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사진 이정도
※ 9월호 ‘부캐를 부탁해’의 웨이크보드 체험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 이뤄졌으며, 교육을 단독으로 예약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야구인 3인방, 짜릿한 물의 세계로
무더위가 한풀 꺾인 어느 날, 선유도 한강공원에 서울남부교도소 복지과 박진영 교위, 보안과 권오영·설병현 교위가 모였다. 이들은 오늘의 미션, 웨이크보드에 도전하기 위해 선착장에 섰다. 웨이크보드는 강이나 호수에서 보트와 보드를 줄로 연결해 수면 위를 달리는 수상 스포츠다. 물 위를 질주하는 풍경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사내 야구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세 사람이 오늘만큼은 그라운드가 아닌 물 위를 질주할 참이다.
“야구 동호회 ‘남부캡틴스’에서 각각 감독, 코치, 선발 투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평소 스포츠를 통해 교류하는 만큼 함께 땀 흘릴 때 더욱 즐거운 것 같아요. 색다른 스포츠를 체험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네요. 짜릿한 액티비티로 팍팍한 현실을 모두 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우겠습니다!”
박진영 교위에게 두 사람은 각별한 존재다. 5년 전, 서울남부교도소에 부임하고 난 후 사내 야구 동호회를 함께 창단한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권오영 교위는 감독으로, 박진영 교위는 코치로, 설병현 교위는 선발 투수로 각자의 역할을 도맡아 동호회를 이끈다.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퇴근 후 옥상에 모여 연습에 매진하는 등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그리고 창단 4년째, 드디어 전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인 야구 대회인 인천 스카이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무엇이든 실습 전 이론은 필수. 야외 데크에서 지상 교육을 받는다. 웨이크보드를 타는 자세를 훈련하는 과정이다. 앉은 채로 다리를 가슴 쪽으로 당겨 발끝을 올리면 출발 자세가 된다. 일어설 때는 힘을 빼는 게 포인트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가야 합니다.” 로프를 당겨 일어나는 연습까지 마치자 설렘은 배가된다. 서툴러도 괜찮아, 스피드를 만끽하다
“유년 시절을 고흥군에서 보냈어요. 늘 물 가까이에서 지내서 그런지 물에 대한 공포가 없어요.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설병현 교위가 자신감을 내비치자 두 사람도 “한강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는 유쾌한 각오를 전했다. 물에 들어가기 전, 보드에 부착된 부츠를 착용한다. 드디어 실습 시작. 로프를 잡기 전, 한 명씩 보트 옆에 달린 봉을 잡고 실전 감각을 익힌다. “1번 자세로 들어갑니다. 다리 붙이세요!” 세 사람 모두 지상에서 연습한 대로 제법 잘 수행한다. 봉을 잡은 채 자연스럽게 물 위에 앉고 일어서는 동작까지 연습하니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 본격적으로 강 한가운데로 출발한다.
부웅, 물살을 시원하게 가르며 나아가는 보트. 박진영 교위가 가장 먼저 도전에 나선다. 앉은 자세를 취하자 보트의 스피드가 점점 올라간다. 웨이크보드가 물 위로 떠오른다. 천천히 보드를 돌리면서 일어난다. 이때 몸을 옆으로 향한 채 살짝 뒤에 기댄 자세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사리 일어났지만 이내 물속으로 쓰러지고 만다. 뒤이어 설병현 교위와 권오영 교위도 도전에 나섰다. 첫 도전임에도 일어나는 데까지 성공. 서툰 자세지만 꽤 희망적이다. 권오영 교위가 소감을 밝혔다.
“세상 만만한 게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평소 스키를 즐기는데, 설원과 물 위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팔과 허벅지에 힘이 엄청 들어가네요. 그래도 감을 살짝 익힌 것 같아요. 길게 달리진 못했지만 스릴 넘치고 재미있네요.”
1차 도전을 마친 뒤 선착장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실제 탄 시간은 짧지만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이기 때문에 처음 도전하는 입문자에게 휴식은 필수. 선유도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즐긴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옳다!
휴식을 마친 후 다시 2차 도전에 나선다. 보트에 몸을 싣고 나아가자 시원한 강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서울 한복판에서 자연을 만끽하자니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적당한 지점에 다다르자 한 명씩 다시 체험을 시작한다. “힘 빼시는 걸 잊지 마세요, 출발!” 1차 도전 때보다 익숙하고 여유롭게 보드를 즐긴다. 물에 빠지기를 수차례. 그럼에도 새로운 모험이 선사하는 짜릿함은 에너지로 치환되며 엔도르핀이 솟는다.
“30초가 길게 느껴지네요. 웨이크보드의 핵심은 힘을 빼야 한다는 걸 몸소 배우게 됩니다. 평소 업무 자세와도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수용자도 힘으로 제압하는 게 아니라 사랑과 관심으로 다독여야 하니까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인생의 이치도 되새기고 갑니다.”
박진영 교위의 소감에 두 사람 모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권오영 교위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약속했다. “근무지 밖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추억이 오래 이어질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체험 자리를 만들어서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습니다.” 설병현 교위 또한 “다음을 기약해야죠. 웨이크보드 외 패러글라이딩이나 번지점프 등 익스트림 레포츠도 함께해 보려고요”라며 웃었다.
도전의 참맛은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새로운 자신감으로 연마하는 과정이 아닐까. 낯선 물속에서 자신을 믿고 동료와 함께하며 활력을 채운 이들. 세 사람에게 오늘의 도전은 힘찬 응원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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