먹는 막국수와 구성 요소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냉면이라고 하면 보다 고급스러운 재료와 담음새로 차리는 게 일반적이다.
함흥냉면
냉면은 메밀이 아니라 칡이나 야콘 등의 전분을 섞어 면을 뽑기도 하는데 전통식 냉면으로 치지는 않지만, 따로 마니아층을 둘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꽤 인기가 있다. 부산 밀면 역시 마찬가지다. 메밀 대신 밀을 써서 만든 밀면은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저렴한 가격 덕에 넓은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냉면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주식으로 먹는 차가운 면 요리가 드문 탓이다. 중국 냉면(량판멘)이나, 샐러드 형태로 제공되는 이탈리아 파스타가 정도가 있을 뿐이다.
특히나 일본인들이 냉면 앞에서 환호성을 지른다. 맵지 않고 심심하면서도 구수한 육향에 그들이 열광하는 메밀이 주성분인 까닭이다. 일본 각 도시에서 냉면을 파는 한식당이 인기를 얻으며 ‘K-냉면’ 시대가 열렸다. 벌써 따가운 햇살 아래 즐기는 초여름 냉면이 두둥실 떠버린 입맛을 되살린다. 딱 기분 좋은 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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