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단처럼 깔렸다, 보랏빛 꽃
강원 고성 하늬팜랜드
요즘 고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단순하게는 그저 꽃밭이고, 이러저러한 수식을 달기 시작하면 끝없이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수식어가 ‘한국의 팜도미타’이다. 팜도미타는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에 있는 대규모 라벤더 농장으로, 하늬라벤더팜과 마찬가지로 이맘때 고운 꽃을 틔운다. SNS를 뜨겁게 달군 수식어도 있다. ‘인생샷 명소’라는 것, 그것도 핸드폰 용량이 꽉 찰 때까지. 실제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어디든 눈부실 만큼 공간 곳곳이 예뻐, 하늬라벤더팜 사진에는 늘 ‘#예쁨주의보’라는 해시태그가 붙는다. 초록 융단 위에 보랏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풍경이 아스라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테다.
이뿐만이 아니다. 라벤더 꽃밭을 둘러싼 풍경도 곱다. 꽃밭 가장자리를 채운 여러 채의 유럽풍 건물 주위로 황금빛 호밀밭과 붉은 양귀비꽃밭, 푸른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그러니 누구라도 “예쁘다”라며 환호할밖에.
하지만 잊지 마시라. 보랏빛 라벤더 꽃이 환히 피는 때는 1년에 고작 20여 일 뿐이라는 사실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곳을 가득 채운 ‘잉글리시 라벤더‘는 5월 하순 꽃을 피우기 시작해, 6월 초·중순경 절정을 이룬다.
이토록 예쁜 바다, 가진해변
요즘 고성에서 가장 ‘힙’한 바다로, 드라마 〈서른, 아홉〉의 촬영지다. 근처 카페 덕분에 인기를 끌어 ‘가진롱비치’란 이름을 얻었을 정도. 처음엔 해안을 두른 철조망 때문에 주위를 배회하기 일쑤지만, 가진롱비치는 누구라도 들어가 누릴 수 있는 예쁜 바다이니 서슴없이 들어가시라. 들어가 ‘살짝만 닿아도 손끝 환해지는 바다’를 충분히 즐기다 올 일이다.
물이 마을을 푸르게 휘감아 흐르다
경북 예천 회룡포
물가 풍경이 좋은 예천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물과 접한 공간이 그만큼 넓다. 푸른빛의 내성천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마을을 동그랗게 감싸 안고 있으니, 마을의 350°가 물가인 셈이다. 덕분에 마을에서는 반영 고운 아침이, 윤슬 그득한 오후가 일상이다.
이맘때면 색다른 매력으로 즐거워지는 곳 또한 회룡포다. 모내기 끝난 무논을 적시는 개구리 소리 때문이다. 상상해 보시라. 초여름의 어스름 저녁을 빼곡하게 채우는 개구리 소리의 일정한 리듬을. 도시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그 소리가 한 편의 ASMR이 되어 마음에 여유를 맺히게 한다. 오메가(Ω) 모양의 물길부터 조망해 보자. 장안사 입구 주차장에서 도보 15여 분 거리에 있는 회룡대에 서면 초여름 풍경의 회룡포가 한눈에 드러난다. 회룡포 뒤로 보이는 하트 산도 놓쳐서는 안 될 명소다.
회룡대가 회룡포 여행의 핵심이라면, 명물은 ‘뿅뿅다리’다. 뿅뿅다리는 한 사람 정도만 겨우 지날 수 있는 ‘구멍 뚫린 철판’으로 만든 가교. 이 가교를 지나야 푸른빛이 도는 마을에 닿을 수 있다. 바람 좋은 한낮, 뿅뿅다리 어디쯤 앉아 내성천 맑은 물에 발을 폭 담그면 초여름의 신록이 몸 안으로 담뿍 든다.
담백하고 고소한 배추전 맛
회룡포에선 이 땅의 마지막 주막이었던 삼강주막이 내성천 물길로 이어져 함께 둘러보기 좋다.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 물줄기가 모이던 삼강나루에 있어 삼강주막이라 불리는 곳으로, 주모가 떠나 한 점 풍경으로 남은 옛 주막 옆으로 막걸리와 파전 등을 파는 주막촌이 형성돼 있다. 그곳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배추전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세상 시름이 다 걷히겠다 싶다.
수련에 빗방울 또르르르
경남 고성 상리연꽃공원
수련은 본래 초여름 안에서 핀다. 초여름은 장마철과 잇닿는 경우가 많다. 상리연꽃공원은 호수의 절반이 수련으로 뒤덮이는 곳. 장마철이면, 그 수련 위로 또르르 빗방울이 맺힌다. 호수에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도 듣기 좋고, 빗물이 수면 위에 동글동글 떨어지는 모습도 바라보기 좋다. 산 중턱까지 바짝 내려온 구름이 호수 일대를 뒤덮는 풍경도 아름다운 순간. 그 선경 같은 풍경 때문이었을까. 누군가는 ‘수련 보기에 가장 좋을 때는 소나기가 막 쏟아지고 난 뒤’라고 했다.
수련은 중부 이남 지역에서 연못에 심어 기르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한여름에 피는 연꽃과 달리 6~7월에 꽃이 펴 이맘때가 딱 절정이다. 원형에 가까운 잎이 물 위에 동동 떠 있고 그 위에 진분홍빛 수련이 역시 물 위에 떠, 수면이 그냥 꽃밭이다.
공원의 규모는 총 19만 8,400㎡. 이 중 2/3가 연밭이다. 논처럼 구획된 7개의 습지에 수련, 홍련, 백련, 노랑어리연꽃 등 200여 종이 넘는 연꽃이 자라고 있다. 그중 대부분이 수련이다. 그 진분홍빛 수련 사이 징검다리를 퐁당퐁당 뛰어 건너는 일도 흥겹고, 공원 가운데 덱을 따라 걸으며 연꽃을 살피는 일도 재미있다.
지금 만화방초는 수국 천지
상리연꽃공원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엔 수국 가득 피는 여름 숲, 만화방초가 있다. 개인이 30년 넘게 가꿔온 만화방초는 ‘만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들이 있는 곳’이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종류의 수국과 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남보랏빛 수국과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공간이 특히 예쁘고, 전체 33만 578㎡ 공간 중 6만 6,115㎡이 야생 녹차밭이라 사계절 언제 찾아도 푸르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