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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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자연산 헬스보이’

방송인 이승윤

무대를 주름잡던 ‘몸짱’ 개그맨이 중장년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11년째 꾸준히 인기를 이어 오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 덕분이다. 스스로도 “자연과 함께했기에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다”며 너스레를 놓는다. 그래서였을까. 자연이 낳고 기른 ‘자연산 헬스보이’ 이승윤과 나눈 웃음 속에는 건강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강진우 사진 이정도

자연 속에서 만난 새로운 나

봄기운이 가득한 어느 날 이승윤을 만났다. 그의 얼굴은 찾아온 봄날처럼 화사하고 따스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첫 번째 방송에서 이른바 ‘생선 대가리 카레’와 마주한 직후 보여준 심각함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내친김에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 초창기에 대해 묻자, 멋쩍은 미소를 지은 그가 “지금과는 아주 다르죠?”라며 서두를 뗐다.
“사실 제가 성격이 마냥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때때로 방송에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죠. 그런데 자연이 저를 변화시켰어요. 마치 날카롭게 깨진 돌멩이가 바람과 파도를 맞아 서서히 둥그런 자갈로 변하는 것처럼, 꼬박 11년 동안 자연 속에서 자연인들을 만나며 모난 부분들이 조금씩 다듬어졌어요. 자연 덕분에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죠.”
이승윤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학교’라는 단어로 축약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삶의 교훈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가장 절절하게 느낀 진리는 ‘경청의 힘’이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자연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뒤 조언을 전하려 했다면, 이제는 그들이 풀어놓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만히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애잔해진 가슴이 시키는 대로 조용히 한마디를 던진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자연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준 덕분에 어디에서도 꺼내지 못했던 속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며 한결 후련해 하시더군요. 그런 자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여겨듣고 힘들었던 상황에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경청의 자세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죠. 제가 괜히 ‘자연은 나의 스승이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아니에요. 〈개그콘서트〉의 ‘헬스보이’라는 코너가 저를 대중에게 알리는 발판이었다면, 〈나는 자연인이다〉는 저를 사람으로 만든 은인 같은 프로그램인 셈입니다(웃음).”

여전히 꿈틀거리는 개그맨의 본능

삶의 모양이 점점 자연을 닮아 간다지만, 그의 뿌리는 엄연히 KBS 21기 공채 개그맨이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설 무대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개그맨으로서의 뜨거운 피가 혈관을 타고 돌고 있다. 잠시 잠들어 있던 그의 개그 본능은 얼마 전 종영한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개승자〉에서 다시 빛을 발했다. 그가 이끄는 이승윤팀이 프로그램 내내 1위를 유지하는가 싶더니, 마지막 무대에서 최종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것. 〈개그콘서트〉 폐지 후 오랜만에 맛본 개그 무대였던 데다가 덤으로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저희 기수는 〈개그콘서트〉의 덕을 크게 봤어요. 하지만 개그맨 후배 중에서는 프로그램의 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활동 무대조차 뺏긴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늘 아쉽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개승자〉를 통해 공개 코미디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후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편성 계획이 어떻게 잡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처럼 개그맨들이 사람들을 마음껏 웃길 수 있는 무대가 계속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후배들이 날개를 펴는 데 제 힘이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튜브 등 개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후배들을 보고 있자면 대견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건다는 이승윤은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 활동을 예고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지만 정작 자연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여행 방정식인 캠핑에는 초보인 그가 나 홀로 힐링 캠핑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채널명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영상 한 편을 시험 삼아 찍었는데요.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가 있고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요소도 있어서 꾸준히만 한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평생토록 이어질 성실한 도전의 길

2006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방송 17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윤의 열정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캠핑 유튜브 채널 신설 준비는 물론, 발라드 장르인 네 번째 음원 준비에도 한창이다. 2주에 한 번씩, 한 번에 2박 3일 이상이 소요되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촬영하는 발걸음에도 여전히 설렘과 기대가 녹아 있다. 이렇듯 왕성한 활동의 원동력을 물으니 ‘천성’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원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을 즐기는 성격이에요. 개그맨을 하는 와중에 격투기 대회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간 것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음원을 벌써 3곡이나 발매한 것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성향 덕분이죠. 게다가 앞서 말했듯 뭔가를 시작하면 후회가 남지 않을 때까지 해 보는 스타일이기도 해요. 여기에 언제나 저를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가족까지 더해지니 무서울 게 없죠.”
그의 성실함은 ‘좋은 일’이라는 영역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기부를 해 왔으며 코로나19 확산, 대형 산불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가족과의 상의를 거쳐 능력껏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데 그 이유가 더 많이 기부하고 싶어서라니, 말 다했다.
이승윤은 인터뷰 내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교정공무원들의 세계에 대해 궁금해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의 안정과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정공무원들이 존경스럽다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인연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교정공무원들을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누구든 나만의 힐링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사명감이 있어도 지칠 수 있죠. 저에게는 자연이 곧 힐링인데요. 방방곡곡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교정공무원분들도 각자의 성향에 맞는 힐링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교정공무원에게 기쁨을 드리는 방송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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