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정책 마련을 위한 마약 밀매자의 마약 밀매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 남성회복자를 중심으로②
글 유숙경*
글 유숙경*
Ⅰ. 서론
Ⅱ. 이론적 배경
Ⅲ. 연구 방법
1. 연구참여자 선정
2. 자료 수집
3. 자료 분석과 기술
4. 연구의 윤리적 문제와 타당성 제고 전략
Ⅳ. 연구 결과
Ⅴ. 결론 및 논의
1) 진입 동기
(2) 사회적 지위의 초고속 상승
연구참여자들은 현재 시대를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황금만능 주의시대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나 명예보다는 돈이 있어야만 하고, 그 돈을 확보하는 것이 자신의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이라고 봤다. 연구참여자2는 마약밀매를 신분 상승의 엘리베이터로 의미를 구성했다.
“뚜벅 뚜벅 걸어서 어느 천 년에 저 꼭대기에 올라가겠어요. 해운대의 엘시티 올라 가다가 다리 부러지지요. 돈은 벌어야 되고 마약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쭈욱 올라간다. 적금(한숨)…. 그런 것 해서 언제 돈을 벌어.”[연구참여자2]
연구참여자들에게 전통적인 가치이자 규범인 근면과 성실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전통적인 믿음이 희박해진 연구참여자들에게 있어 근면과 성실은 자신의 삶을 바꾸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 한다. 연구참여자들에게 근면과 성실은 이제 쓸모를 다해 폐기돼야 하는 기계와도 같다고 구술했다.
“근면, 성실 그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지요. 사람들이 오래 써 갖고 이제는 고장 났어요. 쓰레기 하치장에 갔다. 벌어야 돼요. 약은 놈이 잘 사는 세상이니까(큰 목소리). 나는 남들이 범죄라고 하던 욕을 하던 마약이라는 상승 수단을 선택한 것에 불가해요.”[연구참여자5]
이와 같이 연구참여자들에게 마약밀매는 사회적 지위의 초고속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유혹이라고 할 수 있다.
(3) 가난한 자의 꿈
연구참여자들 중 1, 2, 4, 5는 고졸 이하의 학력이었다. 그들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성장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연구참여자2와 5는 모두가 대학 졸업자인 우리 사회에서 고졸 학력으로 그리고 조그만 분식점 하나 차릴 수 있는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마약은 유일한 신분 탈출 수단이자 생존의 조건이라고 구술했다.
“돈도 빽도 없는 놈이, 거기다 가방 끈도 짧고 뭘 하겠어요. 나도 카페 같은 것 하면서 편하게 럭셔리하게 살고 싶었어요. 돈이 없잖아…. 아휴, 아버지는 장애인에다 도박에 빠져서 아버지 구실도 못하고 엄마가 파출부해서 겨우 먹고 사는데 아버지 도박꾼이고 엄마가 파출부해서 나도 노가다하면서 살라는 법은 없잖아.
마약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꽃 피울 수 있는 것이니까. 나한테 영웅은 지금은 죽었지만 부산의 피노키오예요. 그 영화 마약 왕에 나온 사람은 아니구요. 진짜 유명한 마약 총책이 있었어요. 그 사람도 돈 없이 나하고 똑같았거든요. 피노키오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할까.”[연구참여자1]
필리핀, 멕시코, 콜롬비아와 같은 국가에서 마약이 성행한 원인을 빈부의 격차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남미의 경우 빈민가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프로축구선수가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마약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3의 구술처럼 연구참여자들은 학창시절에 이미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의 모순을 체험하고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약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금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하고 흙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은 사는 것 자체가 다른데,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데, 여기를 벗어나려면 공부를 잘 하거나 연예인이 되거나 해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것이 아니잖아요. 남들 만큼만이라도 살고 싶어서 마약장사한 거예요.”[연구참여자3]
2) 마약공급조직
마약공급조직에서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압축적인 동시에 공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주는 항구적 상선 구축, 불신과 배신구조, 믿음의 근원 현금으로 나타났다.
(1) 항구적 상선 구축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마약을 공급해 주던 밀매자의 회유와 권유를 받았고, 마약 밀매자의 소개를 받아 소매를 시작했다. 마약 밀매에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마약을 구입 할 수 있는 소비자의 확보와 두 번째는 마약을 공급해 주는 상선의 확보다. 상선(上線)이란 마약을 공급하는 조직에서 자신보다 윗선에 있는 밀매자들을 말한다. 상선이 체포되거나 그들과의 연락이 두절 되면 물량을 공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들은 상선을 매우 중요시했다. 소비자는 지천에 널려 있지만 상선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5의 경우 기존의 상선과 관계가 단절될 때를 대비해 또 다른 상선을 찾았고 그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한때 기독교 신자였던 연구참여자2는 상선을 광야에 있는 배고픈 이스라엘 민족에게 메추라기 고기와 만나를 제공한 여호와로 의미를 부여했다.
“상선이 잡혀가거나 무슨 일을 당하면 큰 일 나는 거예요. 마약 달라는 사람들한테 제때 약을 주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컴플레인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을 찾거든요. 그렇다고 우리 자본이 많아서 많은 양을 비축하지 못해요. 그래도 이쪽 상선 눈치봐가면서 적절하게 팔아주고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해서 상선을 늘려가는 거예요.”[연구참여자2]
마약 수사관들이 경험에 의하면 마약 밀매자를 체포했을 때 그 상선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했다. 많은 마약 밀매자들은 상선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다. 이는 의리가 아니라 연구참여자3에 경험에 의하면 상선이 없으면 자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마약수사관들의 상선을 불면 잘 해주겠다고 그래요. 은근히 빼 줄 수도 있고 형을 좀 싸게 받도록 해 준다는 거겠지요. 그래도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상선에 대해서 침묵해요. 마약쟁이들한테 의리는 눈곱만치도 없어요. 단지 상선이 날아가면 나중에 교도소 갔다 나와도 또 해야 하는데 물건 줄 사람이 없잖아.”[연구참여자3]
상선이 중요하기에 연구참여자2는 상선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인적사항이나 거주지를 알고 있으면 자신이 발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1의 구술에 의하면 상선을 발설한다는 것은 곧 조직에서는 죽음을 의미한다. 현재 마약 수사관들이 상선을 밝히기 위해 과거와 같은 고문 등을 하지 않지만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고 하는 유혹으로 인해 상선을 발설하는 것을 두려워 해 아예 상선에 대해서 처음부터 알려고 하지 않는 연구참여자들도 있었다.
“옛날처럼 고문하는 것은 아닌데 형을 좀 싸게 해주겠다는데 유혹이잖아요. 그 유혹에 넘어가 불면 마약장사는 영원히 하지 못해요. 아예 모르면 얘기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 전화번호인데 저나 그 사람들이나 대포 폰 쓰는데 그것 가지고는 전혀 알 수 없어요.”[연구참여자1]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상선은 연구참여자들이 마약 밀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기에 영원한 상선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2) 불신과 배신구조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마약 밀매 조직은 의리나 인간적인 정을 찾기 어렵고 불신과 배신으로 점철된 구조라고 구술했다. 연구참여자1은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상선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았지만 형을 감형을 받기 위해 같은 동료의 정보를 알려줬다고 구술했다. 하지만 연구참여자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지니지 않았다고 했다. 왜냐면 마약조직에는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마약은 아예 처음부터 의리 같은 건 없어요. 우리는 코푼다고 하는데 잡히면 다 불어요. 상선은 안 불죠.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또 해 먹어야 하니까.”[연구참여자1]
이와 같은 내용은 연구참여자4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참여자4에 의하면 인간적인 의리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며 의리는 다 떨어진 신발이라고 표현했다.
“의리 그것 지금은 너덜너덜해져서 떨어진 신발이나 마찬가지예요. 전에 알던 OO이라 사람이 끝까지 안 불었어요. 자기 친구를 그 친구 몫까지 뒤집어쓰고 학교(교도소)갔는데 의리를 믿었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이 학교에 있을 때 친구가 다 해 먹고 나중에 교도소 정문 나올 때 또 얘기 했어요. 옛날 사건 갖고 또 잡혀 간 거지요. 그것 본 후에는 이것 할 라면 의리부터 제일먼저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굳어 진거예요.”[연구참여자4]
경험은 연구참여자2의 경험과도 일치하다. 그는 자신과는 경쟁 관계에 있었던 마약 밀매자를 제거하기 위해 거래선을 탐지했고 경찰을 밀고했다고 구술하기도 했다.
“나도 약장사하기 전에 내가 나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원래 나쁜 놈이라 그러는 것인지 약장사하다보니까. 최악의 나쁜 놈이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OO지역은 내 나와바리거든요. 근데 한 놈이 야금야금 갉아 먹는 거예요. 근데 뭐 나와바리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힘 싸움인데 방법은 간단했어요. 그 뒤캐서 상선까지는 못 댔지만 싸그리 넘겨버렸어요. 그리고 나와바리는 내가 독식한 거지요.” [연구참여자2]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정보는 물론 모든 것들을 최대한 은폐해야만 했다. 대포 폰은 상식이고 거주지도 언제나 자주 옮겼다. 연구참여자2는 이 세상 사람들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고 했다. 한 가지의 분류 기준은 마약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두 번째 분류 기준은 자신을 고발할 사람과 고발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했다.
“대포 폰은 필수품이에요. 그것도 나중에 위치가 노출될 수 있으니까. 한군데에서 전화 안 해요. 여기저기 옮겨가면서 하니까. 돈이 있어도 전세나 집 같은 것 잘 안사는 게 붙박이로 살아야 하잖아요? 또 집에서 살림할 일 없으니까. 대부분 언제나 옮기기 좋은 모텔이나 조금 여유가 있으면 호텔 같은데서 살아요. 가방에다가 비상시를 대비해서 다 집어 넣고 여차하면 그 것만 가지고 튀는 거예요.”[연구참여자2]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마약 밀매를 유지를 위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과 배신의 구조 속에서 살아온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3) 믿음의 근원 현금
모든 마약거래는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에 의하면 현금으로 이뤄진다. 신용거래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현금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5만 원권이 발행됐을 때 가장 환영한 계층이 마약 밀매자와 불법 도박자라고 했다. 늘 현금을 확보해야만 했기에 연구참여자4는 재테크는 늘 멀리했다고 구술했다.
“부동산 오르는 것 누가 몰라요? 그게 나중에 자금 출처도 의심받을 수 있고 우리는 땅이나 집에다가 절대 현금을 안 묻어 놓아요. 현금이 있어야 물건을 받을 수 있으니까. 재테크 같은 것은 몰라서 못하지만 현금 때문에 못해요.” [연구참여자4]
이와 같이 현금은 연구참여자1에게는 신이었고 연구참여자5는 신용거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에 나와 같이 아주 친한 친구였고 그 사람 때문에 오늘날 제가 있는 거구요. 교도소 갔다 나오고 할 것을 없고 처음에는 조금 자제하다가 어차피 해야 해요. 나한테 찾아와서 약 좀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그 사람이 약쟁이 중에서는 신용 있는 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도 거절했지요. 원래 이 바닥에서는 그런 것 하면 안돼요.” [연구참여자5]
연구참여자들이 가장 믿는 것은 현금이었기에 자신을 현금을 지키는 세파트로 비유하기도 했고, 연구참여자3은 토끼가 여러 개의 굴을 파듯 다양한 장소에 현금 은닉처를 만들었다고 구술했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나왔죠? 마늘 밭에 수백 억 원 현금을 묻어 놓은 것. 근데 도박하는 사람들만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들도 그래요. 우리는 한곳에 몰빵 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미련했던 거예요 마늘밭에다 다 몰빵하고, 지금 밭이 아니래도 감춰놓을 곳 많거든요. 은행 비밀금고 그런 것 안 해요.”[연구참여자3]
연구참여자들은 마약 밀매를 늘 체포의 위험을 안고 사는 직업이라고 했다. 체포될 때를 대비해서 고액의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는 연구참여자도 있었다. 연구참여자4의 구술에 의하면 과거에는 체포됐을 때 현금을 주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구술하기도 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죠. 그때는 너무나 못 살았으니까. 다들 잡히면 현금 주고 빠져나오는 때도 있었데요. 지금은 말이 안 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현금을 갖고 다녀요.” [연구참여자4]
3) 소비시장 확장전략
(1) 주변지인 공략
연구참여자들은 마약 밀매자들로서의 첫 출발을 모르는 사람이 아닌 주변 사람부터 시작했다. 연구참여자3은 마약 밀매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 자체가 인간으로서 의리나 도덕을 포기한 것이기에 주변 친구들은 가장 좋은 소비자였다. 연구참여자1은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유흥업소에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아주 좋은 소비자였다.
“원래 날라리나 나이트클럽에 다니는 애들이 마약에는 약해요. 취미로 한두 번 호기심이 아니라 아예 나이트클럽 죽돌이, 죽순이들은 놀기 좋아하고 일하기 싫어하잖아요. 걔네들은 딱 사인만 주면 금방 넘어와요. 나는 내 친구한테, 제일 먼저 약을 팔았어요.”[연구참여자1]
연구참여자4는 연구참여자2와 유사한 구술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최우선 고객이 될 수 있었다. 이는 유흥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무엇에 대한 자극을 찾는 사람들도 역시 고객이었다. 연구참여자4의 지인 중 새로운 것은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얼리어답터이다. 그는 친구의 호기심을 파고들어서 약을 팔았다.
“뭐 새로운 것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은 호갱이에요. 진득하게 일하거나 맨날 그 날이 그 날 같은 사람들은 잘 안 넘어와요. 그 사람들도 마약이 범죄라는 것을 알아요. 근데 호기심이 한번 발동하면 처음에는 다 호기심에 하지만.”[연구참여자4]
연구참여자3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 약을 팔기가 가장 수월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지만 처음 마약을 접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연구참여자3은 아는 사람 중 비교적 정이 많고 입이 무거운 사람들을 선택했고 이들에게 약을 팔기 시작했다고 구술했다.
“아는 사람이 제일 좋은 거예요. 그런데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착한 사람이 있어요. 내가 약을 해서 인생이 망가졌다. 나한테 약을 판 놈을 고발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문제가 중독인데 일단 중독이 되면 약을 할라고 불지도 않아요. 우리가 약 팔아 먹으려고 상선을 불지 않는 것과 같아요. 뭐 그런 사람들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뭐 의리로 입을 닫아주는 거예요.”[연구참여자3]
연구참여자들이 이와 같이 지인들은 자신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신분을 쌓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약을 사줄 수 있는 잠재적 고객에 불과했다. 연구참여자5는 마약 밀매를 시작한 후 제일 먼저 지인들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선별작업과 분류작업을 했다. 별 세 개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 별 두 개는 가능성이 중간인 사람, 별 하나는 가능성이 낮은 사람으로 분류했다고 구술했다.
“리스트를 쭉 만든 후에 분석을 해요. 그 사람의 돈이나 재산도 그렇고 직업, 성격, 그리고 쾌락 같은 것을 좋아하는지, 그런 것 다 아니까 쭉 하고 거기다 별을 매깁니다. 나중에 보니까. 내 예측이 거의 다 맞아요. 별 3개로 분류한 사람들은 한 60~70%가 다 내 약을 샀으니까.”[연구참여자5]
(2) 다단계식 밀매 구조
연구참여자들의 꿈은 마약계 최고의 상선이었다. 마약계 최고의 상선은 노출되지도 않을뿐더러 그 수입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정확한 액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콜롬비아의 마약 왕 에스코바르를 역할 모델로 삼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소매자들로서는 한계가 있었고 최소한 도매상으로 승격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많은 수의 소매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전략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연구참여자3은 자신이 마약을 공급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싼 값에 마약을 공급해 지독한 중독자로 만들었고, 그를 소매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마약중독이 심화되고 마약 구입 비용이 소진되면 많은 경우 마약 소매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중독자가 많아야지 돈이 많아서 계속 약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돈이 떨어지고 주변에 기댈 때도 없으면 이제는 소매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저는 초기에는 덜 먹고 싸게 줬어요. 싸니까 계속 먹는 거지요. 그렇게 해서 한 네 사람 정도 소매자로 만들었으니까. 내가 그 상선이 되고 물건을 대주는 도매상이 된 것이지요.” [연구참여자3]
위와 같은 밀매 조직의 구성은 연구참여자3과 5에게서도 나타났다. 연구참여자3의 구술에 의하면 중독자는 자신의 마약 값을 충당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밀매자로 변신한다고 했다. 연구참여자5 역시 마약 밀매자를 끌어들인 후 초기에는 소매상에게 많은 수익을 보장했지만, 점차 수익을 줄여 자기의 수입을 극대화했다고 구술했다.
“어떤 사람은 중독자 만들 때 약값을 싸게 주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받을 것은 다 받고 어쩔 수 없이 약장사하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거든요. 진짜 말이 우습지만 동기부여가 돼서 마약을 하는 사람, 마약을 밀매하는 사람들, 약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가요. 일종에 유인책을 쓰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이익이 10이다. 그러면 내가 3이나 4먹고 6이나 7을 줘요. 그러다가 점차 줄이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제 내가 6이나 7을 먹고 파는 사람이 3이나 4를 먹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한번 엮이면 빠져 나가질 못해요. 나는 노출을 잘 안 시키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거든요. 빠져나가려고 하면 그러면 불어버린다고 하면 다시하게 되는 것이지요.”[연구참여자5]
(3) 중독의 무한 루프에 가두기
마약중독의 구조는 일종의 무한 루프에 빠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빠져들어 가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연구참여자4는 마약을 끊은 사람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유혹해 다시 마약을 하게 하고 그들을 밀매자로 변화시켰다.
“꽤 오랫동안 중독됐는데 병원 갔다 오더니 어쩌고저쩌고 해 끊었데요. 우리는 끊었다고 하면 웃어요. 스스로 찾기도 하지만 또 찾게 만들어요. 뭐 괴롭히고 그러지 않아도 유혹하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주사기만 봐도 마약주시기가 아닌 일반 주사기만 봐도 확 필이 땡긴단 말이에요. 그 만큼 독하니까. 다시 약쟁이 만들고 장사시키는 것이지요.”[연구참여자4]
연구참여자1의 경우 소매자를 양성하기 위해 자신과는 상관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정보를 알아냈다. 그는 불법이지만 다양한 루트를 동원해 마약 복용경험이 있고 각 병원에서 병원 치료를 받았거나 교도소에 수용된 사람들의 목록을 찾아냈다 그 목록 중에서 소매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한편 일반 사용자들을 분류했고 상대 특성별로 접근했다.
“개인정보를 아는 것은 불법이고 특히 이 사람들의 형사처분하는 것 아는 것은 불법이지요. 그래도 다 수가 있어요. 돈만 주면 다 되니까. 욕 할지는 모르지만 우리한테는 신규시장 개척예요. 한 번 한 사람은 언제 가는 다시 하니까. 그래서 여기서 마약장사할 사람도 고르고 그냥 단순히 사용할 사람도 골라요.”[연구참여자1]
연구참여자4는 마약 사용자를 유혹함에 있어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신념으로 일관했다고 구술했다. 연구참여자들에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이 마약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4의 구술에 의하면 마약시장은 신규 소비자의 확장보다는 기존 소비자의 유지와 사용량의 증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마약을 중단한 사람에게 집요하게 접근한다.
“마약은 그러니까 약은 열 사람에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기준의 중독자 한사람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열 사람이 마약을 했다고 해서 다 중독되는 것은 아니에요. 또 새로운 사람 만들어 내는 것도 어렵고 위험하고 그러니까 있는 사람, 한번 한 사람, 죽을 때까지 뽑아 먹는 거예요. 유혹도 하고 옛날에 안 걸렸던 거 분다. 위협하고 다 그렇지요. 사채꾼들하고 고리대금, 사채꾼하고 우리하고 똑같은 하나 있어요. 그것이 뭐냐 마른 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거지요. 계속 짜면 다나오거든요.”[연구참여자4]
연구참여자들이 마약을 중단한 사람들은 다시 중독의 길로 유인한 데는 기본 두 가지 전략이 동원됐다고 분석된다. 연구참여자3의 경우 약을 끊은 사람에게 중독 당시에 강력한 쾌락을 떠올리게 했다고 구술했다. 참여자의 경험에 의하면 회복하려는 의지나 소망보다 약에 중독됐을 때 경험했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이 다시 사람들을 중독의 길로 끌고 간다고 보고했다.
“약이라는 게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뽕이나 코카인이나 그거 했을 때 쾌락 죽어도 못 잊어요. 자기 목숨하고 바꿀 수 있는데요. 머릿속에서는 잊으려고 하잖아요. 그래도 몸이 기억해요. 약을 한 여자였는데 그냥 가정주부도 아니고 술집여자도 아니고 중간이에요. 살림하면서 술집 했으니까 독하게 마음 먹었어요. 끊었어요. 그런데 여자이니까. 다른 애 시켜서 옛날에 약할 때 좋았던 얘기 계속하게 해요.” [연구참여자3]
연구참여자3은 이렇듯 강력한 쾌락을 상기시키지만, 연구참여자2는 타인의 약점을 잡아 다시 마약을 사용하게 했다. 마약은 공급뿐만 아니라 단순 사용도 처벌이 대상이 된다. 이들이 사법당국에 체포됐을 때 과거의 모든 범죄를 다 캐낼 수는 없다. 따라서 많은 범죄 건수가 묻혀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참여자2는 이러한 것을 잘 알고 과거의 밝혀지지 않는 건수를 들먹이며 다시 유혹했다. “딱 한 번만!”이라는 말은 마약 밀매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무서운 말이다.
“제일 무서운 것이 딱 한 번이지요. 약도 딱 한 번만 한다고 하다가 영원히 하게 되고 다시 시작할 때도 그래요. 딱 한 번만 도와주라, 죽어도 다시는 부탁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딱 한 번 하게 되면 그게 또 범죄이니까 걸리게 되고 옛날 것 때문에 걸리고 그러니까. 여기는 한 번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는 데예요. 꿀단지에 빠진 파리가 꿀이 맛있어서도 못 빠져나오고 또 꿀에 달라붙어서 못 빠져나가는 것과 같아요.”[연구참여자2]
4) 사회관계
(1) 평범의 가면 쓰기
연구참여자2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마약 밀매자는 대중매체에서 부정적으로 그렸지만 연구참여자들의 구술에 의하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 총각’들이라고 했다. 연구참여자4는 주변사람들과 불화를 일으키지 않고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구술했다. 지금까지도 이웃들은 그를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역사회 행사 찬조나 불우이웃 돕기에 앞장섰다. 철저한 자기 은폐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동네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알려졌어요. 큰 소리 한번 치지 않고 다투지도 않고 언제나 내가 손해 보는 쪽을 선택하지요. 그게 왜 그러냐면 나를 감추는 거예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 이렇게 해야지요. 저 보세요. 손에도 몸에 문신하나 없어요.”[연구참여자4]
자기를 은폐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직업인으로 가장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참여자5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수기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연구참여자는 정수기 영업사원으로 가장한 것에 대해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고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구술했다.
“정수기 외판원이라고 하니까. 자기 집에 정수기하나 놓아 달라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황당하던지. 왜 사람들 속이려면 검사도 있고 판사도 있는데 교수, 선생도 있잖아요. 근데 외판원이라고 하면 사람이 만만해 보이거든. 남들한테 만만해 보이니까. 신경을 안 써요.”[연구참여자5]
평범한 삶을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나인 투 파이브(9 to 5)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집에 머물지 않았고 오전에 집을 나섰다. 사우나 도박장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약 거래가 없는 날은 직장인처럼 오후 6시 또는 7시에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기 위함이라고 구술했다.
“우리들 생활이 불규칙한 것 같지만 그 것은 아마추어들이고 진짜 프로는 직장인처럼 똑같아요. 양복 입고 왜 돈이 많아도 현금이 많아도 외제차를 왜 안사겠어요. 조폭들은 돈이 없어도 똥차라도 외제차 큰 것을 끌고 다니지만 걔네들은 그걸 통해서 가오를 잡지만 우리는 숨어야 해요. 차도 보통 차, 전철을 타고 다니고.”[연구참여자1]
(2) 거짓봉사
5명의 연구참여자들 중 연구참여자1, 3, 5는 자원봉사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다고 구술했다. 연구참여자3은 지역사회에서 개최되는 모든 행사에 참여했고 후원금과 찬조금을 아낌없이 냈다. 연구참여자는 이에 대해 자신을 과장하기 위함이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어 마약 밀매자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고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약장사를 한다는 게 나도 생각하면 한심하잖아요. 내가 동네일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첫 번째는 범죄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가면을 쓰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도 사람답게 착한 일도 하고 그렇게 산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연구참여자3]
연구참여자1은 노인시설의 정기후원자로도 활동했다. 매월 1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보냈고, 때로는 목욕봉사나 명절에는 선물을 들고 찾아가기도 했다. 그가 마약 밀매로 체포됐을 당시 주변에서는 경악을 했다. 자신의 신분을 감췄다는 것보다는 나쁜 사람 꼬임에 빠져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전에 한번 잡혔을 때 어떻게 알았는 지 사람들이 면회를 왔어요. 그리고 하는 말이 ‘어쩌다가 이렇게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들 꼬임에 넘어가 그런 일을 했냐!’이러는 거예요. 내가 프로 약장사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해요. 그냥 꼬임에 넘어가서 실수한 것으로 봐요.”[연구참여자1]
연구참여자4는 자신들이 하는 이웃 봉사나 사회적 활동이 철저한 과장이라고 구술했다. 그리고 선행은 후일 체포됐을 때 형량을 경감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했다. 연구참여자는 이를 ‘꿩 먹고 알 먹고’라고 구술했다.
“첫째는 가면 쓰는 거고 크게 그게 효과는 없지만 판사한테 보내는 반성문 같은 것 별 것 없어요. 그것하고 똑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탄원서 써주는 것. 근데 판사 초짜들은 넘어가요.”[연구참여자4]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연구참여자들은 사회차원에서는 평범한 사람을 과장하고 지역사회 봉사, 사회복지관 봉사들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은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마약 밀매 경험이 있는 남성 마약 사용자의 마약 밀매 경험을 구체적으로 탐색해 이해하고자 했다. 마약 밀매 경험이 있는 마약 사용자 5명의 심층 면담 자료를 Caeswell(2013)의 사례연구 방법으로 분석했다.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진입 동기는 마이다스의 비즈니스, 사회적 지위의 초고속 상승, 가난한 자의 꿈이었으며, 마약 공급조직은 항구적 상선 구축, 다단계식 밀매 조직, 중독의 무한루프에 가두기로 분석됐다. 또한 사회관계는 평범의 가면 쓰기, 거짓 봉사로 분석됐다. 이와 같은 연구참여자들의 마약 밀매 경험을 요약해 교정기관 차원의 공급차단과 수요 감소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위험 부담보다는 마약 밀매의 고수익에 유혹돼 마약 밀매를 시작하고, 마약 밀매를 하면서 자신은 사회·경제적으로 계층 상승이 됐다고 자부했다(Messner & Rosenfeld, 2001:90). 모든 연구참여자들은 마약 사용자에서 밀매자로 전환하면서 고 수익을 얻기 위해 상선을 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약 공급 조직 속에서 불신과 배신의 경험이 여반사(如飯事)로 현금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었다(에두아르도 베르가라, 최이슬기, 2016: 191). 연구참여자들은 소매상에서 중·도매상으로 상승하고 소매상이지만 많은 소비자를 확보했다.
이와 같이 마약 시장에서 성장은 자신의 주변지인들을 공략하는 다단계식 밀매 조직망을 구성하면서 성장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자기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매우 평범하면서 성실한 사람으로 일관했다.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논의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마약 중독자, 밀매자의 확산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논의다. 연구참여자는 낮은 학력과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상승시키고자 했다. 한국은 경제·사회의 양극화, 각종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유엔이 제시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DGs)가 추구하던 빈곤퇴치완화를 추진하고 있다(신상철, 2020:80).
하지만 제도적 아미노이론(institutional anome theory, IAT)처럼 꿈과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들은 인적 자본을 강화하고 성실과 근면을 무기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보다는 마약 유혹에 빠질 위협이 많다(황선재, 2015:22; Pessoa et al., 2017:248; Pobutsky, 2020: 87). 마약 중독의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빈부의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빈곤퇴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김동엽, 2017:62). 출소자의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꿈꾸는 젊은이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의 제공을 위한 정책적 차원의 예산지원과 전담기관의 설치·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마약 밀매자와 상선과의 관계이다. 마약 밀매자들이 자신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약을 공급해 줄 상선이 필요하다(Tretyakova, 2020:48-53). 마약 사용자에 대한 검거 위주의 엄벌 정책 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마약 사용자와 마약 밀매자들은 교정시설에 수감되는데 이곳에서 또 다른 공급루트와 소비자를 개척하는 경우가 많다(유숙경/이경원/류진선, 2020:144).
그렇지만 현재는 교정시설에서 마약 관련 수감자들의 정책은 범죄의 경중이나 유형을 불문하고 한 공간에 수감하는 구조적 시스템이다(조성남 외, 2021:44; Hughes et al., 2020: 35-40). 마약 사범은 교정시설의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강제성이 필요하며, 의무참여 프로그램 참여 후 재범률이 감소됐다고 한다(Henggeler, & Marlowe, 2010:2; Hough, 2003:5).
그러므로 마약 사범의 수감 장소인 교정시설을 치료공동체로 만들어 운영을 한다면 재범률을 낮추게 될 것이다. 이는 예비 마약 밀매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공급차단 정책의 기능을 할 수 있고 마약 사범을 분리 수감을 통해 공급 루트를 개척과 소비자 확보를 원천적인 차단하는 정책적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마약 밀매자들의 판매기법과 판매 근절에 대한 논의이다. 본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마약 밀매자들의 판매 전략을 분석해 마약 중독자와 국민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있다. 마약 밀매자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비인간적인 윤리 의식도 있지만, 그들의 관점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영업 방법으로 주변지인들을 공략하는 것은 가장 쉬운 판매 전략이다(da Agr, 2017:11;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1988).
따라서 마약 사범의 사후관리 대상을 확대해 주변 지인들도 마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책적 접근은 법무부와 교정기관이 지역사회 사회복지 전문 인력과 전문 상담 인력이 연계해 주변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돼야 한다(Riega-Virú & Tataje-Véliz, 2020: 119-134). 중독자들은 자신의 마약 값을 벌기 위해 밀매자로 변신하는데 연구참여자들은 상선으로부터 마약 밀매 초기에는 수익을 보장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윤을 줄고 다단계식 밀매 조직에 빠져들면서 마약 순환구조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da Agr, 2017:13).
하지만 한 사람에서 시작된 마약 밀매가 다단계식 밀매 조직으로 발전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마약 밀매로 적발된 사람들의 사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Johnson et al., 2020: 202). 현재 교정시설에 수감된 마약 수감자들은 방어적 차원이 교정과 교화는 사회 적응력을 낮춰 재범률을 높인다(유숙경, 2020).
그러므로 마약 밀매자를 건전한 직업인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직업교육과 직업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교정시설을 사회 재활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발전시킬 제도적, 정책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Henggeler & Marlowe, 2010:2). 이를 위해서는 예산의 확보와 함께 전문 인력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넷째, 마약 중독자와 더불어 모든 국민에 대한 마약 밀매자들의 회유 근절에 대한 논의다.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마약 중독 회복자도 마약 밀매자의 집요한 유혹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마약 중독 회복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환경적 요인이 마약 중독자와 집단문화이며, 집단 속의 마약 밀매자들이다(강선경/양동현/문진영, 2016:110). 본 연구에서도 연구참여자들은 마약 회복자를 지지하기보다는 다시 중독자로 만들기 위해 집요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구술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마약을 끊고 재활하고자 사는 의지가 있는 개인들에게 특별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마약 밀매자들과의 정신분석적, 정신의학적 이론에 의거한 원인을 분석이 필요하기(Musto, 1996:77) 교정시설 내의 단순 마약 교육이 아닌 심리지원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 교정정책 차원에서는 마약 관련 수감자들을 수감 기간에 엄격한 법을 적용해 재활을 위한 체계적 치료공동체 참여를 의무화한다면 치료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Hough, 2003:5). 그러기 위해서는 교정시설 내에 치료적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치료시설의 운영과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조성남 외, 2021: 44). 출소와 가석방을 앞둔 수감자들에게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경험하게 한다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Wilson et al., 2006: 470).
마지막으로 연구참여자들의 사회적 관계에 나타난 은폐와 보통 사람들에 대한 열망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연구 결과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철저하게 보통사람들로 자신을 은폐시켰다. 이는 자신의 밀매자로서의 신변 안전과 사법당국의 감시와 검거를 피하는 위한 위장 방법이기도 하지만 내재적 자기낙인과 자기비하를 사회적 이상화된 이타적 행동 속에 감추고자하는 염원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1988: 75). 마약 밀매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시선을 내려놓고 범죄자가 아닌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치료대상으로 인식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Moore et al., 2013: 539; Kourgiantakis et al., 2016:20). 현재 마약 사범은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치료보호, 치료감호, 수강명령 등의 보완된 형사정책과 함께 치료와 사회적응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마약 밀매자의 경험 탐색을 통해 그들의 삶의 변화 경험이 다른 마약 밀매자들은 물론 중독자들에게 변화 동기를 찾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의 마약 정책인 검거 위주의 공급 감소 정책보다는 향후 공급 차단 정책과 수요 감소 정책의 필요와 치료 재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조선대학교 정책대학원 중독재활복지학과 겸임교수 (hm10716@naver.com)
• 접수일(2021. 05. 21.), 심사일(2021. 08. 18.), 수정일(2021. 08. 23.) 게재확정일(2021.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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