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
ⓒ (주)피터팬픽쳐스, (주)팝엔터테인먼트
뮤지컬에서 태어난 작품들
아마 영화의 이야기가 가물가물한 이들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줄리 앤드루스)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Do-Re-Mi)송’을 부르는 광경을 기억할 것이다. 또 늘 엄격하기만 했던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아이들 앞에서 기타를 치며 ‘에델바이스(Edelweiss)’를 부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말괄량이 견습 수녀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가의 가정교사로 오면서 일곱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대령과 사랑에 빠져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 〈사운드 오브 뮤직〉은 가족애 이야기와 음악이 만났을 때 시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본래 1959년 11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1,443회 이상 장기 공연을 기록한 뮤지컬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이 모두 검증된 뮤지컬이 영화화된 것.
〈맘마미아〉 역시 비슷한 궤적을 가진 뮤지컬 영화다. 그리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에서 결혼을 하루 앞둔 소피가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일기장에서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성을 엄마 이름으로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출생의 비밀’ 코드를 활용한 이야기지만, 개방적인 서구 특유의 방식으로 세 아버지 모두를 받아들이며 하나의 가족이 되는 해피엔딩을 그렸다. 아바의 히트곡을 묶어 1994년 뮤지컬로 먼저 제작된 〈맘마미아〉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고, 뮤지컬 제작진들은 2008년 이를 영화로도 만들어 역시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맘마미아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영화의 성공이 뮤지컬로 이어지다
정반대로 영화가 먼저 성공을 거두면서 뮤지컬로 제작된 작품도 있다. 2000년에 영화로 제작돼 세계적인 호평과 찬사를 받은 〈빌리 엘리어트〉가 그런 작품이다. 광부들의 파업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영국 더럼의 한 시골에서 아버지, 형과 함께 살아가며 발레의 꿈을 펼쳐나가는 11세 소년 빌리 엘리어트의 이야기다. 광부들 특유의 남성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마을에서 발레를 하는 소년에 대한 편견이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지만, 결국 가족들은 그 열정을 공감하면서 빌리의 꿈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소수 혹은 약자들의 성장 서사가 가족이라는 틀로 다뤄짐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 이 작품의 성공 이유다.
1994년에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도 영화의 성공이 뮤지컬로도 이어진 작품이다. 사자 무파사의 아들 심바가 탄생하자 이를 탐탁찮게 여긴 삼촌 스카의 계략으로 무파사가 죽고 심바가 버려지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왕국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복수극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고향 밖을 떠돌 때 도움을 준 티몬과 품바와의 우정, 어릴 적 친구였지만 이성의 감정을 갖게 된 날라와의 사랑, 고향에 대한 추억과 가족애가 깊은 감동을 준다.
라이온 킹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갖는 힘
지금껏 여전히 뮤지컬로 재연돼 사랑받는 이들 작품에는 앞서도 얘기했듯이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다. 가족 서사는 물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주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만날 때 가족 서사는 더 강력해진다. 게다가 음악은 이야기보다 더 즉각적으로 기억에 각인되는 힘이 있다. 나이 들어 모든 기억이 지워져도 마지막까지 남는 기억이 음악일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뮤지컬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주제곡만으로도 그 기억을 소환하는 힘을 발휘한다.
물론 같은 작품이라도 영화와 뮤지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뮤지컬 〈맘마미아〉 같은 작품은 아바의 원곡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음악에 초점을 맞춘 주크박스 뮤지컬1)의 성격이 강하지만, 영화는 진짜 아빠가 누구인가를 찾는 이야기와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리스 섬의 모습을 더 중요하게 다뤘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빌리의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에 집중하지만, 뮤지컬은 스펙터클하게 변화하는 작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빌리의 모습을 더 강조한다. 또 여러 동물이 등장하고,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라이온 킹〉 같은 작품은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갖가지 동물을 형상화하는 의상과 분장이 중요해졌다.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음악적 장치와 동물의 동작을 안무로 표현하는 춤이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해 주는 작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문화생활이 제한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일상화단계로 접어들면서 공연이나 영화관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럴 때 가족애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만한 게 없다.
1) 음악을 주요 소재로 플롯과 얼개를 엮어 무대용으로 재탄생시킨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