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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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리더십, 성실함과 책임감으로부터

제주교도소 보안과 교감 송영훈 & 교사 조지훈

교정공무원 생활 8년 차에 접어드는 조지훈 교사는 요즘 고민이 많다. 조직의 허리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 상황에서 전화위복을 불러오는 리더십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고심 끝에 그는 평소 존경해 온 송영훈 교감을 찾아 나섰다.

강진우 사진 홍승진

임용 8년 차에 찾아온 새로운 고민

송영훈 교감조지훈 교사, 반가워요. 조 교사가 온다고 하기에 이렇게 커피를 타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표정을 보니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요?

조지훈 교사 불쑥 티타임을 요청드렸는데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감님 말씀대로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교정공무원 생활이 어느새 8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 교정공무원들과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리더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30년 넘게 성공적으로 교정공무원 생활을 해 오셨고 지금은 위탁작업장과 운영지원작업장을 빈틈없이 이끌고 계신 교감님께 리더십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됐습니다.

송영훈 교감어느새 조 교사가 교정기관의 허리 역할을 맡아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네요. 리더십, 참 어려운 문제죠. 저도 그맘때 같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 교사는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과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지훈 교사 무엇보다도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선배든 후배든 누구나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데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감님이 맡은 바 임무를 끝까지 책임감 있게 수행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교감님 앞에서 말씀드리기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서 교감님을 존경합니다.(웃음)

송영훈 교감 그렇게 말해 주시니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정말 고마워요! 교정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어떤 일이든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점을 알아주니 선배로서 이보다 더 뿌듯할 수 있을까 싶어요.(웃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포용의 리더십

송영훈 교감 제가 듣기로는 조 교사가 아주 책임감 있게 일한다고 들었어요. 작년에 보급된 차세대 교정정보시스템을 제주교도소의 모든 직원이 편리하게 쓸 수 있었던 것도 조 교사 덕분이었죠?

조지훈 교사 당시 총무과 전산 담당으로서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기에 자랑거리는 되지 못하지만, 그때 나름대로 큰 어려움과 마주한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개발한 전산관리과에 문의해서 업그레이드된 내용과 사용 매뉴얼을 받아 직원들에게 배포했는데요. 사용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피드백 받아서 해결해 드렸고, 그럼에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은 현장에 직접 가서 코칭해 드렸습니다. 다행히 직원분들이 적극적으로 배움에 나서 주신 덕분에 시스템이 빠르게 안착됐지만, 당시 담당자로서 큰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송영훈 교감 만약 조 교사에게 투철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테고, 그만큼 혼란스러운 기간도 길어졌겠죠. 이런 측면에서 조 교사는 좋은 리더가 될 기본자세를 충실하게 갖췄다고 생각해요.

조지훈 교사 교감님이 이렇게 격려해 주시니 용기가 나네요! 교감님도 지금껏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텐데요. 그런 위기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역경을 헤쳐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송영훈 교감 조 교사가 이제 막 보안과로 왔으니, 먼저 수용자를 대하는 입장에서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가장 중요한 점은 수용자를 교정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들이 지은 죄에만 몰입해 수용자들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교정교화에 소홀한 경우가 있는데, 교정공무원이라면 그래서는 안 됩니다. 수용자가 사회에 나갔을 때 다시 죄를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진정한 교정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성실함과 책임감이 좋은 리더의 지름길

조지훈 교사 수용자들을 교정교화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을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의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송영훈 교감 제가 관리하는 운영지원작업장에 수용자 이발을 맡은 무기수가 있어요. 이 사람이 20살이 적은 수용자와 말다툼을 했는데, 분에 못 이겨서 우발적으로 욕설을 했죠. 결국 욕을 들은 젊은 수용자가 신고해서 조사하게 됐는데, 무기수에게 징벌을 부과하면 경비처우급이 S3로 하향조정 되서 하나 있는 딸에게 전화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딸 때문에 삶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데, 딸과 연락할 수 없으면 앞으로의 교정교화가 대단히 어려워질 거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경청한 뒤 욕설을 한 부분에 대해서 젊은 수용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도록 권유했고, 당사자들이 화해하면서 조사·수용되지 않고 징벌을 받지 않게 됐죠. 그 무기수는 지금도 딸과 연락하면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교정공무원은 법과 규율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하지만, 앞으로의 교정교화를 내다보고 사안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있는 법입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폭넓게 모든 일을 바라본다면, 수용자 교정교화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조지훈 교사 교감님의 생생한 일화를 들으니 앞으로 어떻게 수용자를 교정교화해야 할지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렇다면 후배들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요?

송영훈 교감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선배가 됐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미루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후배들이 그 선배를 존경할까요? 이를 반대로 말하면, 끝까지 맡은 바 최선을 다한다면 후배들이 잘 따르는 선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말한 성실함은 조 교사가 말한 책임감과 결이 매우 비슷해요. 그래서 제가 조 교사에게 좋은 리더의 자질이 보인다고 이야기한 것이죠.

조지훈 교사 오늘 교감님이 해 주신 말씀, 교정공무원 생활의 피와 살이 될 것 같습니다. 교감님 말씀대로 책임감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선배, 수용자 교정교화를 최우선에 두는 교정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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