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든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이론과 실제가 균형감 있게 병행돼야 한다. 이론만 앞세우면 공허한 담론에 그칠 수 있고, 이론의 뒷받침 없는 실제는 기초공사가 부실한 건축물처럼 위험 요소가 큰 까닭이다.
한국교정학회는 1990년 교정 현장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연구를 통해 대책을 제시하는 등 교정행정 발전에 기여하고자 창립했다. 교정 관련 유일한 학술 단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이론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짙은 여느 학회들과 달리 연구의 모티프를 교정 현장에서 착안해 왔다. 한국교정학회 제27대 회장인 최응렬 교수는 이러한 특성이 한국교정학회의 존재감에 힘을 실어 주는 한편 교정본부와의 지속적인 상생을 가능하게 해 줬다고 말한다.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연구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교정 현장은 그 특성상 학자들이 경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창립 당시부터 교정공무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왔어요. 한국교정학회의 가장 큰 특징은 관련 분야 학자들과 교정 현장 실무자인 교정공무원이 함께 교정행정의 현안을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한다는 데 있죠.”
한국교정학회는 교정학, 범죄학, 법학(형사법), 심리학, 사회복지학 등의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주축으로 학회 참여를 원하는 5급 이상의 교정공무원들과 교화위원 등 8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정공무원과 함께하는 학회
한국교정학회는 매년 두 번의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세 번에 걸쳐 학술지를 발간한다. 그중에서도 학술대회는 학자들이 주제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후 실무자인 교정공무원과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주제에 따라 교정공무원이 발표한 다음 학자들과 토론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연한 진행을 통해 교정공무원은 학자가 연구 끝에 도출해 낸 이론을 현장에 좀 더 밀착 적용하고, 학자들은 교정 현장을 한층 가까이에서 접하는 등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최응렬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행사가 적잖은 와중에도 온라인으로 전환해 학술대회의 명맥을 이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지난해 11월에 개최한 제58회 학술대회에서는 ‘교정시설 대체복무제도 도입에 따른 효율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를 통해 교정시설 대체복무제도 운영 현황과 더불어 당시 쟁점으로 떠오른 대체복무요원의 인권 관련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응렬 교수가 학회장 부임 후 처음으로 개최한 제59회 학술대회에서는 ‘팬데믹 시대의 교정정책 전망과 아동 성범죄자 처우 방안’을 주제로 삼았다. 이는 지난해 연말에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와 최근 부쩍 빈번해진 아동 성범죄자 증가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 학술대회를 통해 대부분 수용 인원보다 초과한 인원이 밀집해 있는 교정시설이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진단했다. 더불어 집단감염병 등 위기 상황에서의 수용자 처우와 인권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또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효과적인 교정교화와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살펴보기도 했다.
최응렬 교수는 이러한 노력이 모여 단삭(삭발) 금지, 미결수의 경우 재판 시 자유복 착용, 가족 면회 허용 등 수용자 인권 향상은 물론 교정행정 저변 확대 및 점진적 발전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교정행정 발전에 일조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
1997년 교수 임용과 더불어 한국교정학회에 가입해 교정행정의 변천사를 함께해 온 최응렬 교수는 교정과의 만남을 두고 필연이자 운명이었다고 표현했다.
“경찰학부터 교정학을 아우르는 ‘경찰사법’을 전공해 자연스럽게 교정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러다 경기대 교정학과에 강의를 나가고 한국교정학회 회원이 되면서 교정 분야와 한층 가까워졌죠. 그간 학회를 통해 다양한 논문 발표는 물론이고 학술대회 사회자나 토론자로서, 또 교정본부 승진·채용 시험 등의 출제위원으로서 꾸준히 교정과 접점을 넓혀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실적이 쌓여 지난해 연말 한국교정학회 제27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응렬 교수는 임기 동안 교정본부와의 협조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교정공무원과 수용자의 인권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교정청 독립을 위한 노력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교정공무원과 자유롭게 소통하고자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파트너십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 교정행정의 핵심 인력이자 수용자들의 올바른 사회 복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정공무원의 처우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 외에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는 교정청 독립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접근해 나가고 있다.
“3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학회장으로서 가장 무게를 두는 부분은 교정공무원의 처우 개선입니다. 오랜 기간 교정과 함께해 오면서 느낀 게 있는데, 교정공무원은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직업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을 거듭나게 하고 다시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거니까요. 그런 점에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죠.”
아울러 관련 분야 학자이자 한국교정학회장으로서 교정공무원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일조해 왔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남은 임기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교정행정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보탤 예정이다. 물론 녹록지 않은 사안인 데다 여러 제약까지 따르는 팬데믹 시대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법. 그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건넨 당부는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남았다.
“‘홀로 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獨木不成林)’는 말처럼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주변의 동참과 노력 없이는 이뤄 낼 수 없어요. 교정행정 발전을 위해서는 학문 간, 또 관·학 간 협력이 꼭 필요합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함께 노력한다면 어떠한 난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응렬 교수는
동국대학교에서 경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5년부터 동 대학 경찰사법대학 경찰행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경찰학회 회장, 경찰청 성과평가위원회 위원장, 서울지방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 위원장, 경찰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교정학회는 1997년 가입해 이사, 부회장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제27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