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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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받겠습니다

글. 서울구치소 교위 문규종

업무와 일상을 분리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결연하게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어렵지만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 그것이 공직자의 청렴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청렴’에 대해 생각하다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과 관련해 ‘청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공익광고를 제작해 대대적으로 청탁금지법을 홍보하고 있다. 공익광고 내용은 이러하다. TV 드라마의 한 등장인물이 은밀한 말투로 “이번 것만 잘 부탁해”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주인공에게 건넨다. 주인공의 얼굴이 확대되고, 많은 시청자가 이를 숨죽이며 지켜본다. 이때 주인공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받겠습니다.” 이내 시청자들의 실망 섞인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때 주인공이 “‘마음만’ 받겠습니다”라며 반전이 있는 말을 하고 드라마를 보던 이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한다. 그리고 자막이 이어진다. “청렴한 마음과 거절하는 용기, 우리 모두의 바람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광고를 봤거나 혹은 비슷한 내용을 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광고를 보고 매우 의아했다. 마음만 받겠다고? 받아들인다는 그 마음이 과연 어떤 마음일까. 비록 돈은 안 받지만, 그 부정한 마음은 챙겨 보겠다는 의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연 부정, 비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까? 청렴이란 부정한 마음까지도 거절하는 것인데 말이다. 돈이 오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과연 확실한 거절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부정청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공직자 등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는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제2항 “공직자 등은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는 이를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신고해야 한다.”
위 법조문을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면 광고 속 주인공은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은 부정청탁이니 나는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지금 철회하지 않는다면 신고하겠다’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교정공무원의 업무 중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 제169조 제3항에 “계호 업무를 하는 교정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요구나 제의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부정청탁을 받았다면 웃으면서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강하고 단호하게 ‘지금 뭐 하는 행동입니까. 당장 철회하세요!’라고 소리쳐야 마땅했다. 그래야 부정청탁을 하려던 사람이 깜짝 놀라 다음부터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떳떳한 우리가 되기 위한 길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상대의 선의를 거절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회적 통념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과 불의, 불법은 이런 작은 틈을 파고든다. 한때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해서 공직에 올라 보답하는 것은 의리가 아니다. 업무와 일상을 분리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결연하게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어렵지만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 그것이 공직자의 청렴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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