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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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추억은
어떻게 현재로 소환됐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싸이월드, 포켓몬빵 열풍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다시 유행하는 ‘싸이월드’와 ‘포켓몬빵’에는 겹치는 세대가 있다. 바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던 MZ세대다. 이들의 추억이 어떻게 현재로 소환돼 당대의 세대를 매료시키고 있을까.

정덕현 문화평론가

ⓒ tvN

90년대 외환위기 시절의 추억, 〈스물다섯 스물하나〉

‘힘겹던 시절도 돌아보면 추억이 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최근 종영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다. 이 드라마는 1997년 당시 터진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그 여파를 온몸으로 받아냈던 청춘들의 성장을 그렸다. 아버지의 파산으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게 된 백이진(남주혁 분)과 IMF 여파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학교 펜싱부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희도(김태리 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청춘의 풋풋한 힘으로 시대를 버텨내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는 달콤하고 설렘 가득한 청춘극만큼 1990년대를 회상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 코드가 담겼는데, 원수연 작가의 만화 〈풀하우스〉, 카세트테이프, 삐삐, 나이트클럽, 공중전화 부스, 비디오·만화 대여점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브랜드의 옷이나, 당시 가요계를 강타했던 힙합 문화 같은 소재와 옛 감성의 영상 연출은 당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MZ세대의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1990년대 복고 열풍은 이미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나왔을 때 신드롬처럼 퍼져나간 바 있다. 당시 음악이 흘러나오는 홍대 앞 음악 카페에 청춘들이 몰려들었고, 인기를 끌고 사라졌던 가수들이 다시 방송가로 소환되기도 했다.
특히 1997년 IMF가 중요한 건 이 시기가 우리 사회의 어떤 변곡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양극화가 본격화된 시기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던 시기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코로나19 같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현재의 대중들에게, 당시 사람들이 외환위기를 잘 버텨내고 현재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힘겹던 시절에도 청춘들은 사랑을 했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통해 어려운 시대도 결국은 지나가고 이겨낼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한 것. 힘든 시절이지만 그것조차 추억으로 여기는 MZ세대들이 이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던 이유다.

다시 문을 연 싸이월드, 추억 찾기 열풍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보여준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복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 서비스를 재개한 SNS 싸이월드 역시 복고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싸이월드가 복구되면서 당시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고 그 안에 담아놨던 사연과 사진을 다시 찾아보는 ‘추억 찾기’ 열풍이 일고 있다.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과 현재의 달라진 자기 모습을 붙여 SNS에 게재하는 방식은 과거 ‘2000년대의 SNS’라고 할 수 있는 싸이월드가 현재의 SNS로 옮겨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연예인들은 복구된 사진첩에 담긴 과거 사진을 꺼내 SNS에 올리며 팬들과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싸이월드는 1999년 카이스트 출신 연구자들이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한 SNS로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1년 미니홈피 프로젝트로 서비스가 변화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니미, 미니룸, 도토리, 일촌 맺기 같은 개념을 도입했고, ‘미니홈피’는 거의 고유명사가 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스마트폰 기반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글로벌 SNS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추락했다. 그러다 최근의 복고 열풍과 맞물리면서 부활한 것. MZ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한 추억 찾기 열풍으로 싸이월드는 출시 한 달 만에 SNS 앱 신규 설치 건수 1위를 기록했다.

ⓒ SPC삼립

캐릭터 스티커 담긴 포켓몬 빵 대란

MZ세대의 추억 찾기 열풍은 최근 제과업계에도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포켓몬빵’ 대란이 그것이다. 사실 제과업체에서 양산하는 빵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우후죽순 늘면서 과거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마트와 편의점에서 포켓몬빵을 판매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오픈런(문이 열자마자 뛰어가 사는)’ 사태가 벌어지는 진풍경이 생겨나기도 했다. 포켓몬빵은 40일 만에 1,000만 개가 판매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실 포켓몬빵은 이미 2017년 먼저 재출시 됐는데, 당시 반짝 특수를 누리긴 했지만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해 1년 만에 단종됐던 것. 포켓몬빵이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로 빵과 함께 포장된 ‘띠부띠부씰(쉽게 떼고 붙이는 스티커)’을 들기도 하지만, 사실 2017년 포켓몬빵에도 이 띠부띠부씰은 들어 있었다. 따라서 현재의 포켓몬빵 열풍의 원인을 빵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코로나19 국면의 장기화가 불러온 새로운 소비심리가 그 이유로 꼽힌다.
해외여행이나 공연 같은 것들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새로운 여가와 놀이로서 포켓몬빵 스티커 수집 같은 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포켓몬빵은 팬데믹 상황이 야기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잠시 잊게 하고 추억을 돋우는 상품이 됐다.
복고 현상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잠시 잊고 과거의 추억을 돌아보고픈 욕망에서 나온다. 그때를 경험한 MZ세대들이 빠져든 〈스물다섯 스물하나〉나 싸이월드, 포켓몬빵 열풍에는 이들이 처한 만만찮은 현실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제 엔데믹으로 가고 있지만 그 후유증이 한동안 지속될 코로나19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의 문, 극심한 양극화, 무너진 성장의 사다리 같은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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