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전 세계가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소위 징역의 시간은 흘러간다. 또한 교도관으로서 나의 시간도 멈추지 않고 정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교도관으로서 첫걸음마를 시작한 지 벌써 19년이 흘렀다. 이 정도면 걸음마를 떼고 달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교정 업무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신중함을 잃으면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기에 아직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신속하고 빠른 것은 좋지만 ‘수용자 관리’라는 교정행정 업무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기에 확실하고 안전하게,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조심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1년 9급 교정직공무원 공채에 합격한 후 첫 발령지는 천안소년교도소(현 천안교도소)였다. 낯선 지역과 사람들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수용자를 대면하는 일은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과 달리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보안 1부에 발령을 받아 신규 직원으로 일하면서 한 달 정도 지나 보조 서무 업무를 맡았다. 그때 나는 직원들 이름은 물론 임시 배치, 폐방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로 일하다 보니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었고 점점 출근하기 싫어지더니 급기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당시 당직 계장님이셨던 김동구 계장님과 한상원 주임님, 박용규 부장님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고, 1년의 세월을 무사히 보냈다. 그 이후 고향에서 가까운 순천교도소로 전보됐고 지금껏 큰 사고 없이 교정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초과근무 문제로 보안과 보조 서무와 통화를 하면서 궁금한 점을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전화선 넘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긴장돼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예전에 보조 서무를 맡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초과근무 내역이 잘못 기재돼 미안해하는 후배를 보니 불평보다 ‘지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의 힘든 마음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도 예전에 밥 대신 먹을 수 있다면 한 끼를 해결하겠다 싶을 만큼 실수가 잦았기 때문이다.
보조 서무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그 당시 나는 ‘언제 진급해서 편한 업무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교정행정에서 편하거나 수월한 업무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내가 그 업무를 하고 있지 않아서 그 일의 책임감과 어려움을 모르기에 주관적으로 편한 업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교정공무원의 업무인 수용 관리는 죄를 짓고 들어와 형기를 보내는 수용자에 대한 업무지만 그 근본은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다.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을 읽어야 하는 일이기에 교정공무원들도 감정 노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형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을 근간으로 수용자를 관리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들의 감정까지 관리하면서 업무를 집행하기에 교정공무원이 결코 수월한 직업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이럴 때 문득 생각나는 한 사람, 나의 첫 당직 계장님이셨던 김동구 계장님. 그분은 항상 수용자를 대할 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의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이었고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노력하셨다. 만기 출소하는 수용자들에게는 다시는 교도소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진심을 전했고, 그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셨다. 그 모습은 19년이 지나도 내 마음속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9월경 김동구 계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계장님은 “이제 저는 정년퇴임을 하면서 교정직을 떠납니다. 정열 씨는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교도관으로서 소임을 다하세요”라는 소회의 말씀과 함께 안부를 물으셨다. 그동안 특별한 목표 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었는데 계장님의 그 한마디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계장님과 통화를 마치고 그분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교도관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마무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2021년 7월 19일에는 다수의 인사이동이 있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선임 주임님들이 근속 계장을 달고 다른 곳으로 전보돼 가셨고 새로운 분들이 순천교도소로 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 또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이고, 현재 보조 서무 업무를 맡은 직원이 순천교도소를 지키는 기둥으로 자랄 것이다. 김동구 계장님은 나에게 교정 현장이 힘들지만 참 보람된 곳이라는 것을 알려 주셨다. 나도 젊은 직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동구 계장님! 늦은 인사지만 교정을 위해 너무 많은 헌신을 하셨고 감사했습니다. 퇴직하셨지만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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