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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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함께 행복으로 향하다

대전교도소 교위 유동진 가족

말이 원형 트랙에 들어서자, 열한 살 딸이 스스럼없이 그 앞에 다가선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손을 내미니 말이 커다란 얼굴을 아이 손에 붙인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유동진 교위 부부. 세 식구의 승마 체험은 이렇듯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시작됐다.

강진우 사진 이정도

봄기운과 함께한 첫 승마

오전에 먹구름이 드는가 싶더니, 유동진 교위 가족이 승마장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하늘이 맑아진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서 초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오늘 말 타기 좋은 날인데요?” 세 사람에게 마구를 건네던 강사가 즐거움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덕분에 설렘과 긴장이 깃든 승마 초보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오늘은 유동진 교위 가족이 다 함께 말을 타 보는 역사적인 날이다.
“딸아이가 뭔가 타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 덕에 자전거 타기가 우리 가족의 취미가 됐죠.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도 어느새 익숙해져서는 저희 부부를 추월하고 다닙니다. 게다가 아이가 또 동물을 좋아해요. 이런 점들을 모두 아우르는 체험거리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승마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관광지에서 말타기 체험을 해 봤기 때문일까요? 말을 타러 가자고 하니 아이가 두 팔 벌려 환영하더군요.”
유동진 교위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딸 소연이가 원형 트랙에 갓 들어온 말과의 거리를 거침없이 좁힌다. 자기보다 두 배쯤 키가 큰 말에게 용기 내어 손을 내미는 소연이. 말이 그 순수한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처음 보는 아이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얌전하게 받아들인다. 그 모습 자체로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세 식구가 원형 트랙에 들어온 말 세 필의 등에 각각 앉는다. 말을 처음 타 보는 만큼 안전을 위해 전문 강사 세 명이 각각의 말에 붙는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강사가 혀 차는 소리를 내자, 말이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보셨죠? 말에게는 ‘쯧쯧’ 소리가 출발하라는 신호입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말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테니 잘 기억해 두세요!” 세 식구가 약속이라도 한 듯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사람과 말의 즐거운 교감

말은 사람이 만든 탈것과 다르다. 말이 등에 오른 사람에게 신경 쓰는 만큼 사람도 말의 상황에 잘 맞춰야 비로소 승마다운 승마가 이뤄진다. 이 점을 가장 먼저 터득한 이는 말과의 교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소연이다. 말의 목과 엉덩이를 가볍게 다독인 소연이가 말이 걷는 리듬에 맞춰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자, 강사가 아이에게 묻는다. “동물 많이 좋아하죠?” 소연이가 “네!” 대답하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는 강사. “뿌요 발걸음이 가볍기에 물어봤는데, 역시 그렇군요.” 소연이가 탄 17살 한라마 뿌요가 말을 알아들은 듯 ‘푸르륵’거린다. 긴장이 풀렸을 때 말이 내는 소리란다.
어른들의 첫 번째 승마도 순항 중이다. 말타기가 조금 무섭다던 아내 김경화 씨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 풀린 표정으로 말갈기를 쓰다듬는다. 유동진 교위는 말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강사에게 열심히 질문한다. 곧이어 부부가 탄 두 말도 ‘푸르륵’ 소리를 내며 긴장이 풀렸음을 알린다. 그러자 강사가 말을 타는 올바른 자세를 이야기한다. “보통 말을 처음 타는 분들은 무섭다고 허리를 잔뜩 굽히시는데요. 허리를 딱 펴고 시선을 멀리 둬야 말을 잘 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몸의 균형도 잘 잡히고, 말도 편안하게 사람을 태울 수 있죠.” 이 말을 듣자마자 세 사람의 허리가 일순간 쭉 펴진다. 승마 모범생 가족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배움의 자세다.
세 식구 중 승마 에이스는 단연 소연이다. 소연이의 말타기 자질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강사가 일반 레슨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내용을 하나둘씩 알려준다. 안장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균형을 잡아 보도록 한 뒤, 이내 고삐를 잡고 말을 직접 몰아보는 특전을 제공한다. ‘쯧쯧’, ‘워워’ 등 소연이의 지시에 따라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뿌요. 소연이가 단 한마디로 이 순간을 온전히 설명한다. “진짜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이어질 말과의 시간

어느새 45분이 훌쩍 지났다. 일반 레슨을 위해 등을 빌려준 말들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말에서 내린 세 사람이 고맙다는 표시로 말의 목을 쓰다듬자, 말들이 다시 한번 ‘푸르륵’ 소리를 낸다. 말들도 유동진 교위 가족과의 시간이 좋았던 모양이다. 소연이가 또 타고 싶다며 못내 아쉬워하자, 강사가 마구간을 구경할 수 있게 허락해준다.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저만치 앞서 나가는 소연이. 그런 딸을 바라보는 유동진 교위의 시선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사롭다.
“사실 저는 저맘때 상당히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그래서 내심 딸도 소심하게 지낼까 봐 걱정했는데요. 저희 부부가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쏟은 덕분인지, 지금은 저렇게 활달하고 예쁜 딸로 자라났어요. 얼마 전 집라인을 타러 갔을 때 처음에는 무서워서 울음을 터트리더니, 한 번 타 본 뒤로는 또 타고 싶다고 말할 만큼 용감해졌어요. 눈앞에 놓인 벽을 조금씩 허무는 아이가 무척 자랑스럽답니다.”
마구간에 들어서자 체온 유지를 위해 담요를 덮은 말들이 세 사람을 반긴다. 그중 유독 목을 길게 빼고 다가서는 한라마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소연이. 어느새 어릴 적 동심을 되살린 유동진 교위 부부도 말과의 한때를 마음껏 즐긴다. 아무래도 이번 승마 체험에는 ‘대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괜찮을 것 같다.
“아빠, 또 말 타러 올 거죠?” 승마장을 나서는 길, 소연이가 유동진 교위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그 귀여운 눈빛을 이길 사람이 누가 있으랴. 아빠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을 듣고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 소연이. 유동진 교위 가족의 취미 리스트에 승마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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