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개방 작업장에서 1년 넘도록 열심히 교도작업을 하며 수용 생활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 두고 먼저 떠나간 남편의 첫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로 인해 받은 고통과 상처들은 이제 다 잊고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진심으로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2018년 12월 24일 영장 실질 심사가 있던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더 정성껏 아침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구속되면 1~2년은 보지 못할 아이들을 꼭 안아 주며 돌아선 뒤 벌써 2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구속된 뒤 남편 회사에까지 소문이 났는데, 남편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머리를 조아리고 합의를 구하는 등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혼자 견뎠습니다. 제 잘못이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많은 자책을 하며 괴로워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남편의 마음도 몰라주고 10분의 면회 시간 내내 이혼해 달라며 철부지처럼 울부짖었습니다. 제 모습을 보고 돌아설 때마다 정작 남편은 어느 곳에도 하소연하지 못한 채 타들어 가는 속을 술로 달랬었나 봅니다.
남편과 통화한 2020년 6월 27일, 교도작업 중 계장님께서 전해 주신 말씀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올케한테 민원실로 연락이 왔는데 남편분이 뇌출혈로 쓰러져 많이 위독하대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세상에 모든 신이 있다면 남편이 불구가 된다고 하더라도 제발 살아 있어 주기를 몇 날 며칠을 바랐었는지…. 결국 남편은 며칠 후인 2020년 7월 2일, 마흔여섯 살이란 나이에 어린 딸과 아들을 철없는 아내에게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의 마지막 모습조차 지켜 주지 못한 채 장례를 마쳤고, 저는 가족들의 심정은 헤아리지 못한 채 가족들만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남편은 주말이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며 매주 가족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닐 정도로 자상하고 좋은 아빠였습니다. 저에게는 바다 같은 남편이었고 존경스러운 배우자였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것만 같아 아직도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그런 남편의 첫 기일이 돌아옵니다. 남편은 저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든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이 이제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 속 남편 이름 옆에 쓰인 사망이란 두 글자만 봐도 그동안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지곤 합니다. 어느덧 아홉 살이 된 딸은 엄마마저 잘못될까봐 “엄마 건강 잘 챙겨, 꼭!” 하는데, 너무 일찍 철이 든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남편의 첫 기일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남편, 그동안 주었던 사랑과 배려, 평생 가슴에 품고 아이들 반듯하게 잘 키울게요. 출소하는 날 제일 먼저 달려가 당신 마지막 배웅 못 한 것 용서를 구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그렇게 좋아했던 두부도 잊지 않고 사 갈게요. 철부지 아내 때문에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이제는 다 잊고 편히 쉬세요! 내 인생에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내 손, 끝까지 놓지 않고 잡아 줘서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저에게 용기 내라며 이야기해 주신 개방동 직원들의 말씀과 응원 덕분에 잘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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