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식(정읍교도소 보안과 교감)
교정공무원은 수용자를 교정교화해 그들의 삶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긍정적인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박우식 교감은 이러한 교정공무원의 역할을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교정공무원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교정교화에 임하느냐에 따라 수용자의 출소 후 삶이 상당 부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강진우 사진 이정도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정읍교도소 보안과에서 당직교감으로 일하고 있는 박우식 교감입니다. 1989년 10월에 임용된 후 군산교도소, 전주교도소를 거쳤고, 작년 7월 정읍교도소에 와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정공무원을 하고 있던 친구의 권유로 임용 시험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2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네요. 그간 별다른 일 없이 여기까지 왔기에, 요즘은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Q. 교감님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하시나요?
당직교감의 본분은 현장 근무자가 맡은 바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하기도 하지만,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하다 보면 저도, 현장 근무자도 지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죠. 그렇기에 감독자로서 최상의 업무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성실히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의 어려움과 애로 사항을 귀여겨듣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조직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관장 및 부서장과 후배 교정공무원들이 더욱 단합할 수 있도록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Q. 수용자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교도소에서 만난 다른 수용자에게 현혹돼 잘못된 방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용자들이 간혹 눈에 띕니다. 이러한 시도는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패 후에는 허무감으로 인해 삶에 대한 의욕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늘 수용자에게 ‘성실하게 사는 삶의 가치’를 전하고자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원하는 바를 하나씩 이루고 있다는 점, 과욕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교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신교육, 종교 집회, 전문가 상담 등을 적절히 활용해 수용자들의 마음에 올바른 삶의 의지와 출소 후 인생에 대한 도전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Q. 이러한 노력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교화된 수용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2002년에 만난 한 수용자가 기억납니다. 수용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가족과 연락이 두절돼 자해 및 자살을 시도하는 등 거의 인생을 포기하다시피 한 수용자였는데요.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상담하며 그간의 이야기와 애로 사항을 정성껏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신뢰감을 형성하며 수용자의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아울러 출소 시까지 매달 2만 원씩 영치금을 지원해 안정적으로 수용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죠. 이후 그 수용자는 한 건의 사고도 저지르지 않았고,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남긴 뒤 출소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폭력으로 여러 차례 복역하며 가족과 연이 끊긴 한 수용자도 생각합니다. 그는 출소했지만 연고가 없었던 데다 취업마저 되지 않아서 생계유지가 힘들었는데요. 이 사실을 안 뒤 한 가구 제작업체에 신원 보증을 서 주고 그를 취업시켰습니다.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저의 교화 의지가 만들어 낸 작은 기적이었죠.
Q. 후배 교정공무원들이 수용자를 대할 때 유의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교정공무원은 수용자와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지상정으로 몇몇 수용자와 조금 더 친밀하게 지낼 수도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도 교정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질이 좋지 않은 몇몇 수용자의 경우 인간적인 친밀감을 앞세워 교정공무원의 약점을 잡고 부정행위를 요구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용자와 일정한 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 하나, 수용자 폭행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저희가 아무리 잘해 줘도 일부 수용자들은 교정공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침을 뱉는 등의 악행을 저지르는데요. 이럴 때는 규율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되, 폭력으로 되받아치지 말아야 합니다. 자칫하면 독직폭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교정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Q. 교감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퇴근 후에나 주말에는 집 근처 산에서 두 시간 정도 등산을 즐기고, 틈틈이 헬스장에 가서 근력 운동도 합니다.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는 운동만 한 활동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조심하는 가운데 선후배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가지며 2년여 동안 쌓아 둔 회포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Q. 교감님의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정년퇴직이 3년 정도 남았는데요. 지난 32년간 별일 없이 교정공무원 생활을 이어 온 만큼, 끝까지 사고 없이 퇴임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노년을 위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자격증을 취득해서 공인중개사인 아내와 함께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그 외에 앞으로는 사회봉사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교정공무원 출신으로서 더욱 풍요로운 인생 후반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Q. 후배 교정공무원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수용자의 성품과 상황은 제각각 너무나 다르기에 모든 수용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삶에 대한 애착이 있는 수용자들을 잘 교화한다면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입니다. 교정공무원은 그 과정의 중심에 서 있죠. 그러니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자신의 업무와 수용자 교화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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