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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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킬 특별한 일상을 만나다

소망교도소 주임 배송철

노란색 개나리가 활짝 웃으며 인사하더니, 이제는 분홍색의 진달래와 벚꽃이 잠깐 나와 완연한 봄을 느끼고 가라며 손짓한다. 화사한 봄꽃의 재촉에 배송철 주임이 못이기는 척 특별한 외출을 나왔다.

이원복 사진 홍승진
스타일링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신선한 자극

집과 소망교도소만 주로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던 배송철 주임은 집에서부터 근무복을 입고 출근하는 날이 많다. 특별히 옷 입는 것을 고민하지 않아도 돼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주말을 제외하면 사복을 입는 날이 별로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고.
“도심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보면서 날마다 다른 옷을 입고 일을 하는 게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어요. 물론 그분들은 교통체증이나 인파 가득한 대중교통 없이 오가는 제가 부럽겠지만, 저는 가끔 도심에서 출퇴근하시는 분들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IT기업에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입어 보고 싶습니다. 또 요즘 날씨도 따뜻하잖아요. 나들이에 어울리는 스타일로도 변신하고 싶었고요. 아내가 똑같은 옷만 대충 입고 다닌다고 핀잔을 하기도 했는데, 변신한 모습을 보면 칭찬을 많이 해줄 것 같습니다.”
특별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우연한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소망교도소 최기훈 계장이 배송철 주임을 ‘나도 패션왕’의 주인공으로 추천한 것. 단조로웠던 일상에 건전하면서도 자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최기훈 계장님은 직원들에게 좋은 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계세요. 평소 제가 존경하는 분이죠. 〈교정〉에도 좋은 글을 자주 보내시는데, 이번에 저를 추천하셨더라고요. 곧바로 연락이 왔고, 흔쾌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계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스타일링과는 점점 멀어졌다는 배송철 주임. 전문적인 의상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은 결혼식 이후 오랜만이라 다소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나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만큼 적극적인 자세와 마음으로 임했다.

네이비 슈트 & 페니 로퍼

IT기업에 출근하는 듯 산뜻한 느낌을 주는 오피스 룩. 봄을 맞아 밝은 네이비 슈트와 깔끔한 와이셔츠, 브라운 페니 로퍼를 매치해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데님 재킷 & 줄무늬 티셔츠

밝은색의 데님 재킷으로 완성한 봄나들이 룩. 줄무늬 티셔츠와 체크 패턴 셔츠를 덧입어 밝고 젊은 분위기를 강조한다. 주머니가 있는 흰색 바지와 스니커즈를 매치해 발끝까지 경쾌한 느낌을 준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선택한 길

배송철 주임은 현재 소망교도소에서 정책·예산 업무를 담당하고 하고 있다. 일반 교정시설과 다르게 민영 교도소에만 존재하는 보직이다. 주로 예산 편성과 법무부와의 협력, 정책개발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최대한의 능력을 펼치려고 노력 중이다.
“어릴 때부터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진로를 한창 고민하던 시기에 《하나님이 고치지 못할 사람은 없다》라는 책을 읽었죠. 교도관이셨던 박효진 장로님이 쓴 책인데, 그때 교도관이라는 길을 알고 관심이 생겼죠. 때마침 소망교도소 직원 채용 공고가 눈에 들어왔고요. 그렇게 지원해 지금까지 제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업무 중에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교도관이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다. 평소 운동을 자주 한다는 배송철 주임. 코로나19 이후 홈트레이닝에 많은 관심이 생기면서 외모와 건강관리에도 힘쓴다.
“근력 운동도 많이 하고, 최근에는 달리기를 즐기고 있어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요즘에는 애슬레저룩 스타일을 많이 입기도 합니다. 아직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몸이 아니라서 꾸준히 노력하지만, 멋진 몸매를 만들기가 쉽지 않네요. 특히 배는 늘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어요. (웃음)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예요. 태가 살려면 배가 겸손해야 함을요.”

직접 삶을 변화를 찾아 나서다

완연함 봄을 맞이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여전히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나들이도 가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코로나 블루’라는 후유증을 경험하시더라고요. 다행히도 저는 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 오히려 즐겁습니다. 직장에서의 삶을 제외하고, 주로 어디에 시간을 할애하나 확인해 보니 운동하기, 책 읽기, 글쓰기가 대부분이에요. 집에서 운동하려고 ‘홈짐’까지 꾸며 놓았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아서 점점 ‘집콕형’ 인간이 돼 가는 것 같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앞서 말한 일상은 배송철 주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예전부터 글을 쓰는 데 큰 관심을 뒀다고. 책을 많이 읽는 이유도 글을 잘 쓰고 싶어서다.
“아직 거창하게 말하기는 이르지만 나중에는 꼭 디스토피아, 군사학, SF 등의 주제로 글을 써 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책을 펴내는 데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진 만큼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것이 궁금하다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재미있게 있었어요. 역사 소설인데요, 프랑스 혁명이라는 큰 사건을 레미제라블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서 큰 감명이 받았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옳다고 여겨진 것에서도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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