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 수용자들의 첫 번째 길잡이
총 7명으로 구성된 광주교도소 보안과 미결3팀은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 수용자 관리를 담당한다. 경찰, 검찰, 법원에서 광주교도소로 이송된 미결 수용자들은 예외 없이 미결3팀을 거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PCR검사 후 2주 동안 미결3팀이 관리하는 격리사동에 머문 뒤 각자 배정된 거실로 자리를 옮기는 것. 모든 것이 낯선 신입 미결 수용자들을 돌보는 한편 코로나19 차단 임무까지 맡다 보니 상대적으로 업무 수행에 더 큰 어려움이 따르지만, 미결3팀 특유의 긍정성과 단합력으로 주어진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것이 이교범 팀장의 설명이다.
“팀원들의 얼굴만 봐도 밝은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지 않나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도 불평 없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팀원들을 생각하면 팀장으로서 언제나 고마움이 앞섭니다. 매일 출퇴근길마다 팀원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죠.”
미결 수용자는 피의자 신분이지만, 재판이 끝나지 않은 만큼 기결 수용자와는 다른 처우를 제공받는다. 재판 준비를 위해 1일 1회 면회가 가능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기결 수용자 대비 자유롭다. 자연스럽게 수용자들이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고 모든 수용자를 밀착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저희 팀원들도 사람이다 보니 수용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개중에는 여러 사정으로 구속됐지만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도 있죠. 그렇기에 수용자들의 처우를 최대한 보장하고, 요구사항도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도움 하나하나가 모여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례도 있는데요.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출소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되새깁니다.”
수용동의 안전과 원칙을 사수하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미결3팀에게도 마음을 어지럽히는 위기가 종종 찾아온다. 올 4월 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미결 수용동에 퍼졌을 때, 미결3팀은 확진 수용자 전담팀으로 거듭났다. 모든 팀원들이 온몸을 덮는 방호복을 착용하고 사동 근무에 나섰다. 피로감이 극에 달했지만, 수용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더욱 강한 사명감으로 업무에 임했다. 그렇게 50여 일을 보낸 끝에 미결 수용자의 80%에 달했던 확진자 수를 ‘0’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당시 미결 수용동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저희가 관리하는 3층으로 보내졌습니다. 신입 수용자의 PCR검사와 격리를 담당하기에 저희가 맡는 것이 당연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D급 방호복을 입고 수용자를 관리해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감과도 싸워야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상황이 종료됐을 때의 보람과 기쁨이 매우 컸습니다. 팀원들도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연신 ‘수고했다’는 말을 되풀이했죠.”
최근에는 수용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기울였다. 미결 수용동의 구조 특성상 거실과 거실 사이에는 운동장으로 활용하는 공간이 있는데, 몇몇 수용자들이 창문을 통해 다른 거실의 수용자에게 말을 거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애초에 허가 없는 부정 연락이었던 데다가, 그 소리가 사방에 울려 다른 수용자들의 피해가 상당했다. 무엇보다도 각 거실에서 힘이 약한 수용자들의 생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고심 끝에 팀원들은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해당 층을 파악하고 각 거실을 빠르게 시찰하는 방법을 택했다. 몸은 상당히 고됐지만, 그것만큼 정확하게 부정 연락 수용자를 식별하는 방법도 없었다. 이를 통해 3명의 수용자를 적발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사후 처리 덕분에 어수선했던 수용동 분위기를 빠르게 다잡을 수 있었다.
500원에 담긴 진한 우정
온 힘을 다해 수용동과 수용자를 돌보다 보니,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수용자들도 상당하다.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이 한창이던 올 초, 임용래 교위는 상담 중 재판이 연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호소한 수용자에게 보석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 덕분에 얼마 후 보석 허가 결정을 받은 수용자는 출소하면서 그를 찾아와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준섭 교위는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데 변호인 접견이 막혀 답답해하는 한 수용자를 위해 소통의 통로 역할을 자처했고, 결국 그 수용자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누명을 쓰고 입소했던 한 인도인이 무죄를 받고 출소했는데요. 나가면서 ‘팀원들이 외국인 거실 수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방면으로 신경 써준 덕분에 누명을 벗고 건강하게 출소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긴 편지를 건네더군요. 타국에서 뜻하지 않게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게 돼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웃음)”
맡은 일을 향한 팀원들의 열정, 그 배경에는 동료를 위하는 뜨거운 애정이 있다. 지난겨울, 이교범 팀장은 코로나19 격리사동 환기 때마다 찬바람으로 고생하는 팀원들에게 사비로 패딩조끼를 구매해 나눠줬다.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고 소중했는지, 홍대표 교위는 조끼 왼쪽 가슴에 명찰을 따로 제작해서 붙였다고. 그런가 하면 미결3팀 사무실에는 팀원 누구나 보안과 직원 휴게실에 있는 커피머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500원짜리 동전을 모아 놓은 그릇이 마련돼 있다. 모든 팀원들이 때마다 동전을 채우는 통에 그릇이 비어 있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의 눈빛에서 동료를 향한 진한 우정이 진하게 묻어났다.
미결3팀의 2022년 하반기 계획과 목표, 그 중심에는 여전히 수용자가 굳게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수용자가 애로사항이나 고민을 부담 없이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미결 수용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들의 진심은 앞으로도 인권의 가치와 법치가 제대로 구현되는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MINI INTERVIEW
늘 팀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매일 출퇴근길마다 팀원들의 건강과 각 가정의 행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불평불만 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그 모습에 날마다 감동합니다. 그리고 수용자들을 위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되, 여기 있는 동안 건강함을 회복하고 출소해서는 꼭 가정과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쓰이기를 기도합니다.”
보안과 미결3팀장 이교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