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준(상주교도소 보안과 교감)
위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수용자들에 대한 교정교화. 교정공무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렵고 상충되는 이 두 가지 목표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상주교도소 손창준 교감이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고 힘주어 강조하는 이유다.
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Q. 지금껏 걸어오신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여정을 소개해 주세요.
반갑습니다! 33년째 교정공무원 생활을 이어 오고 있는 상주교도소 보안과 손창준 교감입니다. 1988년 4월 경북북부제3교도소에서 교정공무원으로 첫발을 뗀 뒤 경북북부제2교도소, 충주구치소, 상주교도소, 안동교도소에서 근무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개청 요원으로서의 경험이 많다는 것인데요. 경북북부제2교도소, 충주구치소, 상주 v 및 보안행정 업무를 담당하며 최선을 다해 개청을 도왔습니다. 그러다 2019년 7월부터는 고향에 있는 상주교도소로 돌아와 당직교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중점 사항은 무엇인가요?
교도소는 이유 불문하고 위법 행위를 한 사람들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엄정한 법 집행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용자들의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위한 교정교화도 함께 진행돼야 합니다. 이러한 상충될 수 있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무기는 ‘원칙’입니다. 교정에 관한 법률 및 행정 규칙을 완벽하게 숙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명정대하게 수용자들을 대한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 죄를 뉘우치고 열심히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수용자는 모든 역량을 다해 돕고, 반대로 규율을 위반한 수용자는 엄격하게 계도함으로써 교도소의 질서를 다잡는다면 어디에서든 환영받는 훌륭한 교정공무원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Q. 교정공무원 생활 중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낀 순간을 꼽아 주세요.
교정공무원 2년 차이던 1989년, 한 수용자가 저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살고 있는 하나뿐인 미성년자 동생과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데, 걱정이 돼서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많이 불안해했죠. 이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한 뒤 휴일에 그의 동생이 살고 있다는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온 마을을 돌며 수소문 끝에 동생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수용자에게 그 소식을 전했죠. 그제야 한시름 놓은 수용자는 정말 고맙다며 더욱 성실하게 생활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뿌듯하더군요. 덕분에 진정한 교정교화는 진심이 담긴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Q. 일하다 보면 찾아오기 마련인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교정공무원은 엄정한 법 집행과 수용자 교정교화를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업무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한때 교정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고민과 자긍심 저하로 고민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선배님들에게 의지했습니다. 저보다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선배들이 다양한 생각을 말씀해 주시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태 주시더라고요. 이런 방법으로 여러 고비를 넘겼고, 33년간 근속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고민이나 문제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선배들에게 다가서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분명 혼자 끙끙 앓을 때보다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Q.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 모든 일에는 적극성이 중요합니다. 사실 신입 시절에는 상급자가 시키는 일을 처리하기에도 바쁘죠. 하지만 경험과 연차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때가 찾아옵니다. 이때 맡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수동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업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에 대한 능률과 흥미도 떨어질 것입니다. 반대로 나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나아가 업무 혁신을 위해 노력한다면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자부심도 높아집니다. 그러니 모두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과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교정공무원은 절대 혼자 일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업이 진행돼야 비로소 온전한 교도소가 완성됩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동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품어 보세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교정행정은 수많은 변화를 거쳤고, 앞으로도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입니다.
Q.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지금껏 많은 취미를 가져 왔지만, 결국 답은 ‘자연’이었습니다. 항상 높은 긴장감 속에서 일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사시사철 여유롭고 아름다운 자연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등산과 낚시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텃밭 농사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땀 흘리며 각종 화초와 작물을 기르다 보면 마음에 응어리져 있던 근심과 걱정이 저절로 풀리더군요. 후배들도 틈틈이 가까운 자연과 함께 평온한 한때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그곳에 힐링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씀해 주세요.
퇴임까지 3년여가 남았는데요.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별 탈 없이 일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런 와중에 후배들에게 영감과 도움을 주는 선배로서의 면모도 후회 없이 선보이려 합니다. 아울러 후배들에게 윤종신이 작사·작곡한 ‘오르막길’이라는 노래를 추천합니다. 멜로디는 물론 가사도 너무 좋더라고요. 이 노래에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중 인상 깊은 한 구절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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