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매처럼 살갑고 따뜻한 선후배
홍영선 교도 안녕하세요, 교위님! 1월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뵀는데, 지금은 팀이 바뀌어서 자주 뵙지 못해 아쉬워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박인숙 교위 그러게 말이에요. 작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9개월 동안 내내 붙어서 근무해서인지, 나도 홍 교도가 많이 생각나요. 홍 교도가 걱정해 준 덕분에 별일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얼른 독서 동아리 오프라인 모임이 다시 시작돼야 더 자주 볼 텐데 말이에요. 다행히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니 조만간 모두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이야기와 독서 소감을 나눌 수 있겠죠?
홍영선 교도교위님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저에게 큰 행운이었어요. 재작년 6월부터 고향인 대구를 떠나 홀로 강릉으로 와서 근무하다 보니 외롭기도 했고 이곳의 분위기를 잘 몰라서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는데, 강릉 토박이이신 교위님이 좋은 집 구하는 방법부터 질 좋은 고기를 싸게 살 수 있는 곳까지 살뜰하게 알려 주셔서 한결 빨리 적응했어요. 책을 열심히 읽으시는 모습을 보고는 독서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고요. 그뿐인가요? 시간이 될 때마다 강릉의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기도 했죠. 교위님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박인숙 교위 홍 교도만 도움을 받은 게 아니에요. 나도 알게 모르게 홍 교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민원실에서 다시 보안과로 왔을 때 여자 수용동 현황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오랜 대화를 통해 요즘 후배들의 솔직한 생각을 알 수 있게 도와줬잖아요. 이제 막 첫발을 뗀 후배 입장에서 27년 차 선배에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종종 친동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럼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지내봐요!(웃음)
신입을 베테랑으로 변화시키는 시간과 경험
박인숙 교위 이렇게 시간을 따로 내서 날 찾아온 걸 보니, 홍 교도가 요즘 고민이 있나 보네요. 홍 교도만 괜찮다면 어떤 고민인지 들려줄 수 있어요? 앞서 이 길을 걸은 선배로서 힘이 돼 주고 싶어요.
홍영선 교도역시 교위님은 저를 잘 아시네요. 누구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싶잖아요? 저도 교정공무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인 수용자 교정교화에 능숙해지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제가 강릉교도소에 온 지 두 달쯤 지났을 때였는데요. 당시 한 수용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은 일이 있었어요. 제가 그 수용자에게 욕을 했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억울했지만 성실하게 전화 조사를 받았고, 잘못한 건 없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날 며칠 잠을 설쳤어요. 제가 하지 않은 행동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약간의 충격도 받았는데요. 수용자들의 이런 돌발행동이 때때로 저를 힘들게 해요.
박인숙 교위 나도 그때 홍 교도가 겪은 일이 기억나네요. 당연히 거짓 진정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홍 교도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거예요. 선배들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속상하고 가슴이 떨리는데, 당시 3개월 차 교정공무원이었으니 더 힘들었겠죠. 교정공무원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부딪히기 마련인데, 나는 그때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떠올려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정공무원은 여러 부류의 수용자를 상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특히 더 경험이 중요해요. 교정기관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에 익숙해지고 경험적으로 대응 요령을 하나둘 알아 가다 보면 어느새 베테랑 선배가 돼 있을 거예요. 힘들 때일수록 주눅 들지 말고 ‘이게 다 나에게 약이 되는 경험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홍 교도는 이미 좋은 교정공무원이 될 충분한 자질과 자격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위기를 넘어서는 최고의 원동력, 몰입
홍영선 교도 교위님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속 구름이 확 걷히는 것 같아요! 3년 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저에게 정말 필요했던 조언이네요. 앞으로 모든 일을 나의 성장을 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교위님도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여기까지 오셨을 텐데, 그때마다 어떻게 자신을 추스르셨나요?
박인숙 교위오히려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내려고 더 열심히 그 일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하니 얼마 전 겪은 일이 생각나네요. 민원실에서 근무할 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는데요.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초유의 일이었기에 민원과 접견 관련 대응 매뉴얼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서울에서 강릉까지 찾아온 한 접견인은 갑작스러운 감염병 확산 때문에 그대로 다시 돌아가야 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초기에는 코로나19
대응 체계와 요령이 제각각이었으니까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고 힘들었는데, 그럴수록 관련 공문과 뉴스를 더욱 꼼꼼히 찾아보고 민원인과 접견인에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대응 과정도 점점 더 부드러워졌죠.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은 경험과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홍영선 교도 저도 교위님처럼 힘든 일을 피하는 대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네요. 특히 아직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저는 더더욱 노력해야겠어요. 취업 준비생 시절에 교정직을 공부하면서 사회복지직도 함께 준비했는데요. 그때 했던 사회복지 관련 지식을 수용자 교정교화에 활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드네요. 당분간 퇴근하고 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박인숙 교위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앞으로의 교정공무원 생활에서 넘어서지 못할 일은 없을 거예요. 27년 차 선배의 말을 믿고 지금처럼 열심히 해 보세요.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성공이 눈앞에 다가와 있을 거예요. 항상 응원할게요!
홍영선 교도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교위님께 받은 가르침과 사랑을 미래의 후배들에게 듬뿍 전하는 선배가 될게요! 사랑합니다, 교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