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보양을 상징하는 긴 물고기
장어
장어(長魚). 이름 그대로 ‘긴 물고기’다. 뱀장어든 붕장어든 결국 ‘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생선은 길고 밋밋하다. 뱀을 닮아서 징그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몸에 좋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팔딱팔딱 힘차게 꼬리 치는 활기와 강한 생명력이 있는 장어를 소개한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장어(長魚). 이름 그대로 ‘긴 물고기’다. 뱀장어든 붕장어든 결국 ‘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생선은 길고 밋밋하다. 뱀을 닮아서 징그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몸에 좋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팔딱팔딱 힘차게 꼬리 치는 활기와 강한 생명력이 있는 장어를 소개한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장어를 보양식의 으뜸으로 꼽는 것은 우리네 관념에서 나왔다. 장어를 고아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연산군의 일화도 있다. 실제로 장어는 몸에 좋다. 뱀장어는 소화흡수율이 뛰어난 단백질과 비타민A 등 무기질을 다량 함유했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기력 회복에 ‘급전을 당겨주듯’ 즉각적인 도움을 준다. 물론 맛도 좋다.
비싸니 당연히 구이로 먹는 것이 최고 호사다. 탕으로도 먹지만, 대부분 구워 먹는다. 민물장어(뱀장어) 배를 갈라 가로누운 ‘3자’로 활짝 펴고, 배와 등 부분을 뒤집어 가며 번갈아 구우면 된다. 소금구이나 양념구이로 즐기고, 생강을 곁들여 먹는다.
갈치나 미꾸라지를 제외하고 긴 것은 하나같이 장어라 부르지만, 사실 장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장어 중에는 사철 즐기는 붕장어회도 있다. 사람들에게는 붕장어보다 일본말인 ‘아나고’로 널리 알려졌다.
붕장어는 천에 넣고 불끈 짜서 보송보송하게 즐기는 회로 유명하다. 담백하고 고소하니 씹는 맛이 좋다. 아예 칼로 잘게 다져 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굽거나 쪄서도 먹는다. 뱀장어가 워낙 비싸니 뷔페에 가면 비슷하게 구워 놓은 붕장어구이도 볼 수 있다.
한여름에 살이 오르고 맛이 드는 갯장어도 목소리를 낼 만하다. 갯장어지만 갯벌에 살지는 않는다. ‘개장어’에서 나온 이름이다. 날카로운 이빨로 잘 물어댄다고 붙은 이름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아예 ‘개이빨장어(犬牙)’라 했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은 탓에 손질이 까다로워 값비싼 식자재로 취급받는다. 갯장어 한 점에 칼질이 몇 번씩 들어가는지 모른다.
종류는 다르지만 비슷한 외관의 곰장어도 장어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꼼장어’로 통하는 곰장어는 원래 이름이 ‘먹장어’다. 일반적인 장어와 생김새뿐만 아니라 생존 환경, 생태적 특성, 맛이 완전히 다르다. 특이하게도 먹장어는 눈이 없다. 외피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사람만 먹장어의 눈을 볼 수 없는 게 아니라 자신도 외부 사물을 볼 수 없다. 턱도 없어 외계인의 입처럼 생긴 이빨과 흡착판만 있을 뿐이다. 등뼈와 늑골도 없다. 아주 무른 연골 한 줄기만이 몸속에 길게 뻗어 있는데, 먹장어를 먹을 때 하얀 당면처럼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소화와 순환 기관은 매우 단출한데, 3억 년 전부터 거의 진화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맛은 좋다. 보양을 위해 먹는 이도 있지만, 꼬들꼬들 씹는 맛이 뛰어나 술안주로 찾는 이가 더 많다. 예전에는 저렴해서 많이 먹었고 지금은 별미라 찾는다. 이 밖에도 칠성장어, 곰치, 무태장어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어는 전북 고창군의 풍천장어가 맛있기로 유명한데, 풍천(風川)은 지명이 아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으로 흐르는 냇물을 의미한다. 인천 강화도 갯벌장어와 경기 파주시, 전남 영광군과 무안군, 경남 진주시, 충남 공주시 등 장어로 유명한 지역이 곳곳에 많다.
세상의 밥상에는 이처럼 많은 종류의 장어가 있는데, 사실 저마다 굉장한 차이가 있다. 흔히 우리가 연상하는 장어는 뱀장어(학명 Anguilla japonica)다. 원래 공식 명칭이 뱀장어지만 파는 상인들은 ‘민물장어’라 달리 부른다. 뱀처럼 생겼으니 사람들이 혐오스러워할까 봐 그렇다.
불판 위에서 자주 봤지만 사실 장어는 신비한 어종이다. 여느 생선과 달리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 반대로, 장어는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수천 ㎞ 떨어진 어딘지 모를 심해에 가서 산란하고 그 유어가 다시 머나먼 길을 거쳐 육지의 하천까지 돌아온다. 우리나라의 장어는 필리핀 인근에서 태어난 유어가 돌아온 것이다. 어떻게 길을 알고 돌아오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알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투명한 나뭇잎처럼 생겼는데, 점차 얇은 실뱀장어로 변이한다. 유기물이 많은 하천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먹이를 포식해 급격히 살이 오르고, 기름기 가득한 뱀장어로 자란다. 민물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산다. 그래서 민물장어라 부른다. 신기한 것은, 이때는 죄다 수컷이지만, 다시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면서 암컷이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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