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교도소와 연을 맺은 봉사 여왕
기계설비 관련 전문성을 꾸준히 키운 끝에 강원도에서 앞서 나가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을 일군 구본례 강릉교도소 교정협의회장. 그는 에너지 사용기기 및 주거용 냉·난방설비 설치·시공 분야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법정단체인 한국열관리시공협회를 통해 봉사의 첫발을 뗐다. 이 단체에서는 폭우, 폭설, 태풍 등 각종 재난으로 피해를 본 이들을 찾아가 하우스 철거, 보일러 교체 시공, 집수리와 같은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데, 구본례 교정협의회장 또한 적극적으로 일손을 거들었다. 2016년 ‘전국 최초의 여성지회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강릉지회장에 오른 뒤로는 봉사의 빈도가 더욱 높아졌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어요. 안 하면 허전한 지경에 이르렀고, 여러 단체를 다니며 지역 사회를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가 강릉교도소와도 인연을 맺었죠. 역대 교정협의회장님들도 여러 봉사단체에서 활동하셨는데, 수용자를 교정교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일반인들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뜸한 곳에서 봉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뜻을 품고 2010년 강릉교도소 교정위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교정기관에 와 보거나 수용자들과 마주한 적이 없었던 만큼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낯섦이 사라졌고, 수용자들에게 여러 방면의 교정교화가 꼭 필요함을 느꼈다.
“멘토링과 자매결연으로 수용자들을 만나면서 이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걸 수없이 느꼈어요. 예전에는 수용자들이 지은 죄를 중심으로 그들을 바라봤다면, 지금은 수용자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엄정한 법 집행은 교정기관에서 수행하니, 우리 교정협의회에서는 수용자들이 출소 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이면 된다고 봐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한결 안전해지고, 출소자들도 마음잡고 살아갈 수 있죠. 지난 12년 동안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교정위원 활동을 해 왔습니다.”
교정교화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다
구본례 교정협의회장은 강릉교도소 앞 다락습지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강릉교도소 국화 전시회에서 수용자들과 시민들이 상생, 화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수용자들이 죄를 뉘우치며 재배하고 만든 국화 작품이 시민들을 웃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교정교화에 대한 필요성과 교정위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다고. 이러한 시간은 모이고 모여 그를 교정협의회장으로 이끌었다.
올 1월 취임한 구본례 교정협의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취임식을 생략했다. 대신 이·취임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수용자 특식과 마스크 구매에 사용, 신임 교정협의회장으로서의 한층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금까지는 교화분과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이제 교정협의회장의 자리에 오른 만큼 강릉교도소 교정협의회 모든 분과의 활동이 원활하게,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교정위원들의 단합력을 키워야 하는데요. 100여 명의 교정위원이 서로의 역량을 잘 연계해서 수용자들의 교정교화에 더욱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화합의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할 계획입니다. 마침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답니다.(웃음)”
구본례 교정협의회장은 수용자 교정교화 활동과 함께 출소자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선물하기 위해 사회의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교정협의회장 활동에 임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목표에 관해 묻자, 그가 활짝 미소 지으며 이런 답을 건넸다.
“저는 제 자손들에게 무작정 금전적인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지금처럼 다방면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 유전자를 물려주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교정협의회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끝까지 교정위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겁니다. 제가 수용자 교정교화와 출소자 사회 정착의 작은 구심점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