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교감에 진심인 가족이라면?
경기 안성 안성팜랜드
아이들에게 놀이공원은 로망이다. 어쩌면 5월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다. 하지만 들끓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기 일쑤. 이럴 때 찾아볼 만한 곳이 안성팜랜드다.
안성팜랜드(이하 팜랜드)는 드넓은 초지에서 칡소, 황소, 당나귀, 면양 같은 25종의 가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가축과 교감하며 먹이도 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체험형 목장. 그래서일까, 당나귀가 사람 옆에서 풀을 뜯고 양이며 염소가 길 여기저기를 쏘다닌다.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아이들은 아예 양처럼 ‘메헤헤~’ 말하고, 염소처럼 ‘음메에~’ 웃는다.
이뿐일까. 이곳에선 승마도 즐길 수 있고, 진기명기 같은 동물 공연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은 덤. 4인용 자전거를 타고 초원이 좌우로 펼쳐진 언덕길을 따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팜랜드는 노란 유채꽃밭과 푸릇푸릇한 호밀밭을 걸으며 한껏 웃기에도 좋은 곳이다. 신나게 웃다 한 번씩 마음에 쏙 드는 풍경을 만나면, 가족들을 그 앞에 세워 놓고 반드시 사진도 찍어주자.
안성맞춤랜드가 ‘안성맞춤’
안성맞춤랜드는 이름 그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남사당공연장, 박두진문학관,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 같은 즐길거리를 두루 갖춘 데다 야생화단지, 잔디밭 같은 쉴 공간까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중 공예문화센터에서는 금속·페인팅 등을 체험할 수 있고, 남사당공연장에서는 버나돌리기·줄타기 같은 공연(토·일요일 14:00~15:30)을 즐길 수 있다.
가족들 모두 어서 타세요, 칙칙폭폭
전남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언젠가 누군가 ‘좋은 사람과는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간단했다. 사실 좋은 사람과는 어디를 가든 상관없다. 어디를 가도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여행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순간이 이런 때다.
기차여행은 이 ‘무엇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 테마다. 상상해 보시라. 기차 특유의 리듬에 서로의 호흡이 맞아가는 모습은 그곳이 어디든 정겹다. 특히 ‘뿌뿌’ 소리를 내며 달리는 증기기관차 여행이라면 그 기쁨은 두 배다. 그래서 이 계절에는 곡성이고, 섬진강기차마을이다.
섬진강기차마을(이하 기차마을)은 윤슬 고운 섬진강을 따라 증기기관차가 시처럼 지나는 곳이다. 비록 석탄이 아닌 경유로 움직이는 기차지만, 겨우 30여 분 느리게 달리지만, 하얀 연기만은 옛 풍경 그대로다.
볕 좋은 봄날엔 기차마을이 한층 화려해져 시선을 모은다. 얼마나 많은 수의 장미가 피는지 아련한 듯 일렁이기까지 한다. 색깔도 분홍·빨강·노랑·하양 등으로 다양해 눈부시다.
곡성에서는 토란탕이 필수
곡성은 우리나라 최대의 토란 생산지다. 토란탕·토란육개장 같은 토란 요리부터, 토란파이만쥬·토란떡파이·토란빵 같은 토란 디저트까지 다채롭게 맛볼 수 있다. 이 중 배꼽시계가 울릴 땐 들깻가루 듬뿍 들어간 토란탕을 맛보자. 매끈매끈한 토란을 살짝 깨물면 포슬포슬하게 으깨지며 고소한 맛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담백하면서도 달착지근한 토란 디저트가 괜찮다.
영감 주는 공간을 찾는다면
강원 영월 젊은달와이파크
가끔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 ‘새롭다’는 건 모름지기 상상 밖의 것일수록 인상 깊고, 영감을 주는 법이다.
젊은달와이파크는 이런 면에서 돋보인다. 색깔로 풍경을 뒤엎고 용도를 뒤바꿔 관념을 부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빨간 대숲(작품명: 붉은 대나무)과 해로 만든 별(작품명: 목성) 등이 실례다. ‘도대체 어떤 공간이기에 이렇게나 사설이 길까’ 궁금하다.
젊은달와이파크(이하 젊은달)는 미술관이자 박물관이며 공방이다. 상생과 순환이란 키워드를 담은 재생의 공간이면서, 전통문화(술)에 현대미술을 입힌 융복합의 세계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도 꽤나 적절해 눈이 즐겁다.
색채 대비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대목도 놀랍다. 시선을 압도하는 색채는 단 두 가지, 빨강과 하양이다. 미술관의 얼굴은 대체로 빨갛고, 박물관과 공방의 얼굴은 하얗다. 빨강은, 입구에 있는 ‘붉은 대나무’에서 가장 강렬한 채도로 빛난다. 시쳇말로 쨍한 빨강색을 입힌 금속파이프를 여러 개 연결해 대숲을 형상화했다. 여행객들이 그 숲의 터널을 지나 젊은달로 든다. 젊은달의 ‘진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선암마을에서 한반도 찾기
젊은달와이파크에서 선암마을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선암마을은 서강이 굽이쳐 돌아가며 만들어진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곳. 주차장에서 도보로 20여 분 걸리는 거리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까지 쏙 빼닮은 지형이 보인다. 마을 포구에서는 뗏목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뗏목을 타고 한반도의 동해·남해·서해를 유람하는 기분이 썩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