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민근(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또다시 잘못을 범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잘못을 저지른다. 지혜롭고 조심스럽고, 무척 치밀한 사람조차 그러하다. 이는 불완전한 인간이 가진 숙명이자 속성이다. 인간이기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후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고, 어떤 사람은 자기 잘못을 애써 외면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기까지 한다. 모두 다 자신의 잘못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시 그 잘못을 반복하기 쉽고, 잘못된 길로, 삶의 나락으로 빠져들기도 쉽다. 반면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것을 깊이 반성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잘못에서, 실패에서, 질곡에서 벗어나 배우고 성장하며 인생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실패나 잘못이 오히려 삶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죄와 벌을 짝짓기보다는 죄와 구원을 짝짓는 것이 좀 더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일이다. 인생의 승자가 되고 싶다면 우리는 모두 잘못에서 배워야 한다.
잘못을 바로잡았다면 용서해야 한다
‘교정(矯正)’의 뜻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이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았 다면 기꺼이 용서받아야 한다. 미국의 석학 조지 베일런트의 책 <행복의 완성>에는 믿기 어려운 용서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실화이다. 뉴욕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이 있었다. 한 14세 소년이 자신이 갱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또래 소년을 총으로 죽이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다. 죽은 소년의 부모는 증오하는 마음으로 교도소로 아들을 죽인 소년을 찾아간다. 그런데 증오로 시작된 면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죽은 소년의 부모는 소년이 출소할 때까지 계속 면회를 갔고, 소년이 출소하던 날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일주일을 함께 보낸 후, 죽은 소년의 부모는 그 소년에게 이렇게 말한다. “예전의 그 소년은 사라졌어. 자,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이제 내 아들은 사라졌고, 내 아들을 죽인 살인 자도 사라졌으니, 여기서 계속 살면 어떻겠니? 여기엔 방도 있으니 네가 원한다면 나는 너를 양자로 들이고 싶구나.” 믿기 어려운 용서의 이야기이다. 죽은 소년의 부모는 죄를 지은 소년이 다른 사람이 됐기에 소년을 기꺼이 용서한 것이다.
타인의 용서만큼 중요한 자기 용서
때로 어떤 잘못은 사람들에게서, 혹은 사회에서 용서받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한 번의 잘못 때문에 내내 죄의식과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잘못을 용서하지 못할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내일을 위해 잘못에만 매여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서로의 마음을 위태롭고 연약하게 하는 일일 뿐이다. 죄의식과 미움, 원망은 파괴적인 감정이며, 동시에 우리가 일어설 수 없게 하는 마음이다. 충분히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았다면 이제 그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상기할 때 용서하지 못할 잘못은 거의 없다. 타인이 나를 용서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유독 자신을 용서하는 것에 인색한 사람도 있다. 어떤 잘못이 끝끝내 마음에 무거운 짐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 무거운 짐이 내내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게 하고 방해한다. 하지만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면 이제 자기 용서가 필요하다. 죄책감과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온전히 용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기 용서의 이유를 생각하고, 마음을 정돈할 시간도 필요하다. “이제 나를 용서할 수 있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자기반성,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때는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도 명상이나 묵상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글쓰기나 봉사 활동 같은 가시적 활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기 용서가 충분해질 때까지 스스로 그 마음을 쌓아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꼭 필요한 자기 사랑
자기 용서가 단단해졌다면, 이제 자기 사랑으로 마음을 채워야 한다. 자기혐오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의 마음 주머니에는 자기 사랑이 텅텅 비고 만다. 자기 사랑이 필요한 순간이다. 자기 사랑은 자존감과도 관련이 깊지만, 그보다는 정서적이면서도 따듯한 자기 긍정이다. 월드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작품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도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이다. 유엔 연설에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라고 했다. 또 그들의 노래 ‘아이돌(Idol)’에서는 “넌 내가 날 사랑하는 걸 막지 못해(You can’t stop me lovin’ myself)”라고 외친다. 이런 외침은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치유를 줬다. 아직 자기 사랑이 서툴다면 얼마간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어”, “나는 나를 사랑해”, “○○야, 사랑해”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서 좀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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