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충주구치소 보안과 교감)
교정공무원은 수용자 교화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동시에 꾸준한 관심과 포용으로 수용자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박종덕 교감은 지난 28년간의 교정공무원 생활을 통해 그 중요성을 몸소 증명해 왔다.
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Q. 월간 <교정>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충주구치소 보안과 보안2부 당직교감을 맡고 있는 박종덕입니다. 1993년 10월에 임용된 뒤 청주교도소 보안과, 사회복귀과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2008년 수용자 취업전담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당시 취업위원들과 함께 누리뜰희망IT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출소자 취업과 연계하는 일을 진행하기도 했죠. 이후 청주교도소 교정심리치료센터에서 4년여간 근무하며 성폭력 사범 재범 방지 업무에 매진했고,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아 2017년 제35회 교정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뒤 대전교도소를 거쳐 작년 7월에 충주구치소로 와 현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Q. 교감님은 어떤 중점 사항을 바탕으로 업무에 임하고 계신가요?
취업전담반에서 일할 때는 수용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습니다. 교정심리치료센터에 있을 때는 성폭력 사범들의 왜곡된 성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죠. 그리고 보안과 당직교감으로 일하는 지금은 교정사고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보안2부 직원들과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근무 시에는 항상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이렇듯 저는 저에게 주어진 임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사 최선을 다했는데요. 정리하자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저의 업무 중점 사항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신뢰감은 수용자 교화의 기본 덕목인데요. 수용자와 어떻게 신뢰를 쌓고 계신가요?
특별할 건 없습니다. 일상 속에서 보여 주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수용자와 라포르(rapport)를 형성할 수 있어요. 평소 수용자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 변화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날은 얼굴빛이 안 좋고, 여러 가지 고민 때문에 힘겨워하기도 해요. 이때 요즘 밥은 잘 먹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어떤 걱정거리가 있는지를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집니다. 교정공무원은 수용자들이 교정기관에서 믿고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니까요. 안부를 물으며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나를 찾아라”라고 이야기하면 언젠가는 면담 요청이 옵니다. 그때 커피 한 잔 사이에 두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인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20년 가까이 수용 생활을 한 윤성여 씨와의 인연도 이렇게 이뤄졌어요.
Q. 재심 끝에 무죄를 받은 윤성여 씨가 교감님을 ‘평생의 은인’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수용자들을 대하다 보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에 처음에는 윤성여 씨의 말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임 시절부터 2009년 가석방될 때까지 20년여 동안 그의 이야기에는 한 치도 변함이 없었어요. “형사보상금 때문이 아니라 죽어서 어머니 뵐 낯이 없어서 그런다”며 끊임없이 재심 신청을 도와 달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정말 무죄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가석방된 후 청주의 한 출소자 거주 시설을 통해 거처와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이춘재가 진범임이 밝혀졌고, 윤성여 씨에게 재심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등의 여러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어요. 평소 수용자들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허심탄회한 소통을 이어 나가려고 했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죠.
Q. 지금도 출소자 상당수에게서 연락을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운 좋게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대전교도소에 있을 때 출소 후 갈 곳이 없던 수용자가 있었는데, 평소 착실하고 행실이 좋아서 세종시에 있는 한 업체 사장님께 부탁을 드려서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일할 수 있게 도왔어요.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안부 연락을 주는데요. 얼마 전에는 그 업체에서 대리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교정심리치료센터에서 만난 한 수용자도 기억에 남아요. 출소 후 연락이 끊겼었는데, 저와 윤성여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보고는 충주구치소로 찾아와 “교도소에 있을 때 교감님을 만났기에 열심히 살고 있다”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후 때때로 연락해서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인생 선배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줍니다. 이런 출소자들을 볼 때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교정공무원 생활을 했구나’ 싶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요.
Q. 간혹 교정공무원들의 교화 노력을 저버리고 계속 나쁜 일을 저지르거나 교정공무원과의 신뢰를 악용하는 수용자도 있는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교화는 무조건 잘해 주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엄정한 법 집행과 객관적인 신상필벌도 교화의 일환이에요. 이를 통해 자기반성의 계기와 시간을 부여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잘못이 사소하고 스스로 철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면 때로는 벌 없이 용서를 해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두 수용자가 사소한 일로 작게 다퉜는데 상처나 기물 파손이 없고 두 사람 모두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면 따스한 포용의 자세를 보여 줘도 괜찮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다음에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더욱 엄격하게 조치하겠다는 냉철한 모습을 함께 보여 준다면, 오히려 무조건 규칙을 적용할 때보다 더욱 큰 교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판단력은 교정공무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Q. 후배들이 성공적인 교정공무원 생활을 이어 나가려면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요?
한마디로 ‘역지사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교정공무원은 수용자들이 교정기관 안에서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기에, 수용자 입장에서 여러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보고 저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는 것이 교화에 이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 상담 시 수용자에 대한 기초 정보를 먼저 공부하고, 거기에 맞춰 대화를 이끌죠. 그러다 보면 수용자들도 세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게 되고, 이는 출소 후 성실한 인생의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수용자를 대할 때 그들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교화의 시야가 한층 넓어질 겁니다.
Q. 교감님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신가요?
정년퇴직이 5년 정도 남았는데요. 앞으로도 수용자 교화와 출소 후 생활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싶습니다. 또한 남은 기간 동안 매사에 최선을 다해서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안2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계장님들과 임원준·김소현·조아라 교도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고 계신 모든 교정공무원에게 자부심을 갖고 힘내시라는 말씀도 전하고 싶습니다. 2022년에도 우리 모두 ‘파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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