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서울동부구치소 보안과 교감)
대화는 소통의 첫걸음이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마음의 문을 열기는커녕 도리어 상처를 줄 수 있다. 좋지 않은 일로 교정기관에 온 수용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김종 교감은 후배들에게 ‘대화에 영혼을 담으라’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싹튼 믿음은 모두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두 건강 잘 지키고 계시죠? 서울동부구치소 보안과 김종 교감입니다. 2007년 분류직 7급 공채로 임용된 뒤 강릉교도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수용자 상담, 심리 분석, 사고 위험성 파악 등의 업무를 맡다가 직렬이 통합되면서 보안과로 적을 옮겼습니다. 2014년 서울동부구치소의 전신인 성동구치소로 옮겨 온 뒤 보안과, 분류심사과 등을 거쳤고, 교감 승진 후 당직교감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교정공무원 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 중점 사항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현재의 업무와 행동은 나의 과거가 되고, 그 과거를 통해 미래의 모습이 형성되니까요. 더불어 잠시 스쳐 가는 만남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진심 어린 소통과 공감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대화에 나선다면 누구와도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이를 통해 나와 상대의 내일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와 ‘소통’이 저의 삶의 철학이자 업무 중점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동료 및 선후배들과 원활하게 대화하기 위해 특히 어떤 부분에 신경 쓰나요?
우리는 흔히 친한 사람과 대화할 때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상대에게 “자꾸 영혼 없이 대화할래?”라고 핀잔을 줍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영혼은 단지 ‘진심 담긴 대꾸’만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눈빛, 표정, 몸짓, 적극성, 분위기 등 상대방이 나에게 보여 주는 모든 것이 ‘영혼’에 해당됩니다. 대화에 영혼을 담으면 누구든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말이 조금 서툴러도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죠. 그건 그 안에 단순한 말솜씨를 넘어서는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 한마디 한마디에 영혼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는 이러한 대화 자세가 더욱 중요합니다. 통화나 문자메시지로는 온전한 소통을 이루기 힘들고, 영상통화도 서로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상대의 마음에 닿기 위해 대화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합니다.
Q. 유독 기억에 남는 ‘선배의 한마디’가 있나요?
한 선배님이 수용자 인성 교육 중에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국화이자 매화입니다. 봄과 여름에는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가을과 겨울이 되면 우리의 꽃은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라고 하셨죠. 수용자들에게 전한 말씀이었지만, 곁에서 듣고 있던 저도 마음이 찡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래, 내 꽃이 필 때까지 충실하게 살아 보자!’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죠.
Q. 교정기관에서는 수용자와 대화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때는 어떤 점에 집중하나요?
가장 신경 쓰는 점은 ‘평정심’입니다. 짜증이나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기 힘들죠. 이럴 땐 수용자도 저와 대화할수록 흥분하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불화가 찾아옵니다. 따라서 수용자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 영향을 주기를 바라며 최대한 평온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또 사전에 수용자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한 뒤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인이나 동료와 대화할 때는 이 과정이 생략될 수 있지만, 수용자는 우리가 교화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수용자가 어떤 성격이며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평소 호소하는 고충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수용자에게 믿음을 줘야 합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야기를 털어놔도 되겠구나’ 하는 첫인상과 느낌을 줘야 진심이 나옵니다. 그러려면 평상시 언어 습관을 정갈하게 가다듬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수용자와 나누는 대화는 상담 성격이 강한 만큼, 다양한 상담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용자는 웃을 때 진심을 이야기하고, 어떤 수용자는 진지하게 귀 기울일 때 마음을 엽니다. 만약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면 처음과 다른 대화 자세를 취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여기에 더해 수용자가 ‘이 사람은 나와 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그때그때의 대화에 최대한 몰입해야 합니다. 주의가 산만한 사람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Q. 지난겨울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수용자와 원활하게 대화하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구치소의 일상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수용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팬데믹 상황 발생 초기에는 교정공무원이 확진돼 구치소 내에 감염병이 퍼졌다는 잘못된 소문도 돌았죠. 그러다 보니 저희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만과 적대감이 상당했습니다. 어떤 수용자는 먹던 도시락을 저희에게 던지기도 했는데요. 그럴수록 수용자들에게 우리의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우리도 감염을 막기 위해 24시간 구치소를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수용자의 완치와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며 싸우고 있는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점을 진심을 담아 전했죠. 덕분에 적대감이 서서히 누그러졌고, 결국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한 단계까지 다다랐습니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Q. 앞으로 교정공무원 생활에 대한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름 없는 들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수용자일지라도 그만의 장점이 있는 법이죠. 앞으로 이러한 수용자 개개인의 장점을 더욱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수용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단점은 줄어들겠죠. 물론 그 중심에는 ‘진심 어린 대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움을 찾는 그날까지,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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