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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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의 기도로 지난날의 잘못을 돌아봅니다

글. 박○○


• 화려하고 멋진 삶이 아니었을지라도 성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던 저의 삶은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 됐습니다. 회사 퇴직금과 대출금으로 시작한 가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해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직원들 급여는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버텨 봤지만, 결국 제게 돌아온 것은 폐업과 감당할 수 없는 대출금, 개인회생이라는 암울한 현실이었습니다.


•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제가 어려움을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힘이 돼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저를 믿고 도와준 이들의 믿음을 져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최소한의 휴식만 취하며 음식 배달, 음식점 서빙, 새벽 택배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었고, 그렇게 1년을 보내니 다행히도 많은 빚을 상환했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끝날 거라는 생각에 무리인 줄 알면서도 일을 더 늘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그러던 중 짧은 시간 대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현금을 받아 다른 이에게 전달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조금만 신중했다면 충분히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일임을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힘든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욕심에 눈과 귀가 멀어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게 체포됐고 구치소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을 포함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근심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근거 없는 억울함, 곧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 누군지도 모르는 대상을 향한 원망, 사회에 대한 분노 등이 순차적으로 제 감정을 지배했습니다.


• 한 달, 두 달 구속 기간이 길어지자 많은 것을 체념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차분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과거의 행동을 되짚어 볼 여유가 생긴 후에야 제가 놓치고 있었던, 아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나로 인해 피해를 본 분과 그 가족들.’ 잘못된 판단과 그릇된 선택으로 비롯된 그분들의 고통을 간과한 채 제 손끝에 박힌 작은 가시만 보고 칭얼대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너무나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매일 저녁 잠들기 전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춥고 암울한 겨울 한가운데, 땅 밑에는 봄에 싹을 틔우기 위해서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발버둥 치는 씨앗이 있듯이 어려움 속에서도 씨앗은 계속 자라고 있음을 잊지 않고, 지금의 힘겨운 현실과 고통스러운 시기가 지난 후 그분들이 찬란한 인생을 맞이하기를….

더 멀리 가기 위해 꿈틀거리는 애벌레의 몸짓이 그저 고통스러운 순간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불필요한 껍질을 모두 벗어버리며 진정한 변신을 위해 집중하는 일이 되기를….

거칠고 가파른 자갈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잘 다져진 행복의 길에 다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분들의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세상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 그분들께서도 고통스러운 순간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희망찬 인생의 새 페이지를 맞이하길….

그분들께서 힘듦과 고달픔을 잘 견뎌내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시간이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를….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밧줄의 끝자락을 잡고 매달려 있을 그분들이 모든 것을 견디고 극복할 힘을 주기를, 그럼으로써 나도 언젠가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꿈꾸길….


• 물론 이런 반성과 기도만으로 용서받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분들의 고통 속에 담긴 절망과 분노를 삭일 어떠한 방법도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뉘우칩니다’ 등의 말 한마디, 글 한 줄로 무마할 수 없는 죄라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그분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사죄로서 살아가는 것뿐이기에 이렇게 반성의 글을 적습니다.


• 교정에서 8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과한다는 것과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일은 상대방이 느낀 아픔을 알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감히 가늠할 수 없기에 앞으로 저는 매 순간 지난날을 반성하고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에게 사죄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 참회의 시간을 통해 피해자분들의 하루가 혹은 단 일 초라도 더 행복해지기를, 저의 진심이 그분들에게 닿기를, 언젠가는 고통의 긴 터널을 지나 희망찬 미래로 한 걸음 나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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