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나를 돌아보며 여유를 찾다
정읍교도소 교사 안상현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편한 옷을 찾다 보니 한 번쯤은 색다른 스타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하는 안상현 교사. 막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던 찰나,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평범함을 벗어나 특별한 모습을 찾은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
글 이원복 사진 이정도
스타일링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편한 옷을 찾다 보니 한 번쯤은 색다른 스타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하는 안상현 교사. 막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던 찰나,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평범함을 벗어나 특별한 모습을 찾은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
글 이원복 사진 이정도
스타일링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정읍교도소 안상현 교사에게는 꽤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는 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나름 ‘동안’이라는 말을 듣지만, 패션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나마 나이 들수록 밝은 색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색깔 정도만 신경 쓰는 편이었다. 이런 그에게 스타일링 변신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었다.
““제가 저에게 붙인 별명이 있는데, ‘오구남’이에요. (웃음) 옷을 5분 안에 구매하는 남자라는 뜻이거든요. 대형마트에서 옷을 많이 구매하고요. 옷가게에 가도 직원이 추천해 주는 옷으로 많이 고르죠. 그 정도로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외모를 젊고 세련되게 바꾸고 싶었는데 때마침 ‘나도 패션왕’ 코너에 참여 제안을 받았죠.”
옷도 옷이지만, 지금 헤어스타일은 28년 전부터 길이만 달라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고 한다. 심지어 박사님 머리 같다고 해서 ‘안 박사’라는 별명도 있었다며 웃어 보인다. 트렌디한 패션과 거리가 멀었음에도 스타일 변신에 큰 용기를 낸 이유는 그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이다. “벌써 제 나이가 계란 한 판 하고도 반(45세)이더라고요. 바쁘게 살다 보니 연애와 결혼을 포기했으나, 용맹스럽고 영리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자신감을 얻고 싶었어요. 변화를 시작으로 올해는 연애를 시작하고 꼭 결혼도 하고자 도전했습니다.”
트러커 재킷 & 청바지
하늘색 하프 터틀 니트와 블랙 프린트 티셔츠를 겹쳐 입어 따뜻하면서 젊은 느낌이다. 여기에 연한 갈색 스웨이드 트러커 재킷과 청바지로 활동적이면서 근사한 데이트룩을 완성했다. 신발은 독일군 스니커즈 스타일로 색깔을 맞춰 자유로운 느낌을 살려줬다.
헤링본 무늬 슈트 & 니트
헤링본 무늬의 짙은 회색 슈트와 깔끔한 검정 라운드 니트로 날씬해 보이게 연출한 오피스룩 스타일. 검정 마틴 로퍼로 캐주얼함을 더하고, 시계와 안경도 의상에 맞게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절제된 색깔로 실루엣을 슬림하게 연출했다.
처음 입어볼 의상은 밝은 브라운 레더 재킷에 짙은 색 청바지와 스니커즈로 멋을 낸 캐주얼 스타일이다. 처음 입어보는 래더 재킷이 낯설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안상현 교사는 현재 정읍교도소 보안과 소속으로 분류센터 이입자 수용동 및 신입 미결수용자 수용동에서 근무한다. 주 업무는 분류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교정청 관할 각 교도소에서 이입 온 수용자들과 코로나19 감염방지를 위해 2주간 격리되는 신입 미결수용자 관리, 그리고 그들의 고충 해결이다. 그가 교정공무원이 된 데는 현재 광주지방교정청 심리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서의준 교위의 영향이 크다.
“대학교에서 만난 후배지만, 교정공무원으로서는 선배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조언도 많이 얻고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요.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도 나누는 둘도 없는 사이죠. 많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교정공무원이 된 이후 안상현 교사는 꽤 바쁘게 살아왔다.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 관심을 두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큰 결실을 보기도 했다. 2021년도 ‘제11기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이다.
안상현 교사는 24년간 헌혈봉사를 203회 실시하고 이후 헌혈이 필요한 이웃에게 헌혈증을 기부해 왔다. 또한 2015년부터는 법무부 청소년범죄 예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선도 및 범죄예방 봉사활동을 하고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의 자립과 재활을 도왔다. 그가 이렇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이유는 교정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교정공무원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여전히 많더라고요. 교정공무원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들인데 주위로부터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에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봉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개인적 불운이 겹쳐 위축돼 있었는데, 이번 국무총리상 수상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세미 정장을 갖춰 입은 안상현 교사는 이렇게 입어본 것이 오랜만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30대 중반까지는 정장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이런 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었어요. 이후로는 편한 옷만 입었는데, 세미 정장을 입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데요, 앞으로는 패션 잡지나 패션 관련 TV 프로그램도 열심히 보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제발 스타일 좀 바꾸고 패션 공부도 하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던 분들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안상현 교사.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내며 교정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적은 외부에 있어야지 내부에 있으면 안 된다고요. 과거 로마에 대적할 상대는 없었지만, 결국 내부의 적에 의해 분열하고 갈등을 겪으면서 멸망에 이르잖아요. 각자 위치와 맡은 일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 교정공무원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항상 앞서가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그런 조직이 됐으면 합니다.”
군 복무 당시 불발탄을 처리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생과 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만 전역하면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죠. 그때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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