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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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향 머무는,
여름 산책의 도시 부산

부산은 여름에 산책하기 좋은 도시다. 오래된 골목과 바닷가에는 영화 촬영지의 향수가 더해지고, 도시에는 청춘들의 열정이 가득하다. 도심 빌딩과 어우러진 해변은 휴가철이면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부산의 서쪽, 낙동강 하류와 맞닿은 승학산 아래 부산구치소가 들어서 있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한국의 마추픽추’ 감천문화마을
부산의 서쪽에 위치한 부산구치소가 사하구 승학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73년의 일이다. 1986년에는 부산교도소에서 부산구치소로 변경돼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지역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부산 동쪽이 광안리, 해운대로 들썩인다면 서쪽은 호젓하고 친밀한 공간이 주를 이룬다. 최근 사하구의 명소로 사랑받는 곳은 감천문화마을이다. 산기슭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와 달동네마을은 부산의 세월과 명맥을 같이한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과 근대화의 길목에 선 서민들은 산기슭 계단식 집에 어깨를 맞대고 살았다. 그 산동네 중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곱게 단장된 파스텔 톤의 동네다.
지역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구현한 감천문화마을은 아기자기한 갤러리, 카페, 벽화 등이 들어선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했다. 미로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린왕자 조각상, 등대 포토존 등이 반기며 마을에서 공방,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요트와 어우러진 이국적인 해운대
부산 여름 여행 1번지는 해운대다. 해운대 주변으로는 고층 빌딩들이 솟았고, 아기자기한 조각상이 해변을 단장한다. 1층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파도와 마주하는 일은 해운대의 흔한 풍경이 됐다. 나무 데크를 따라 동백섬 주변을 산책하는 일, 영화의 배경으로 익숙해진 해변 길에 몸을 기대는 일 등이 해운대에서는 일상처럼 다가온다. 해운대 옆, 요트가 어우러진 ‘더베이 101’은 동남아의 여느 항구도시 못지않은 깊은 야경을 뿜어낸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는 고급스러운 카페와 운치 있는 갤러리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들어서 있다.
해운대 바다는 해안도로를 따라 파도처럼 이어진다. 해운대~송정~기장을 잇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까지 해변열차도 오간다. 송정해변은 저녁이면 이국적인 카페들이 붉을 밝히며 그윽한 산책을 부추긴다. 부산의 바다는 북쪽 일광, 칠암해변 등 한적한 어촌으로 연결되며 오붓함을 더한다.
청춘 문화의 중심, 광안리&센텀시티
바다와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식도락을 즐기는 것은 이제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정착했다. 광안리에는 대형 회센터가 들어서 있으며, 해 질 무렵 방파제에 앉아 회 한 점 즐기는 것도 꽤 운치 있다. 광안리 일대는 부산구치소의 젊은 직원들이 즐겨 찾는 단골 장소 중 한 곳이다.
광안리 해변은 해변도로를 따라 카페, 상점이 이어지고 주말 밤이면 야시장이 들썩거린다. 수영구 일대의 밀면, 빵집 투어도 식도락가를 즐겁게 한다.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BEXCO를 잇는 산책로 주변에서는 버스킹하는 아마추어 아티스트들과 낚싯대를 기울이는 낚시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부산 문화의 중심지는 센텀시티, BEXCO 쪽으로 이동 중이다. 광안리에서 다리를 건너면 백화점, 쇼핑몰이 밀집한 센텀시티로 연결된다. 부산 영화의 랜드마크도 남포동에서 센텀시티로 바뀌었다. BIFF 영화의 전당을 만날 수 있으며, BEXCO 광장에서는 여름이면 다채로운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
‘추억의 풍경’ 남포동, 중앙동과 태종대
부산을 찾는 사람들은 스크린 속 기억 하나로 골목을 배회한다. 부산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는 100편을 넘어선다.
<부산행> <국제시장> <변호인> <해운대> <친구> 등의 영화에서 본 화려한 장면이 부산에 녹아들어 있다. 영화를 추억하는 여행의 출발점은 남포동, 중앙동 일대다. 1937년 문을 연 부산극장은 붉고 선명한 간판으로 이방인을 반긴다. 영화 <친구> 속 멤버들이 격투를 벌인 중앙동의 영화관은 고전이 됐고, 국제시장은 동명의 영화 이후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또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인상적인 계단 신은 중구 동광동 40계단이 주요 무대였다.
동광동에는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들어서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 준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부산구치소 직원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좋다.
부산 여행은 향수와 맞닿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영도 최남단에 들어선 태종대는 파도와 바위 절벽이 빚어내는 아득한 풍광을 선사한다. 영도다리는 도개교인 옛 모습을 되찾았고,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영도 등대는 도서관, 갤러리 등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을 서성이는 것도 여름 산책의 여운을 만들어 낸다.
동래파전, 완당, 밀면 등 부산의 맛
부산은 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가득하다. 맛집 순례만 나서도 부산의 하루는 짧다. 동래온천 인근은 부산 원조 먹을거리의 천국이다. 동래시장 앞에 위치한 ‘동래할매파전’은 4대를 이어 오며 맛을 유지하고 있다. 원조 동래파전은 오징어 대신 대합, 홍합, 굴, 새우 등이 들어가며, 간장이 아닌 초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온천장 옆길에는 30여 년 전통을 이어 오며 산 곰장어만 쓰는 곰장어 거리가 들어서 있다.
손맛 가득한 팔빙수와 단팥죽을 먹고 싶다면 남포동을 지나 신창동 팥빙수 골목을 찾는다. 단팥죽과 팥빙수만 30년 넘게 팔아온 이곳 골목에서는 직접 손으로 반죽한 단팥죽과 팥빙수를 내놓는다. 이곳 단팥죽, 팥빙수 거리는 외국인들도 소문을 듣고 찾는 명소가 됐다.
부용동 동아대 캠퍼스 앞에는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만둣국집인 ‘18번 완당’이 있다. 1947년에 가게를 열어 3대째 운영하고 있는데 종이 위에 올려놓으면 글씨가 보일 정도로 얇은 만두피가 특징이다. 완당은 멸치와 고기육수로 맛을 낸 국물과 담백한 조화를 이룬다.
북한의 냉면이 부산으로 내려와 새롭게 탄생한 음식인 밀면도 별미다. 원조 격인 연산동 ‘가야밀면’과 광안리의 ‘본가제일면가’가 유명하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면발에 곁들여지는 육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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