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상주는 동쪽에 낙동강,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품은 땅이다. ‘경상도’라는 명칭은 경주와 상주의 앞 글자에서 유래됐으며, ‘낙동(洛東)’은 ‘낙양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낙양은 지금의 상주를 의미한다. 상주교도소는 이처럼 유서 깊은 고장 상주의 북동부 사벌국면에 들어서 있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벼랑 위, 낙동강 제1경 경천대
상주교도소가 위치한 사벌국면은 지명에 얽힌 사연이 독특하다. 사벌국은 신라 시대, 지금의 경상북도 상주 지방에 있던 작은 성읍 국가였다. 신라 제12대 왕인 첨해왕 시기, 신라에 귀속된 뒤 사벌주로 속해 있었다. 이후 사벌면으로 불리다 2020년 사벌국면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되찾았다. 상주 역사의 기원이 서린 사벌국면의 동남쪽에는 낙동강이 세월을 보듬고 유유히 흐른다.
남북으로 상주를 가르는 낙동강은 상주 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수려한 절벽과 들녘, 강줄기에 기댄 섬과 박물관이 오래된 도시와 함께한다. 사벌국면 남단의 경천대는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제1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경천대의 옛 이름은 ‘자천대(自天臺)’로 ‘하늘이 스스로 만든 풍광’이란 뜻이다. 병자호란 때 볼모가 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청나라까지 수행했던 우담 채득기가 낙향한 뒤 이곳 풍광에 취해 정자를 짓고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을 담아 경천대(擎天臺)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황톳길 산책로를 따라 경천대 전망대에 오르면 솔숲 너머 들판을 에돌아 흐르는 낙동강 줄기가 펼쳐진다. 벼랑 위에 선 정자 무우정에서는 용바위로 불리는 경천대 절벽이 비스듬히 내려다보인다. 경천대 일대는 국민 관광지로 지정돼 있으며 드라마 <상도> 세트장, 인공 폭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강 따라 자전거박물관, 경천섬 투어
낙동강을 따라 내려서면 상주의 볼거리가 하나둘 베일을 벗는다. 상주는 ‘자전거의 도시’다. 인구 약 10만 명에 자전거 보유량이 8만 대가 넘는다. 자전거 도로가 촘촘히 이어져 있고 강변을 달리는 하이킹족과도 흔하게 마주친다. 자전거 한 대만 빌리면 유유자적 도심 구경이 가능하다.
상주와 자전거가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은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주역 개통을 기념해 전국 8도 사이클 대회가 열렸고 ‘자전차왕’ 엄복동과 상주 출신 박상헌이 우승하며 상주에 자전거 붐이 일었다. 이후 자전거의 도시답게 매년 굵직한 자전거 대회가 개최되며, 낙동강 변에는 국내 최초의 자전거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박물관에는 1800년대 독일 자전거부터 옛 나무 자전거까지 600여 점의 자전거 관련 수집품이 전시돼 있으며 자전거 대여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낙동강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표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지나면 경천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경천섬은 낙동강 가운데 들어선 섬으로 피크닉과 산책, 자전거 하이킹이 가능한 휴식처다. 낙동강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찰 데크도 조성돼 있다. 또한 경천섬은 학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그 윤곽이 또렷하며, 아주 탐스러운 노을과 야경을 마주할 수 있다. 경천섬 너머에는 옛 낙동강 나루터를 재현한 회상나루가 들어서 있다. 이러한 주변 환경 덕분에 경천섬 일대는 상주교도소 직원들의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다.
백두대간 정기 서린 속리산 문장대
강줄기를 벗어난 상주 서쪽은 백두대간의 영역이다. 암석이 울퉁불퉁 솟은 속리산 문장대(1,054m)는 백두대간의 정기가 서린 대표 명소다. 속리산의 주봉인 천황봉과 문장대 외에 입석대, 신선대 등 장엄한 봉우리들이 상주시 화북면에 위치해 있다. 문장대는 구름과 맞닿을 듯 솟아 ‘운장대(雲藏臺)’라고도 불리며,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로 사랑받고 있다.
상주 방향의 남쪽 속리산은 산세가 완만한 충북 보은의 속리산과는 형세가 다르다. 바위가 뒤섞인 석산과 석천이 두드러진다. 기암괴석 봉우리에 근원을 둔 샘물은 청아한 폭포를 형성하며 바통을 잇는다. 장각폭포, 옥양폭포, 오송폭포 등은 여름 더위를 씻어 내는 상주의 절경이다. 장각폭포는 폭포 옆에 누각 향북정이 들어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호젓한 여름 휴식처로 그만인 폭포 계곡은 상주교도소 직원들이 자녀와 함께 찾는 곳이다.
맥문동솔숲과 폭포, 계곡의 여름 향연
백두대간의 땅은 숲을 빚어내고 계곡을 만들어 낸다. 속리산 가는 길에 맥문동솔숲을 놓칠 수 없다. 상오리 맥문동솔숲은 8~9월 보랏빛 맥문동꽃이 필 무렵이면 솔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해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 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난 곳이기도 하다. 성주봉 기슭의 성주봉 휴양림은 상주의 야생화와 약초를 함께 만나는 곳으로 휴양림 숙소가 계곡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속리산과 도장산 사이의 용유계곡은 바위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계곡이 4km가량 이어진다.
남장사계곡과 연결되는 남장사는 불교음악인 ‘범패’를 우리나라 최초로 보급한 사찰로, 보물인 목각 후불탱화와 익살스러운 표정의 석장승이 볼만하다.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와 더불어 조선 시대 3대 저수지인 공검지는 일부 복원돼 연꽃 등 자연 생태를 간직한 습지 보호 지역으로 사랑받고 있다.
달달한 상주 곶감과 한우
상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곶감이다. 모양이 둥글둥글해 ‘상주 둥시’라는 별칭을 지닌 상주 곶감은 과거 임금님께도 진상된 음식으로 명성이 높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상주에서 출하되며 남장면, 외남면 일대에서 직접 만든다. 외남면에는 상주곶감공원이 조성돼 있으며 이안천 변의 구마이곶감마을에서는 가을이면 감 깎기, 감 꽂기, 곶감양갱 만들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곶감은 겨울 별미로 사랑받았으나 최근에는 사계절 시원하게 보관된 상주 곶감을 맛볼 수 있다. 상주중앙시장에는 곶감찰보리빵, 곶감과자, 곶감약과도 등장했다.
곶감과 쌍벽을 이루는 상주의 맛은 한우다. 상주 한우에는 감 껍질이 사료로 쓰이는 게 특징이다. 상주 도심과 낙동강 변에는 부위별로 골라 먹을 수 있는 한우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식사 후 오붓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최근 인기 높은 레트로 분위기의 감성 카페들이 위치한 함창읍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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