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에너지로 웃음을 전파하다
남지연 교정위원은 스스로를 ‘싱글벙글’이라는 수식어로 설명한다. 별칭에 걸맞게 그의 입가에는 늘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다. 그는 자신의 웃음으로 만족하지 않고 마주 앉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권한다. 그가 대뜸 “자, 한 번 따라 웃어 보세요!”하며 “하하하!”웃자, 마음 깊이 꽁꽁 숨겨 놨던 웃음보따리가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금세 폭죽처럼 터져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그는 이렇게 폭발적인 긍정 에너지로 수많은 수용자들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벌써 13년째 이어 온 일이다.
“2006년 한 경찰공무원의 부탁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분들을 위한 웃음치료와 심리상담을 진행했어요. 이를 계기로 2010년 밀양구치소 개청 전부터 교정위원으로 위촉돼 인성교육, 교화상담, 웃음치료 등을 진행했죠. 그 뒤 밀양구치소뿐 아니라 부산구치소, 경주교도소 등에서도 폭넓게 활동하며 수용자들에게 웃음의 힘을 전하고 있는데요. 이런 저를 좋게 봐 주신 덕분에 2018년 제36회 교정대상 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때 받은 상금 전액을 수용자 도서 지원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지만, 수용자와의 첫 인연은 그보다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복지사로서 독거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다채로운 봉사를 펼쳐 나가던 그에게 한 지인이 부탁을 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됐는데, 죄의식과 무력감 때문에 초주검이 돼 간다며 그에게 심리 상담을 요청한 것. 남지연 교정위원은 한 사람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주기적으로 수용자를 찾아갔고, 만날 때마다 생기를 되찾는 그와 마주하며 수용자 교정교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분이 몇 번의 상담 끝에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앞으로 새로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겠다는 말을 저에게 건넸을 때 얼마나 커다란 뿌듯함과 행복을 느꼈는지 몰라요.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결심까지 했던 사람의 마음을 돌린 귀한 경험을 하며 기회가 닿으면 수용자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고, 밀양구치소 개청과 함께 교정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
웃으면 행복한 삶이 찾아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낮아지고, 활기를 불어넣는 엔도르핀의 분비량은 늘어난다. 남지연 교정위원은 수용자들에게 이러한 설명을 구구절절하게 하는 대신, 누구보다 먼저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용자들은 거울 효과로 인해 하나둘 웃게 되고, 이내 그 공간에는 웃음이 가득 들어찬다.
“웃으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삶이 변합니다. 웃음치료를 하러 다니다 보면 실제 사례를 종종 만나요. 바깥에서 강의를 하던 중 쉬는 시간에 한 사람이 찾아와 인사를 하는데, 가만히 보니 교정기관에서 저에게 웃음치료를 들었던 출소자였어요. 제가 다녀간 이후로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출소 후에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봉사활동도 다닌다며 저에게 고맙다고 하더군요. 방화를 저질렀던 한 수용자는 웃음치료 후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이렇게 웃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죄를 짓지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는 웃으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수용자들이 있기에, 10년 넘게 즐거운 마음으로 교정위원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지연 교정위원은 “웃음이 나지 않더라도 웃는 것이 웃음치료의 핵심”이라며, “웃는 것만으로도 마음가짐과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누군가 자신을 화나게 할 때는 상대의 장점을 먼저 떠올리면 마음이 쉽게 가라앉으니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라는 원 포인트 레슨도 전한 그는, 교정공무원과 수용자 모두 웃음과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래도 웃음이 나지 않는다면 언제든 저를 찾아 주세요. 확실하게 웃음의 효과를 느끼게 해 드릴게요. 자, 지금부터 저와 함께 싱글벙글 웃어 봅시다! 스마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